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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파리가 있는 풍경, 길 위의 인문학 ‘주천강문학회’ / 글 김은영 희망영월 명예기자

心 鄕 2015. 1. 29. 23:14

이파리가 있는 풍경, 길 위의 인문학 ‘주천강문학회’
       글 : 김은영 희망영월 명예기자. 희망영월 2015년 1월호 11면<제98호>

 

 

 

술이 샘솟아 강을 이루었다는 주천강,

비오리 한 바퀴 취하고 나면 흰 빰 검둥오리 물길 따라 넘실넘실 시감(時感)에 젖을 것만 같은 외길이 보인다.
벚꽃 같은 눈송이를 축복삼아 잔물결처럼 일렁이는 시화는 걸음걸음마다 진한 삶의 향기를 풍긴다.
겨울 강바람에 드러난 속살마냥 시리다가도 때론 봄날 무롱무롱 걷는 아지랑이 속 걸음마냥 아련하게 젖어들기도 한다.
시간이 흐르면 오랜 삶도 한 컷(cut)의 아름다운 영상으로 남듯, 강줄기 따라 걸린 시화들은 보는 것만으로도 이미 오랜 추억처럼 영상으로 꽂힌다.


지난 12월5일 주천강 산책로에 김삿갓 문화제 출품작들을 초빙한 시화전이 마련되었다.

주천면민의 다양한 문화 향유를 위해 주천강문학회(회장 이재업 시인)가 매년 두 차례에 걸쳐 진행하고 있는 시(詩)축제이다.
여름에는 주천중학교 옆 연 밭을 배경으로 연꽃시화전을 열고, 늦가을이 지나면 주천강 웰빙(well being)산책로에 김삿갓 문화제 출품작들을 전시하여 이듬해 봄까지 둘러볼 수 있게 한다.


봄길 만큼 좋을까 싶지만 겨울의 스산함이 인생 무게로 더해지니 겨울 맛은 거친 그대로 또 좋았다.

그렇게 길을 걷다 글을 만나 되짚어보니 ‘주천강문학회는 다름 아닌 길 위의 인문학이네!’ 하던 김원식 작가의 말이 떠오른다.

그리고 길 위의 인문학이 뭐여? 싶으신 분들은 그리 춥지 않은 어느 날, 마실 삼아 시화(詩畵)길 한번 걸어보시길 바란다.

 

 

이어 12월10일에는 주천강문학 7집<이파리가 있는 풍경> 출판기념회를 주천에서 가졌다.

전국구인 스토리문인협회와 협력해 진행되는 이 출판 기념회는 한 해를 정리하는 편안한 자리로 음식과 작품을 함께 나누며, 사는 이야기를 주고받는 알찬구성으로 편성되었다.


등단작가 10명을 포함해 22명의 회원으로 구성된 주천강문학회는 올해 9년차를 바라보는 문인협회(文人協會)이다.

주천, 수주, 한반도면 거주민으로서 ‘작가’라는 말에 심장이 떨려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연간지(年間誌)에 자신의 글을 실을 수도 있다. 토박이, 출향인사, 귀촌인 등 다양한 그룹인지라 자신만의 색깔도 진하고 별난 인생들도 많다.

 


‘스토리문인협회’ 또한 시인들의 뜨거운 열정 덕에 문학단체 간의 도농(都農)교류에 나서고 있단다. ‘출판사 문학공원(김순진 작가)’을 배경으로 한 ‘스토리문인협회’는 올해도 1백만 원의 후원금을 협찬하였으며 먼 걸음 마다않고 참석해 기념회를 함께 즐겼다.

 

개회사가 끝나니 곧 도농 간의 시낭송이 이어지는데 칼칼한 듯 쓸쓸하고, 낭랑한데 애절하며, 힘찬 듯 고요한 목소리로 주거니 받거니 한 수씩 읊조린다. 어데 지루한 사람 없나 싶어 한 바퀴 휘돌아 보니 눈을 감고 흔들흔들, 아니면 그리움 가득 퍼지는 눈망울로 세월을 짚고 있다. 어쩌다 살포시 웃는 턱을 괴고 시집을 펴든 모습은 그 자체만으로도 시 같은 그림이다.
한 편 한 편 듣다보면 투박하다 싶은 시도 많지만 시 한 줄이 한 평생임을 아는 이들이 모인 이곳은 그것만으로도 만족(滿足)하다.

 

 


더도 덜도 없다.

호미 들던 투박한 손이래도 좋고, 살가운 말 한마디 거들지 못하는 무뚝뚝한 입이라도 좋다.

시 한줄 끄적거리다 씨익 웃으면 그만이다. 어깨에 들어간 힘을 빼면 세상이 쉬워지듯, 그렇게 이곳에선 문학도, 삶도, 사람도, 그냥 쉽다.
거추장스러울 게 없는 이 세상에 나도 한 줄 자신의 이야기를 달고 싶다면 ‘주천강문학회’에 ‘똑똑’ 노크만 하면 된다. ‘지역주민과 함께’라는 주천강문학회는 이렇게 늘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Come 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