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월 착사모, 6월의 도배장판
6월의 셋째 주 일요일
17일은 착한사람들의모임에서 도배장판 봉사활동을 하는 날이다. 어제부터 "아침시간이 몇 시죠?"라는 아내의 물음에 답을 했음에도, 평소보다 1시간이나 이르게 밥을 지어놓고는 나를 깨웠다.
약속시간이 2시간이나 남았으니 뭘 한담? 컴퓨터를 열고는 어젯밤 1시까지도 마무리를 짓지 못한, 남면 연당 5리 승당마을 방문기를 작성하고 있었다.
승당마을은 새농어촌건설운동을 발판으로
아름다운 모습으로 오늘이라는 시간의 과정을 지나고 있기에 어제 아내와 함께 찾아갔었다. 체험한 일들을 기록으로 정리는 했지만, 주민분들이 지난 수년간의 땀 흘림이 있었고, 양보와 희생, 정성과 노력의 결과물이 강원도 우수마을이라는 칭호와 5억원의 시상금을 받게 된 과정을, 경솔하게 글로 표현을 한다는 것이 여간 조심스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런 고민이 아침까지 이어졌는데, 생각지도 않게 이웃이 찾아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시간은 흐르고 대화는 계속 이어지고~~헉? 이러다 약속시간에 늦는 건 아니야?
영월은 내가 가는 건데,
어느덧 9시가 넘어섰다. 아니나 다를까 소영애 총무로부터 전화가 왔다. “오늘 오는 거지요?”라는 물음에 "그럼요 가는 거지요“ 라고 답을 하고보니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시간이 지체되니 오히려 아내가 몸이 달아 자꾸 들락날락하면서 내 얼굴을 보고 있다. 시간은 이미 9시 35분이다. 30분은 족히 걸리는 거리라 영월에 도착하니 10시 하고도 10분이나 지났다. 그 사이에 이미 다른 분들은 방안에 있던 살림보따리를 다 내어놓고 낡은 장판을 걷어내는 중 이었다.
어?! ~ 못 보던 얼굴?
젊고 핸섬한 얼굴에 인정이 몸에서 베어 나오는 건장한 청년이다. 인사를 나누니 오늘 처음으로 참석을 했다며 초등학교 아이들 3명과 같이 왔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아이들 셋은 마당가 수도 옆에서 벽지와 천정에 바를 풀을 개고 있었다. 통통하면서도 건강한 모습들이 하나같이 예쁘게 보인다. 알고 보니 검도 관을 운영하는 분이었고 그곳에서 운동을 배우는 소년들이었다.
관장이 아이들에게 설명하니 흔쾌히 따라 왔다고 한다. 이런 일에 동참하자고 한 관장이 고맙고, 적극적으로 허락하고 보내준 부모님이 고맙고, 모두가 고마운 일이다.
이러한 수고스러운 일을 해야 하는 봉사활동 장소에 선뜻 오겠다고 한 아이들이 기특하다 못해 사랑스러워 한참을 그들이 움직이고 일을 돕는 모습들을 사진에 많이도 담았다. 그들에게는 오늘의 봉사활동 체험이 영원한 기억 속에 남을 것이고, 그 기억을 생생한 화면인 사진으로 꺼내어 볼 것이다.
아이들 부모가 생각났다.
집에 돌아가면 “오늘 무었을 했니?”라는 질문에 이런저런 일들과 오늘의 봉사활동장소에서 있었던 모든 이야기를 할 것을 생각하니, "오늘만큼은 농담도 하지 말고, 언어표현에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자"고 은연중에 약속이나 한 듯 조금 묘한 발언이 나올 성 싶으면 눈을 찔끔 감는다. 그러면서도 “으하하하 오늘 큰 어른 세분을 모시고 일을 하게 되었네” 라고 속으로 말하는 듯 하는 표정들이다.
아이들에게는 소중한 체험
어린 시절에 경험한 봉사활동은 나중에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 큰 도움이 되는 밑거름이 되기도 하며, 사물과 인간사를 높고 넓게 볼 수 있는 시야와 지혜를 키워주고, 자기관 정립에 매우 중요한 일임에 틀림없다.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가는데 필요한 바람직한 일들에 대하여 아이들에게는 보고, 듣고, 배우는 일에 첫 번째 경험이 중요하다. 그것을 어른들이 어떻게 이끌어 주고 꾸준한 학습이 되도록 도움을 주어 습관으로 정착토록 해 주느냐에 따라서 아이들의 개념정립, 습관, 성품, 인성이 결정 된다고 본다.
나의 외손자 나이가 다섯 살이라 어찌 보면 손자벌도 되는 아이들이지만 내게는 스스럼없이 부를 자신이 있는 어린 친구들이다. 다음 달에 만났을 때 “할아버지 친구”라고 부른다면 어쩌지?라는 생각에 웃음이 난다.
영월 착사모의 도배장판 봉사활동 장소에서는
고문이라는 직책과 회장이라는 직책을 벗어버리고 걸레, 풀 들고 먼저 일하면서 보람을 느낀다. 착사모 회원들은 서로 매월 찾아가는 장소마다 반갑게 맞이 해주고, 서로가 약속이나 한 듯 점심도시락에서 이밥과 찰밥, 오곡밥 그리고 반찬의 종류도 여러가지 준비하여 한적한 공원 나무그늘 아래에서 나눠먹는 고마운 사람들이다.
준비를 못해 미안한 마음에 “얻어먹기만 했는데 다음 달에 뭘 싸올까?”했더니
“배만 싸세요!”라면서 튀어나온 배를 가리켜 웃음을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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