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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섶다리'

心 鄕 2005. 3. 18. 11:18

[언중언]`섶다리'

(강원일보사설 2005-3-18 기사)


 
 단종은 영월에서 사약을 받고 승하했다.

그 후 많은 세월이 흘러서야 조정은 민심을 읽고

노산묘를 `장릉'으로 추봉했다.

새로 부임하는 강원관찰사로 하여금 장릉을

반드시 참배토록 한 것도 숙종 25년인 1699년의 일이다.


▼장릉을 찾는 관찰사 일행은 주천강을 꼭 건너야 했다.

주민들은 이들을 맞아 쌍섶다리를 놓아줬다.

며칠 후 돌아가는 길에는 주천에 머물러 섶다리 놓기에

수고한 백성들에게 곡식을 나눠주고 잔치를 베풀었다.

세조의 처사로 조정을 온당치 않게 여겨온 민심이

정상을 되찾게 된 계기였다.

영월 주천지역에서 전승되고 있는 노동민요인

`쌍다리 노래'에는 이런 단종의 애사(哀史)가 녹아있다.

▼동강 서강 평창강 등 유난히 강이 많은 영월지역의 섶다리는

나룻배와 더불어 유일하게 강을 건널 수 있는 교통수단이었다.

물에 강한 물버들나무로 만들었다.

`Y'자 모양의 나무를 거꾸로 박고 그 위에 소나무와 참나무를 얹어 골격을 세웠다.

다시 바닥에 솔가지를 깔고 흙을 다져서 만들었다.

못을 하나도 쓰지 않고 도끼와 끌만을 써 기둥과 들보를 맞추는 짜맞추기 공법이다.

지네발을 닮은 섶다리는 늦가을에 놓았다가 여름 장마철에는 떠내려가 사라진다.

이곳 관운리와 밤뒤 마을의 지명이 `미다리(未橋)'가 된 유래이다.

▼영월군은 19, 20일 이틀간 주천강과 서강변에서 `섶다리 잔치'를 연다.

도 민속예술경연대회에서 우수상을 받은지 20년만이다.

고향의 향수와 전래풍속을 되살리고 고장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볼거리를

만들어주기 위해 `섶다리 잔치'를 열기 시작한지는 이태 째이다.

 

올해는 주천강변에서 강원관찰사의 부임 장면이 재연되고 쥐불놀이와 전통혼례 등

다채로운 볼거리와 놀거리가 기획돼 벌써부터 관심을 끈다.

곳곳에 현대식 교량이 들어서 이제는 추억속에 묻혀 버린 섶다리가

한폭의 동양화처럼 되살아난다.

전국 유일의 `다리(橋)잔치'가 영월의 독특한 전통으로 다가온다. <金吉昭논설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