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호총비ㆍ금효자설화
원문 참조 : 영월 땅 이름의 뿌리를 찾아서 -저자 엄흥용. 도서출판 대흥기획 1995년 11월 초판 375~377
영월군 주천면 신일리 금산 밑에 한 무덤과 의호총이란 비석이 서있다.
비석표면은 의호총(義虎塚)이라 하고,
뒷면에는 『癸亥七月日因巡營分付立故今處士師夏康熙子天崩有虎終喪三日而死』라 하였다.
『1743년 계해 7월에 순영(조선조 정3품의 외관직으로 각도 관찰사를 보직하던 관원)의 분부에 의하여 세웠으며 , 금처사 사하가 1720년(康子)에 국상을 당하여 호랑이와 같이 3년상을 마쳤는데,
그 호랑이가 3일 후에 죽었기 때문이다』라는 뜻이다.
의호총비ㆍ금효자 설화
주천 금산 아래에는 세상일에 초연하여 밖으로 나서지도 않고 초야에 묻혀 사는 금처사(본명은 琴師夏)라는
학문이 뛰어나고 효성이 지극한 선비가 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금처사는 부친상을 당하자 첩첩 산중의 묘소 옆에 묘막을 짓고 시묘(侍墓)살이를 시작했다.
시묘(侍墓)란 부모가 돌아가신 후, 산소 옆에 묘막을 짓고 매일같이 곡을 하며,
비가 오나 눈이 오나 3년동안 상복을 입은 채 몸도 씻지 않고 온갖 정성을 다하여 돌아가신 분의 영혼을 모시는 조선 유교사회의 전통이었다.
금처사가 시묘살이를 하던 어느 날, 그의 어머니마저 갑자기 병이 나서 생명이 위급하다는 전갈이 왔다.
효자인 금처사는 약을 지으려고 읍내인 주천으로 건너가는 나루터로 달려갔다.
상류에서 쏟아진 폭우로 배를 건널 수 없게 되자 금처사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강 건너를 바라보며 크게 통곡을 하였다.
이때 짙은 어둠 속에서 큰 호랑이 한 마리가 나타났다.
눈앞이 캄캄해진 금처사는 죽을 각오를 하고 호랑이에게
"나는 지금 어머니의 병환이 위급하여 강 건너 주천에 가서 약을 지어다 드려야 한다.
내가 어머니께 약을 지어드린 후에 나를 잡아먹던지, 마음대로 하여라,"라고 크게 호통을 쳤다.
이에 호랑이는 고개를 숙인 채 꼬리를 흔들면서 금처사에게 등에 타라는 시늉을 한 후,
호랑이는 금처사를 태우고 거센 물결을 가르며 강을 건너 주었다.
그후, 호랑이는 어머니의 약을 지은 금처사를 기다리고 있다가 다시 그집앞까지 태워다 주었으며
그 약을 먹은 어머니의 병환은 금처사의 지극한 효성으로 완치되었다.
그후, 금처사는 어머니가 건강을 회복하자 다시 아버지의 산소를 찾아가서 시묘를 살았는데
밤만 되면 강을 건너 주었던 호랑이가 찾아와서 3년 동안이나 효자인 금처사와 함께
지극한 정성으로 묘를 지켜 주었다고 한다.
조선 19대 숙종임금(탄생 1661년 8월 15일. 재위기간1674~1720. 승하:1720년6월 8일 오전 8시 30분)
충효 사상이 지극한 금처사는 베옷을 입고 주천 망산에 올라가 궁궐을 향하여 삼년상을 지냈는데
이때도 밤만 깊어지면 그 호랑이가 나타나서 금처사와 함께 밤을 지세웠다고 한다.
그러나 숙종 임금의 국상을 마친지 얼마 후,
그 호랑이는 늙고 병이든 나머지 금처사집 마당에 와서 쓰러지자 그 동안 정이 들었던 호랑이를 끌어안고
통곡을 하였으며, 그 호랑이가 죽자 고이 묻어 주고 매년 제사까지 지내주었다.
그후, 나라에서는 금처사에게 신일리(新日里) 금산 주위에 있는 사방 10리의 땅을 사패지(賜牌地)로 하사하여
그의 효행과 충성심을 기렸으나,
많은 세월이 흐르면서 사리사욕(私利私慾)에 눈이 어두웠던 어느 관찰사(觀察使)가
그 사패지를 팔아버렸기 때문에 지금은 그호랑이에 대한 제사를 지내지 못하고 있다.
한편, 금처사의 후손인 금씨 가문에서는
집안에 어려운 일이 생길 때마다 꿈속에서 그 호랑이가 나타나 현몽(現夢)을 하여 도와줌으로써
수없이 많은 재난을 피할 수 있어 금효자의 후손들인 금씨 가문은 그후, 더욱 번창할 수 있었다 한다.
그후, 호랑이가 죽은지 23년 후인 1743년에
강원도 관찰사를 보필하는 정 3품의 벼슬인 순영중군(巡營中軍)이 주천에 왔다가
이 호랑이의 충성스러운 이야기를 듣고 비석을 세워 주라는 분부를 하였고 그 비석이 바로 의호총비이다.
그 후, 주천 사람들은 호랑이무덤과 비석이 세워져 있는 이 산을 '금산'이라 하여
부모에게 효도하고 나라에 충성을 다한 금처사와 호랑이 이야기를 후세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서
많은 사람들의 귀감이 되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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