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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스토리 있는 '망산트레킹'.'쌍섶다리' 추억에 잠겨 가을속으로

心 鄕 2009. 11. 24. 15:08

스토리 있는 '망산트레킹'...'쌍섶다리' 추억에 잠겨 가을속으로
 스포츠조선 < 영월=글ㆍ사진 김형우 기자 hwkim@sportschosun.com> 2009-10-28 16:47 

 

동강, 서강, 주천강 등 시원한 물줄기가 굽이치며 절경을 토해내는 강원도 영월은 이른바 '강원도의 느낌'이 가득한 곳이다. 깊은 산과 계곡이며, 비경 속 기암괴석과 모래톱을 이뤄내는 사행천의 청정수, 그리고 비탈에 피어나는 야생화는 영월 자연의 전형이다. 특히 가을이 무르익은 10월 하순, 영월의 산하는 온통 알록달록 가을빛깔이 가득하다. 그중 편안한 고향 동네와도 같은 주천면 일원은 느릿한 갈색추억에 젖어 들기 적당한 곳이다. 강둑을 지나 아담한 면소재지가 한 눈에 들어오는 망산에 오르거나, 주천강을 가로지르는 쌍섶다리를 천천히 건너자면 완만한 물줄기에 절로 보폭이 맞춰진다. 만추의 영월이 더 매력 있는 것은 다양한 미식거리가 기다리고 있다는 점이다. 한우고기가 삼겹살만큼 싸다는 주천면 한우촌에는 고기 굽는 냄새가 진동하고, 묵밥, 꼴두국수, 찐빵 등 몸에 좋다는 토속음식을 입맛대로 골라 먹을 수 있다.

 < 영월=글ㆍ사진 김형우 기자 hwkim@sportschosun.com>

 

 

'2시간 5km구간' 전설 깃든 의호총-술샘 등 볼거리 많아 
 

 

◇영월 주천의 '망산트레킹' 코스 중 가장 이색 구간이 쌍섶다리이다.

주천의 쌍섶다리 놓기는 민속놀이로도 전승돼오며 해학 가득한 구전 민요도 함께 전해 온다.

 

 

 

◇망산 빙허루서 바라본 주천강
 

 

◇의호총

 

영월군 주천면 소재지에는 야트막한 야산 하나가 있다. '망산(望山)'이다. 단숨에 뛰어 오를 수 있을 것만 같은 키 낮은 산이지만 면 소재지일원을 굽어보는 데에는 모자람이 없다.

 

최근 마을 주민들은 이 망산을 중심으로 제법 구색을 갖춘 재미난 트레킹코스를 마련했다. '이야기가 있는 망산트레킹 코스'가 그것이다.

 

면소재지 장터를 출발해~주천 3층석탑~의호총~술샘~망산입구~빙허루~쌍섶다리~김종길 가옥~장터에 이르는 5km, 2시간 남짓의 가뿐한 산책길이다. 소박한 시골 면소재지 풍경과 호젓한 주천강변을 돌아 나서는 아기자기한 길이 이내 추억여행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아직도 신발가게, 미용실 등의 간판이 70~80년대 시골 상점을 연상케 하는 장터를 지나면 여말-선초에 세운 '주천 3층석탑'을 만난다. 그 모습은 작고 소박하다.

 

수백 미터 남짓한 '번화가'를 벗어나 논둑을 지나고 신일리 금산(琴山) 기슭을 찾으면 의호총(義虎塚)이 나선다.

말 그대로 '의로운 호랑이의 묘'이다.

의리 있는 호랑이를 기리기 위해 만든 무덤으로, 무덤 앞에는 작은 비석도 세워져 있다.

비석 뒷면에는 '1743년 7월 순영중군(조선시대에 각 도의 순찰사 밑에 둔 정삼품 벼슬)의 지시로 비석을 세웠다.'는 말과 함께

상세한 사연이 적혀 있다.

이 호랑이는 효성이 지극했던 선비 금사하가 급병을 얻은 어머니의 약을 지으러 갈 때 금사하를 등에 태우고 폭우로 불어난 강의 거센 물결을 가르며 강을 건넜다. 또 금사하가 부친을 잃고 3년간 시묘 살이를 하고 숙종의 국상으로 3년 상을 치를 때에도 곁을 떠나지 않고 호위하였다는 내용이다. 의호총 뒤로는 금사하의 부모 묘가 있고, 왼편으로는 금사하와 호랑이의 동상 그리고 여막을 조성해 놓았다.

 

트레킹 중 만나는 재밌는 코스는 '술샘(酒泉)'이다.

주천면의 유래가 되는 지명이다. 큰 바위에 한자로 '주천(酒泉)'이란 글씨가 새겨져 있다.

술샘의 유래는 이렇다. 술샘에서 나오는 물을 양반이 마시면 청주 맛이 나고 상민이 마시면 막걸리 맛이 났다고 한다.

어떤 상민이 이 물을 마시니 역시 막걸리 맛이 났고 상민으로 사는 것도 억울한데 이 물까지 나를 무시하는구나 싶었다.

이를 악물고 돈을 번 그는 훗날 돈을 주고 양반을 사고 다시 술샘에 가서 물을 마셨다. 하지만 역시 막걸리 맛이 났다.

이에 화가 난 그는 아예 그 술샘을 파버렸다. 이 후 술은 더 이상 나오지 않고 맑고 찬 샘물만이 나오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전국적으로 막걸리열풍이 한참 불고 있는 요즘 정작 주천면에는 문을 연 막걸리 도가가 없다.

 

술샘 지척에 망산 입구가 있다. 입간판을 따라 계단을 오르면 누각 빙허루가 보인다.

빙허루는 정면 4칸, 측면 2칸에 팔작지붕을 한 이층누각이다.

주천현청 옆에 있던 청허루와 마주보며 멋진 경관을 자랑했던 건물이다.

하지만 관리 소홀로 붕괴된 것을 1929년 주민들이 돈을 걷어 빙허루를 복원했다.

가을색 가득한 망산 숲속 벤치에 앉아 추일서정을 맛본 후 숲길을 따라 3분 정도를 내려가면 주천 강변으로 가는 길과 위쪽으로 올라가는 할딱고개 갈림길이 나선다. 고개가 너무 높아 숨 차는 모습이 할딱거린다고 해서 붙여진 할딱고개 코스를 택하면 소요시간이 더 늘어난다.

 

고갯길 대신 오른쪽으로 향하면 남한강의 지류 주천강이다.

주천강은 길이 95km의 제법 긴 강이다. 평창군-횡성군-홍천군의 경계에 있는 태기산(1261m)이 발원지다.

망산 갈림길에서 강쪽으로 5분 정도를 내려가면 타작을 기다리는 누런 콩밭이 펼쳐진다. 가을이 실감나는 전경이다.

 

이윽고 재미난 추억의 체험거리인 '쌍섶다리'가 나타난다.

변변한 시멘트 다리가 없던 시절, 섶다리는 물을 건너는 최고의 수단이었다.

장마철이 지나면 마을 사람들이 'Y'자형 아름드리나무를 베어다 다리기둥을 삼고 나무 가지를 얼기설기 엮어, 그 위에 황토흙을 깔고 다리를 만들었다. 하지만 이듬해 큰물이 지면 다리가 유실되는 '1년 살이' 였다.

영월 주천면의 쌍섶다리는 나름 유래가 깊다.

1457년(세조3년) 가을, 단종이 영월에서 사약을 받자, 백성들 사이에는 세조의 처사를 온당치 않게 여기는 분위기가 면면히 이어졌다.

그러던 중 1699년(숙종 25년), 조정에서는 부임하는 강원관찰사로 하여금 반드시 단종을 모신 장릉을 참배하게 하였다.

하지만 원주에서 오는 관찰사 일행의 사인교는 일반 외섶다리를 건널 수 없었다.

이에 주천강을 사이에 두고 동쪽은 주천리, 서쪽은 신일리 사람들이 맡아서 다리를 하나씩 놓았다. 주천 쌍섶다리의 유래다.

 

주천의 쌍섶다리 놓기는 민속놀이로도 전승돼오며 해학 가득한 구전 민요도 함께 불렸다.

 '…// 장릉 알현 귀한 길의/ 강원감사 그 행차가// 에헤라 쌍다리요/편안히 건너도록// 감사다리 놓아주세/에헤라 쌍다리요//…// 감사행차 쌍다리나/이불 속에 쌍다리나//에헤라 쌍다리요/쌍다리는 일반이라//…'

 

출렁거리는 쌍섶다리를 건너 발길을 재촉하면 강원도문화재자료(제71호)로 지정된 김종길 전통가옥을 만난다.

1827년(순조 27)에 건립된 팔작지붕의 'ㄷ자' 집으로 전형적인 영서지방의 민가이다.

고택 구경을 마치고 고기 굽고 빵 찌는 냄새를 따라 장터로 돌아오면 맛난 미식거리가 즐비하다.

간만의 트레킹에 뱃속이 출출해지면 눈에 보이는 게 다 맛있어 보인다. '시장이 반찬'이라는 말을 절감하게 된다. 

 

 

삼겹살 보다 싼 한우에 꼴두국수-주천묵밥 등 '별미' 

 

  

▶삼겹살 보다 싼 '한우'

 영월 주천에서는 시중가 보다 50~80% 저렴한 한우를 구입, 맛볼 수 있다.

 산지에서 바로 잡은 질 좋은 1등급 이상의 한우를 300g 1만4000원, 한우 육회 300g 8000원 등 저렴하게 구입이 가능하다.

   정육점에서 고기를 구입해서 인근 식당을 찾아 먹는 방식이다.

   상차림 비용 3000원(1인당)이면 기본 찬과 상추, 양념 등으로 고기를 구워 먹을 수 있다.

 값싼 한우고기 값의 비결은 유통마진을 대폭 줄였기 때문이다.

   영월 등지의 축산 농가에서 소를 구입해 바로 도축, 소비자의 손에 건네기 때문이다.

 주천 토박이 박상준 사장이 운영하는 다하누 주천사거리점(033-372-2286)의 경우 '암소 저온 숙성 전문점'으로 유명하다.

   그만큼 고기가 연하고 육즙이 풍부하다. 이 집의 경우 등심 (1만875원)과 안심(9525원) 등을 저렴하게 맛볼 수 있다. 각 150g 기준.

 

 ▶추억의 웰빙 미식거리

 강원도 음식은 산과 밭에서 나는 식재료가 기본으로 기름지지 않고 담백한 게 특징이다.

   특히 영월의 토속음식인 묵밥, 콩요리, 메밀국수, 다슬기탕, 찐빵 등은 건강에 좋은 '웰빙 식단'에 다름 아니다.

 ◇묵밥='주천묵집'이 유명하다. 도토리묵밥과 메밀묵밥이 별미. 직접 만든 묵을 사용한다.

      묵밥은 양파, 다시마, 무를 넣어 4시간 우려낸 육수에 젓갈을 넣지 않은 김치와 김가루, 깨를 얹어 내는데,

      찰좁쌀로 지은 밥을 함께 말아 먹는 맛이 일품이다. 5000원. (033)372-3800

 ◇꼴두국수=가난한 시절 물릴 정도로 먹는 음식이다 보니 '꼴도 보기 싫다'고 해서 '꼴두국수'라는 이름을 얻었다.

      '신일식당'이 대표 맛집으로 메밀 꼴두국수(4500원)와 겨울에는 강원도 김치 만두를 맛볼 수 있다.

       담백 고소한 면발에 얼큰 걸쭉한 국물 맛이 일품이다. 한 그릇을 비워도 배가 곧잘 꺼진다. (033)372-7743

 

◇ 찐빵 

 

◇주천찐빵=추억의 간식거리다. 호빵 보다는 약간 작은 게 달짝지근한 팥앙금이 별미다.

주천면 일대에 찐빵집이 여러 곳 있다. 국내 찐빵 중 최고의 맛이라 이를 법하다.

주천농협앞 '주천옛찐빵'이 유명하다. 8개 3000원. 전국 택배 가능. (033)372-4936

 

 ▶만추에 더 아름다운 곳

 ◇법흥사=국내에는 부처님 진신사리가 모셔져 있다는 적멸보궁이 5곳 있다.

     설악산 봉정암, 오대산 상원사, 영취산 통도사, 태백산 정암사, 영월 법흥사가 바로 그곳이다.

     법흥사 가는 길은 그 계곡과 진입로의 풍광이 압권이다. 특히 만추의 법흥사계곡은 단풍놀이를 겸한 산림욕코스로 그만이다.

 

 ◇장릉=조선조 제6대 단종대왕의 묘소이다.

      단종은 숙부 수양대군에게 왕위를 빼앗기고 1456년 6월 첩첩산중 영월 청령포로 유배돼

      이듬해 사약을 받고 17세의 어린 나이에 승하한 비운의 왕이다.

      단종이 세상을 뜨고 시신을 치우는 이가 없자 영월호장 엄홍도가 시신을 거두어 모신 곳이 바로 장릉이다.

      아름드리 소나무숲이 수려하다.

 

          *단종대왕이 영월로 유배된 기록은 1456년 또는1457년 6월이다.(영월도착 6월28일. 승하 10월 24일)

            조선왕조실록은 1457년이라 하고, 사학에서는 1456년이라 한다.

            날짜는 음력으로 추정된다.

            역사이기 때문에 년도를 역사학계에서 확실하게 통일할 필요가 있다.

 

 ◇청령포=단종의 유배지로 영월군 남면 광천리 장릉 인근에 자리하고 있다.

      물굽이가 휘감아 돌아 삼면이 강줄기와 접하고 뒤로는 험준한 절벽으로 둘러쳐진 천혜의 절경이다.

      때문에 육지속의 섬처럼 연락선을 타고 오가야 한다.

   이밖에도 영월에서는 요선정, 선돌, 한반도지형, 박물관 기행 등 볼거리가 빼곡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