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섭
영월 주천생
전 강원도교육청 근무
현 춘주문학회장
수필시대 신인상
수필시대 : 격월간 제5권 2005.11.1. 발행. 등록(문화 마-02851)
2005 11/12 p312~313
[수필시대 誌 신인상 당선작 2편. 빼앗긴 숲, 겨울나무]
빼앗긴 숲
- 권 영섭 -
다래산은 우리가 사는 주천면소재지에서 좌편 쪽에 있는 큰 산이다.
동네 노인 분들 구전에 의하면 병자년 개락(홍수)때 산꼭대기가 다래 덩굴만큼 남아서 다래산 마주 있는 송학산은 송이 발만큼 남았다고 해서 송학산이라는 이름이 각 각 붙어지게 되었단다.
마주보는 두 산은 각자의 끝자락에 총총히 마을을 메달고 있고 그 발치에는 서강 상류인 주천강의 맑은 물이 흐르고 있다.
우리 집은 송학산 자락에 메달려 있어 마주보는 다래산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을 풍경을 어려서부터 늘 바라보면서 자라왔다.
다래산은 산동백 굴참나무 서렁나무로 숲을 이루고 있지만 굴참나무가 많고 크고 오래되어 도토리가 많이 열리고 있다.
가을이면 부지런히 사람들이 도토리를 몇 말씩 주어다 묵을 쑤어 이웃과 나누어 먹곤 하지만 그곳은 다람쥐 청설모 산돼지가 도토리를 주식으로 살아가는 삶에 터전이기도 하다
성품이 착한 시골사람들이라 어느 산식구 하아 다치려 들지 않기에 서로를 탓하지 않고 넉넉하게 살아가는 숲에 천국인 것이다.
그러던 어느 해 고개 하나 넘어 입석리에 코끼리표 시멘트공장이 들어서면서 다래산이 시멘트원석 산으로 파헤쳐지기 시작된 것이다.
밤낮으로 나무가 잘려나가고 뿌리까지 케여지고 급기야는 산에 풀과 흙까지 벗겨내는 토피작업까지 이루어진 것이다.
그 울창하여 아름답고 도토리 많이 열리던 숲은 사라지고 코끼리 뼈 같은 뿌연 석회석만 삐죽 삐죽 발려지고 말았다.
워낙 큰 산이라 백년을 파먹는다고 사람들이 호들갑을 떠는 사이 기계소리에 놀라고 화약냄새에 지친 산식구들은 쓰러지는 나무를 피해 파여지는 흙더미를 피해 뿔뿔이 흩어지게 되었다.
말대로 백년을 두고 파먹을 산이라면 산식구들 새로운 터전으로 옮겨갈 말미도 주고 사람들에 미관도 생각해서 조금씩 파먹으면 좋을 것을 한번에 통째 삼킬 요량으로 그 큰 산 울창한 숲을 단숨에 홀랑 벗겨낸 것에 대해 그 내용을 모르는 나는 무척이나 의아하고 유감이다.
주천강 줄기인 우리 앞강은 동네사람 모두가 어려서부터 즐겨 멱을 감는 곳이며 들에서 일할 때면 으레 여울에 입대고 물을 마시던 곳이다.
맑은 물속에는 고기도 많았다.
여울에는 피라미, 불거지, 쉬리, 비가 하얀 납작한 돌 밑에는 빨간 퉁바리가 침을 세우고 살았으며 조금 깊은 곳에는 붕어, 납자루, 말미꾸라지가 많았다.
넓적한 바위 밑에는 뱀장어, 메기, 빠가사리, 쏘가리, 꺽지가 군림하며 살았다.
그러던 앞강이 다래산이 파헤쳐지면서 붉은 토사가 흘러내려 강에 모양도 바꿔 놓고 발치에 흐르는 맑은 물은 흐려져서 지천으로 살던 누치, 어름치, 쉬리가 씨가 말랐단다.
다이나마이트가 요란하게 터지고 화약 냄새가 진동하던 날 다래산 마을 뉘 댁 아저씨가 주천읍내 갔다가 친구 분 만나 약주 한잔하고 집에 오는데 달밤에 집채만 한 산돼지가 새끼들을 데리고 강을 건너고 있더란다.
강을 건너는 산돼지들은 열댓 마리는 족히 돼 보이고 송학산 쪽으로 올라가는데 그날따라 달이 그리 밝더란다.
이런 슬픔 속에도 나는 희망을 갖어 본다.
달밤에 강을 건너는 돼지 가족을 보고 마음 아파하는 아저씨가 있고 또 이웃이 있고 그 후손이 있는 한 자연을 사랑하고 숲을 가꾸어 흩어진 다래산 가족들이 백년 후에 그곳에서 다시 만날 수 있도록 꼭 그렇게 되도록 숲을 만들어 주리라 믿고 싶기 때문이다.
강물에선 많은 물고기가 살아가듯 크면 큰 대로 작으면 작은 대로 그 숲속에도 많은 가족들이 모여 우리가 알게 또는 모르게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산을 보고 숲을 못 보는 눈을 씻고 모든 자연을 사랑하고 숲을 가슴으로 대하는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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