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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시멘트 공장, 쓰레기 소각장인가

心 鄕 2006. 9. 6. 16:50
뉴스: 시멘트 공장, 쓰레기 소각장인가
출처: 미디어다음 2006.09.06 13:02
출처 : 사회
글쓴이 : 미디어다음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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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9월 6일 (수) 13:02  미디어다음
 

시멘트 공장, 쓰레기 소각장인가


산업폐기물 활용 국산시멘트 유해물질 검출 논란


분진 악취 토양오염.. 주민들 "고통 말로 못해"


미디어다음 / 김준진 기자


산 좋고 물 좋은 강원도 영월군 일대 주민들이 화났다.

더는 참을 수 없다는 태세다.

 

이곳에 밀집한 시멘트 공장들이 내뿜는 분진을 더이상 견디기 어렵다고 한다. 주민들은 최근 몇년새 중금속이 다량 포함된 분진 탓에 주거환경은 말할 것도 없고, 이 곳에서 나는 농산물의 오염 정도가 심각하다고 주장한다. 지난 수십년 동안 겪었던 분진과 차원이 다르다는 것이다. 인근 시멘트 공장들이 바로 '쓰레기'(산업폐기물)를 태워 시멘트를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기자는 최근 시멘트 공장 세 개가 모여 있는 그곳을 찾았다. 이 가운데 한 개의 공장은 접경지역 바로 너머 충북 제천시에 있다. 현지에서 '서강 지킴이'로 알려진 환경운동가 최병성 목사의 안내를 받았다.

깊은 산속에 듬성듬성 조그만 마을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는 이 곳. 그러나 이 곳은 시골답지 않았다. 상쾌한 공기는커녕 왠지 모를 매캐한 냄새가 코끝에 묻어났다. 마을을 품고 있는 산등성이마저 짙푸른 초록 빛깔을 잃었다. 이상하리만치 희끗희끗 뿌옇기만 하다. 왕복 2차선 국도의 가드레일도 페인트를 칠한 듯 누렇다. 현지 주민들은 바람의 방향에 유난히 민감했다. 바람에 실려다니는 분진 탓이었다. 한밤중이면 육중한 기계음 소리를 자장가처럼 듣는다고 했다. 인근 시멘트 공장들이 산업폐기물을 대량으로 소각하면서부터 빚어진 일이다.

시멘트 공장 담장 너머 수북이 쌓인 ‘폐타이어’ ‘폐주물사

실제로 시멘트 공장마다 담장 너머로 폐타이어들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폐타이어 뿐만이 아니었다. 폐주물사와 폐비닐 등도 여기저기 널려 있었다.

폐타이어는 시멘트를 제조하는 과정에서 보조연료로 태워진다. 폐플라스틱과 폐비닐, 고무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일부 공장에서는 물기가 많은 하수찌꺼기도 '보조연료'라는 이름으로 소각한다고 한다. 폐주물사, 동슬래그, 소각재 등은 시멘트의 부원료로 사용된다. 이들은 주로 파쇄해 석회석과 함께 시멘트 소성로에서 굽는 과정을 거친다.


A공장에 수북이 쌓여 있는 폐타이어. 폐타이어는 주연료인 유연탄보다 열효율도 높아 보조연료로 가장 '애용'되는 산업폐기물이다. [사진=미디어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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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멘트 원료 가운데 하나인 규석 대신 부원료로 많이 사용되는 폐주물사가 가득 쌓여 있다. 폐주물사는 소성로에 그대로 들어가 고온에서 가공된다.[사진=미디어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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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 두 대 가득 쌓인 폐전선과 고무류. 무엇이 얼마나 섞여 있는지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다. [사진=미디어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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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무를 비롯한 각종 유사 산업폐기물이 섞여 있다. [사진=미디어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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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공장의 담장 너머로 폐타이어가 쌓여 있다. [사진=미디어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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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 C공장의 폐기물 적립장에도 분쇄된 폐타이어 조각이 쌓여 있다. [사진=미디어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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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멘트 공장에서 폐타이어가 보조연료로 쓰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 1995년. 당시 폐타이어 처리 문제로 골치아픈 상황에서 정부가 내놓은 궁여지책이었다. 1999년 8월 시멘트 소성로가 소각시설로 인정됐고, 2000년대부터 폐타이어를 비롯한 산업폐기물의 보조연료 사용량이 급증했다. 2003년에는 약 267만톤이 시멘트 소성로에서 보조연료로 태워졌다. 국내 폐기물의 42%가 시멘트 공장에서 소각된 것이다. 최근에는 열효율성이 뛰어난 폐타이어가 없어서 못 태운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한다.

시멘트 공장에서 산업폐기물을 태우는 이유는 간단하다. 비용절감을 위해서다. 시멘트는 제조 공정상 대규모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석회석 등 천연광물 원료를 고온의 소성로로 구워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석회석을 시멘트 제조의 중간단계인 클링커로 만드는 필수과정이다. 소성로는 섭씨 1450도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시멘트 공장들은 소성로의 땔감으로 10여년전까지 유연탄을 주로 써왔으나, 폐타이어 등을 보조연료로 쓰면서 비용을 많이 줄일 수 있게 됐다. 더구나 폐타이어 등 산업폐기물의 경우 꺼꾸로 처리 대가를 받을 수 있어 꿩 먹고 알 먹는 격이 됐다.


시멘트 제조에서 산업폐기물과 부산물을 활용하는 과정. [그림=시멘트 업체 홈페이지]

갈수록 비싸지는 천연광물 원재료 값도 줄일 수 있었다. 석회석 이외에 철광석, 점토, 규석을 폐기물로 대체하게 된 덕분이었다. 제철소에서 나오는 슬래그는 철광석, 폐주물사는 규석, 각종 연소·소각재는 점토의 대용 자재로 쓰인다. 이들 역시 시멘트 업체들이 폐기물 처리 대가를 따로 챙길 수 있는 품목들이다.


폐타이어가 소성로로 들어가기 위해 옮겨지고 있다. [사진=미디어다음]

정부의 자원재활용 정책에서도 시멘트 소성로는 환영받았다. 소성로의 내부 온도가 섭씨 800~1000도 안팎인 폐기물 소각장 보다 훨씬 높기 때문에 각종 중금속과 다이옥신 등 유해물질이 대부분 사라지게 된다는 논리가 우세했다. 웬만한 산업폐기물들이 완전 소각된다는 것이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시멘트 공장들은 대기법 등으로 철저하게 규제 받는 소각장에 비해 훨씬 자유롭게 산업폐기물을 태우고 이용해왔다. 다양한 폐기물의 소각재가 또 하나의 오염물질이 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한 면밀한 검토는 없었다고 한다.

현재 시멘트 소성로는 시·도지사에게 재활용신고만 하면 폐기물을 부원료와 보조연료로 사용할 수 있다. 반면 폐기물 소각시설은 환경부 장관의 폐기물처리시설 승인과 폐기물처리업 허가를 받아야만 한다.

"폐기물 전처리 기술, 선진국에 한참 뒤쳐져"..그래도 문제없다?

문제는 시멘트 업체들이 이 같은 각종 산업폐기물과 부산물을 시멘트 제조공정에 사용하면서 충분한 사전처리(전처리)를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A 공장 고위 관계자도 이 점을 인정했다. 그는 "산업폐기물을 시멘트 제조에 활용하고 있는 독일, 일본 등 선진국의 폐기물 전처리 기술 수준이 100이라면 국내 기술 수준은 20 정도"라고 말했다.

이에 더해 폐기물 처리 관련 전문가들은 시멘트 업체로 산업폐기물들이 무작위로 유입되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지정폐기물로 분류, 철저히 관리돼야 할 폐기물들이 일부 유통업자들에 의해 일반폐기물과 뒤섞이는 일이 많다는 얘기다. 지정폐기물 처리를 하려면 많게는 수십배의 비용이 더 드는 탓이다.

실제로 폐유를 최종처리업체에서 처리하려면 톤당 27만1000원을 줘야 하지만 시멘트 공장에는 1만3000원의 처리비용이면 된다. 굳이 비싼 비용을 들여가며 전문처리업체에 맡길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 때문에 시멘트 업체로의 폐기물 반입량은 지자체에 신고된 것과 실제가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2004년 기준 지자체 신고량과 시멘트업체의 반입량은 각각 109만톤과 5897만톤이다. 무려 54배 차이다.



지자체에 신고된 산업폐기물 반입량과 시멘트 업체가 자체적으로 파악한 양이 크게 차이가 난다. [자료=한국환경사회정책연구소]

이처럼 산업폐기물 관리가 허술하다보니 국내에서 생산되는 시멘트의 중금속 함량이 외국산에 비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환경사회정책연구소(이하 한사연)가 지난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산 시멘트의 유해중금속 함량은 중국산 등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중국에서는 아직까지 산업폐기물을 시멘트의 부원료 또는 보조연료로 사용하지 않는다.

대표적 유해중금속인 6가 크롬의 경우 영월군 외의 지역에서 생산되는 시멘트에서 1.7mg/l가 나와 지정폐기물 유해물질 함유기준인 1.5 mg/l를 초과했다. 영월군 지역장에서 생산되는 A제품은 0.51mg/l, B제품은 0.96mg/l 등으로 기준치를 밑돌았다. 그러나 폐기물을 원료로 쓰지 않는 중국산에 비해서는 무려 9~170배 높은 것이다. 6가 크롬은 알레르기성 접촉성 피부염을 유발하는 동시에 발암물질로 잘 알려져 있다.
문제는 이 기준이 시멘트 제품의 유해물질 함유 기준이 아니라 '지정폐기물'에 대한 기준이라는 점이다.

이에 앞서 실시된 노동환경건강연구소(이하 노건연)의 조사에서는 국내산 시멘트에 포함된 6가 크롬 함유량이 외국에 비해 상당히 높게 나왔다. 국내 5개 시멘트 제품에서 33.06~89.61mg/kg의 6가 크롬이 검출됐다. 덴마크 등 북유럽 규제기준인 2mg/kg에 비해 17~45배나 높은 것이다. 우리 정부도 시멘트 유해물질 함유를 명확하게 규제하는 기준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는 방증이다.

지역주민 “악취 때문에 자다 일어나 공장 가서 따졌다”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분진과 악취도 지역 주민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다. C공장은 최근 세차장 한 곳을 지정, 지역민들에게 무료 세차 서비스를 하고 있다. 분진 피해를 일부 시인한 셈이다.


올초 눈이 조금 내린 후 자동차 표면 위에 남겨진 분진. [사진=미디어다음]

한국화학시험연구원(이하 한화연)이 지난 2005년 11월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시멘트 분진에 포함된 중금속 성분은 납 280mg/kg, 구리 67 mg/kg, 비소 28 mg/kg 등이었다. 지정폐기물 유해물질 함유기준과 단순비교할 때 각각 96배, 22배, 18.6배에 이른다.

B공장에서 100여 미터 떨어진 곳에 사는 홍 아무개씨(65). 약 40년 동안 그곳에서 살아왔다. 그가 분진을 경험한 것은 최근 2~3년 사이다. 그는 "아유, 말도 못해요. 한여름에도 창문을 못 열고 살아요. 시커먼 먼지가 쌓여갖고. 냄새는 또 어떤데…. 기자 양반, 제발 우리 같은 늙은이, 숨 좀 제대로 쉬며 살 수 있게 해줘요"라고 하소연했다.

3년 전 인근 C공장을 새벽에 '쳐들어간' 서 아무개씨(54). 그는 잠을 자다가 심한 악취에 잠을 깼고 도저히 참을 수 없어 C 공장으로 찾아갔다. 회사측에 항의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오죽 냄새가 심했으면 그 새벽에 항의하러 갔겠어요. 근데 오히려 공장에서 저를 경찰에 신고하더군요. '무단 침입'이라고. 힘없는 주민들만 당하는 거지요. 전국에서 온갖 쓰레기를 다 가져와 태우면서…"라고 했다.

A공장에서 수십년 일했던 민 아무개씨는 "정말 너무한다. 쓰레기를 태우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공장 사정을 잘 알기에 양심에 가책을 느낀다. 시멘트 공장은 지역 주민들을 위해 확실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A공장 바로 옆에 마을이 있다. [사진=미디어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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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주변 토양오염도 전국 평균치의 수십 배

공장 주변 지역 토양오염도 우려할 수준이다. 이 지역 농산물의 중금속 함유량도 심각하다.

지난해 환사연이 시멘트 공장 주변 지역의 지렁이 체내 중금속을 측정했더니 비소가 토양오염 우려기준인 6mg/kg을 초과, 전국 평균치(환경부, 2004년)의 62~178배인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지점 7개소 가운데 네 곳을 측정한 결과다. 2개 지점의 카드뮴도 기준치인 1.5mg/kg을 초과했다. 각각 2.7mg/kg, 2.3mg/kg이 검출된 것이다.

한화연이 지난해 11월 농산물 중금속 함유량을 측정한 결과,배추에서는 0.4 mg/kg의 크롬이 나왔다. 전국 평균치의 17.3배를 넘는 수치다. 사과에서는 크롬 0.3 mg/kg, 구리 5.9 mg/kg이 검출돼 각각 전국 평균치를 2배와 5배 초과했다.


지난해 가을, 지역 농산물 중 하나인 사과가 심하게 손상돼 있는 모습. 시멘트 분진의 영향인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미디어다음]

승춘배 영월군의원은 "주민들의 피해에 눈감고 있던 시멘트 업체들이 최근들어 대화에 응하기 시작했다"며 "산업자원부와 양회협회가 공동으로 연구용역을 추진해 정밀 조사하는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최병성 목사는 "지난 2003년에 과학부 환경부가 시멘트 업체들과 34억원을 들여 공동 연구했지만 결국 폐주물사를 시멘트 공장에 몰아주는 명분만 줬다"며 "지난 10년 동안 사실상 쓰레기로 시멘트를 만들면서도 인간과 주변환경에 미치는 객관적이고 제대로 된 연구 한번없었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되물었다.


공장 인근 지방도로 가드레일은 페인트로 칠한 듯 누렇다. 변색된 부분은 이미 고착화돼 손으로 만져도 묻어나지 않는다.[사진=미디어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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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과 바로 인접한 밭에서 일하고 있는 지역 주민들. [사진=미디어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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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법 준수하고 있다..지역주민들 주장에 지나친 면 있어"

반면 시멘트 업체들은 공장마다 분진을 대부분 걸러내는 백필터가 설치돼 있어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C공장 환경안전과 관계자는 "폐기물 반입 전에 철저한 시험을 거쳐 부적합 폐기물은 반입을 금지해왔다"며 "공장 배기가스도 현행 대기보전법을 충족하고 있지만 더욱 완벽한 분진 여과 기능을 갖춘 백하우스 설치를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A공장 관계자도 "각종 현행 기준치를 절대 벗어난 적이 없었다"며 "지역 주민협의회가 지나친 요구를 하는 측면도 있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지역 주민들의 주장이나 환경단체들의 조사 결과는 시멘트 공장이 산업폐기물을 활용하는데 따른 영향을 면밀하게 따지고 유해물질 기준도 재정비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시멘트 제조에 산업폐기물과 부산물을 활용하는 문제는 앞으로 철저히 풀어가야할 숙제가 아닐까.


날이 저무는 가운데 시멘트를 담은 레미콘 차량이 또 어디론가 공사 현장을 향해 길을 재촉하고 있다. [사진=미디어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