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아침에는 선뜻한 추위를 느낀다.
바람까지 차갑게 느껴지도록 나무들이 심하게 흔들릴 정도로 불어오는 이 가을바람에
긴 팔의 덧옷을 입어야만 하는 오늘이다.
그렇게도 뜨겁게 내리 쪼이던 한여름의 태양빛은 분명 엊그제인데
이렇게 하루가 다르게 성큼 성큼 큰 걸음으로 가을이 올 줄이야 ...
준비된 늦가을이 아닌 나에게는 조금 성급한 가을인가 보다
산속 숲에서는 자신들의 생명을 유지하기위해 하나 둘 비워내기 시작하여 옥수를 내어 보내니
나뭇잎들이 파란 모습에서 점 점 연한 색깔로 물들어가고 있다.
그들은 계절의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준비를 하는 것이다
작은 들판이지만 논에 심겨져 있는 벼들은 누런 금빛으로 더욱 진하게 변해지고
내년에 다시 새싹이 나도록 해야 할 것을 알고 있는 식물의 씨앗들은 각자가 가지고 있는
그들만의 독특한 방법으로 멀리 멀리 그리고 더욱 멀리 자신의 2세들을 번지게 하고 있다.
친구와의 만남들 또한 이 가을에 접어들면서 한해가 또 지나가고 있음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늘어나는 나이에 하얗게 변해가는 머리카락들이 그 숫자를 더해가고
어금니들이 아래위로 2개 이상씩 빠져버려 ...
그 탱탱해 보이던 얼굴의 볼이 폭 들어가 보이는 모습들이다
그렇게 시간이 지날수록 예전에 할머니 할아버지의 모습에서 볼 수 있었던 것처럼
그분들과 꼭 같은 얼굴로 변해가고 있다.
나 자신부터도 어제 잡힌 사진에서 쑥 들어간 볼의 얼굴을 보고는 좀 놀랬다고 해야 한다
깡말라서 살이 좀 붙었으면 하는 마음이지만 그게 어디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일까?
그냥 세월 따라 몸 도 따라가야 하는 것이 사람 사는 이치이고 더 큰 의미로 이야기 한다면
나 자신의 인생이라는 것일 것이다.
오늘의 이시간이 나에게든 타인에게든 아무것도 아닌 그저 그렇고 그런 하루의 일상이겠지만
나에게는 오늘이라는 이 시간이 지나고 내일 모래 그리고 다시 지난겨울처럼 그 계절이 되돌아 왔을 때
오늘의 지금 이 순간의 기록들과 모습이 담긴 사진을 보게 된다면.....
나의 지난 일이었고..내 인생으로 되 비쳐질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나는 기록이라는 것에 매우 집착해 있는지도 모른다.
지금 이순간의 모습들이 어색하고 볼썽사납고 남에게 예뿐 모습만 보였으면 ..하는 바램들이 있지만
모든 일..아니..나의 인생에 어디 좋고 예쁘고 행복한 모습만이 있으랴...
단지 지금이라는 이 시간을 꾸밈이 없이 있는 그대로를 기록한다는 것...
그것이 먼 후일에는 진솔한 삶을 살았다고 자부하는 커다란 자산이 될 수 도 있다.
젊은 시절에는 왜 그렇게도 모든 일들이 불만족스럽게 보였는지도 ..지금 생각해보면
왜 그렇게 나에게는 보였는지...
모든 일들이 나에게는 부족했던 거고
나에게는 없던거고
나도 공유하고 싶었고
나도 가지고 싶었고
하는 ...나 자신의 욕심에서였을 것이다.
욕심이라는 말이 뭐 대단한 의미를 두고 있는 것으로 여기고 있었던 지난 젊은 시절이라고 말하고 싶다.
욕심....거창한 단어임에는 틀림이 없다
아주 사소한 것의 지난 일들도 지금 이 나이에 보았을 때 ...
그것이 바로 욕심이었다는 것을 느끼고 있으니
철이 들었다고 이야기해야 하고 조금 더 앞선 이야기로 한다면 "세상 다 살았구먼" 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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