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밀꽃이 핀 것은
김원식
산자락에 기대어
피어난 이유가 있었다.
어디에 던져지든 살아야 하기에
바람이 부는 곳에는 키를 낮추고
젖은 땅에는 뿌리를 넓게 펼쳤다.
가진 것 다 줄 수 있는 만남을 위해서는
새순을 키워내고 밤하늘에 별을 담아
꽃을 피워야만 했다
속살 하얗게 한 점 검을게 없는
씨앗을 맺어야만
어디에서든 꽃을 피울 수 있으니까
아무도 찾는 이 없는 산자락 아래
하얗게 피어난 메밀꽃을 보았습니다.
바람이 부는대로 몸을 맡기고
씨앗의 겉 모양이야 검게 보이겠지만
속살 만은 하얗게 맺으려고
피어난 꽃무리를 보았습니다.
오늘 찾아온 벌떼들에게
아낌없이 다 주는 작은 꽃들에게는
내일은 맺으리라는 희망을 않고
씨앗이 어디에 던져지든
있는곳 탓하지 않고
다시 피어나는 메밀꽃을 보았습니다
'詩, 그냥'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겹겹 접은 향기는 (0) | 2008.09.13 |
---|---|
가고 싶은 기다림이 있다 -김원식 (0) | 2008.09.11 |
등짐 - 김원식(김귀례 선생님께 드리는 詩) (0) | 2008.08.22 |
그저 바라만 보기보다는/김원식 (0) | 2008.07.26 |
아지랑이 구름마을/김원식 (0) | 2008.07.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