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그냥

메밀꽃이 핀 것은 -김원식

心 鄕 2008. 9. 8. 23:50

메밀꽃이 핀 것은

                 김원식

 

산자락에 기대어
피어난 이유가 있었다.

 

어디에 던져지든 살아야 하기에
바람이 부는 곳에는 키를 낮추고
젖은 땅에는 뿌리를 넓게 펼쳤다.

 

가진 것 다 줄 수 있는 만남을 위해서는
새순을 키워내고 밤하늘에 별을 담아
꽃을 피워야만 했다

 

속살 하얗게 한 점 검을게 없는
씨앗을 맺어야만
어디에서든 꽃을 피울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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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찾는 이 없는 산자락 아래

하얗게 피어난 메밀꽃을 보았습니다.

 

바람이 부는대로 몸을 맡기고

씨앗의 겉 모양이야 검게 보이겠지만

속살 만은 하얗게 맺으려고

피어난 꽃무리를 보았습니다.

 

오늘 찾아온 벌떼들에게

아낌없이 다 주는 작은 꽃들에게는

내일은 맺으리라는 희망을 않고

 

씨앗이 어디에 던져지든

있는곳 탓하지 않고

다시 피어나는 메밀꽃을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