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짐
김원식
주고받는 그 하나만으로도 사랑이었다
누구에게든 짐은 있게 마련이고
내려놓을 곳을 찾아 같이 걸어가는 길이다
왔다가 가는 것, 갔다가 다시 오는 것은
마음 따라 오고 가는
등에 짊어진 보따리에 있다
편안하게 해 주는 이, 사랑이었다
첫눈 내린 날, 아무도 걷지 않은 길을 걸어간
발자국을 따라가게 하는 이
오래도록 기억되고 함께하고 싶은 이다
같이 한다는 것은 나눔이다
노송이 우거진 산사의 숲속에서
신발을 벗어들고 머리에 쓴 모자도 벗고
발바닥에 느껴지는 묵직한 땅의 기운과
가느다란 머리카락에서부터 하늘의 기운을 받아드리는
그 순간, 꽁꽁 동여매어 짊어진 보따리를
풀어놓게 된다
누가 내려 놓아주는 것도 아니고
활짝 풀어 제쳐놓고 다시 챙겨주는
보따리 사랑이다
오후 6:16 2008-08-22
이 詩는 방송인이자 시인이신 김귀례 선생님이 내게 주시는 사랑에
쓰다가는 지우고 지웠다간 다시쓰던 편지 속에 담겨진 글 입니다.
김귀례 시인님은 지난 7월17일 연꽃단지에서 처음 만나뵙게 되었고
8월16일 시와 조각의 만남 전시회에 초대되어 영월을 오시게 되어
다시 뵙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8월 22일, '한국 시 대사전'이라는 크나큰 선물을 보내오셨습니다.
1908년부터 현재까지 1,251명의 시인분들의 약력과 소중한 詩 서너편식을 소개한
3,551페이지에 이르는 단행본으로 "많은 분들의 詩를 많이 읽고 또 읽어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보내주신, 너무도 소중한 선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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