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그냥

아지랑이 구름마을/김원식

心 鄕 2008. 7. 20. 15:56

구름마을 청년


                   김원식


회갑 넘은 스무 살 청년은
꼬부라진 허리에 숨 한번 크게 쉬며
잡목들로 가득한 노변에 길을 쳐낸다
근력이 모자라면 청춘을 회상하고
숨이 가쁘면 이 길 걷던 추억을 떠올리며
모두가 잘 다니게 길을 다듬는다


제 식구 먹여 살리느라 이른 새벽부터
한 겨울 땔나무를 해오고
길고 긴 밭고랑 돌아서면 또 한줄 남아있는데
서산의 해는 뉘엿뉘엿 저문다


차라리 밤이 좋다
온갖 시름 다 잊을 밤이 좋다
이대로 깨어나지 말았으면 했는데도
꼬부라지도록 무게가 실린다


망령 들렸다 할까봐
구부정한 등을 따라 세월을 보며
나보다 우리가 먼저라고
당장 이 자리에 묻혀도
웃음으로 떠날 이 일을 해보자는
술면마을 육십 청년의 입가에
아지랑이 피어난다

오후 3:38 2008-07-20 작

오후 3:32 2008-07-27 수정

이 글은 영월군 수주면 법흥1리에서 진행되고 있는 새농어촌건설운동에

온 몸으로 노력하고 계시는 마을분들에게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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