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27일 영월군 하동면 와석리에서 개최되는 제 11회 김삿갓문화큰잔치 개막식에서 시상하는
제4회 김삿갓문학상 수상자에 오세영 시인·서울대학교 명예교수가 선정·발표되었다.
이승훈 시인(한양대학 명예교수)을 위원장으로,
강희근 시인(경상대학 명예교수), 문효치 시인(국제펜클럽이사장), 고진하 시인을 위원으로 구성된 심사위원회는,
"최근 중요한 업적을 남긴 중견이상의 작가로, 가능한 당해 연도에 다른 상을 받지 않은 작가에 주안점을 두고,
응모작품과 추천작품 중에서 대한민국을 대표 할 수 있고,
난고 김삿갓 선생의 문학정신과 문학상의 취지에 맞고,
문학발전과 문학인들의 창작에 기여하는 시인을 선정하는데 심혈을 기울인 끝에
오세영 시인을 수상자로, “임을 부른 는 물소리 그 물소리”를 대표작품으로 선정하였다"고 9월23일 발표했다.
김삿갓문학상은, 조선시대 천재시인 시선 김삿갓의 시대정신 및 해학과 풍자의 문학세계를 계승하고
문학적 가치를 재조명하고자 지난 2001년,2002년, 2008년에 이어 금년에 4번째로,
상패와 시상금 2천만원을 시상하게 된다.
오세영(吳世榮 1942. 5.2).전, 한국시인협회장.현, 서울대 명예 교수
약력 : 전남 영광 출생, 전남 장성, 전북 전주에서 성장.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졸업. 동 대학 문학박사, 서울대학교 국문학과 교수역임(23년) 현재 서울대 명예 교수, 미국 버클리대 및 체코 챨스대 방문교수, 아이오아대학교 국제 창작프로그램 참여.
1965-68년 <현대문학>추천으로 등단. 시집으로 <시간의 뗏목>, <봄은 전쟁처럼>, <문열어라 하늘아>, <무명연시>, <사랑의 저 쪽> 등, 학술서로 <20세기 한국시 연구>, <상상력과 논리>, <우상의 눈물>, <한국현대시 분석적 읽기>, <문학과 그 이해> 등.소월시문학상, 정지용 문학상, 만해상 문학부문 대상
시집 <임을 부르는 물소리 그물소리> 작품 소개.랜덤하우스코리아(주) 2008. 1. 18발행
시집은 17번째 시집으로 총 7부로 이루어져 있다. 한국의 산과 강과 섬, 봉우리와 포구, 동네와 마을과 장터, 바위화 호수, 나무와 정자등 한국의 지리 지형 속에서 장소와 사물과 자연들을 노래하자한다, 시인은 시인으로서의 삶을 너그럽게 받아준 이 땅에 대하여 순결한 모국어로 헌사를 바치고자 했으니 시집은 태어나고 자라고 다시 영원의 시간으로 돌아가게 될 존재의 둥지에 대한 애정의 헌사다(김용희 문학평론가)
이숭훈 심사위원장의 심사평과 오세영 시인의 수상소감은 다음과 같다.
제4회 김삿갓문학상 심사평
김삿갓문학상 심사위원장 이승훈
짚신 신고 대지팡이 짚고 천리 길을 물처럼 구름처럼 방랑하며 사방이 집이라고 노래하는 난고 김병연 선생의 문학 정신을 기리는 문학상 제4회 수상자로 오세영 시인을 선정한다. 오세영은 1968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하여 초기의 모더니즘, 중기의 불교와 노장사상, 후기의 문명 비판을 지향하는 순수시의 세계를 노래한 한국 전통 서정시의 대가이다
이번 수상작이 되는 시집 “임을 부르는 물소리 그 물소리”는 국토를 순례하며 조국의 자연을 찬미한 기행 시로 김삿갓 문학상의 심사 기준인 현장성에 부합하고 세속적 욕망과 도시 문명을 비판한다는 점에서 김삿갓 문학정신을 현대적으로 수용하고 이런 특성이 또한 김삿갓의 연결성과 통한다.
김삿갓의 실험 정신이 미약하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이 시집은 김삿갓이 보여준 방랑과 유량과 순례 의식의 일부를 발전시킨 기행 시집으로 우리 현대시사에 새로운 기념비가 될 것이다. 이에 심사위원 전원의 만장일치로 오세영을 제4회 김삿갓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한다.
<수상소감> 영월, 아름다운 시의 나라
오세영(서울대 명예교수)
존경하는 영월 군수님, 영월 군민님 그리고 제 시를 키워주신 독자 제위와 심사위원 여러분 오늘 제게 ‘김삿갓’의 이름으로 문학상을 주신 것을 진심으로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또 감사를 드립니다.
저는 등단 이후 40여 년간 시작에 몰두해 오면서 지금까지 몇 개의 문학상을 수상한 적이 있었습니다. 나름대로 영광스럽고 고귀한 상들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격려와 사랑 속에 저는 이나마 우리 문단의 한 구석을 지켜 올 수 있었습니다. 그럼에 불구하고 저는 오늘 받는 이 문학상만큼 그 의의가 큰 문학상도 찾기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까닭에 오늘의 수상은 제게 감회가 크고 다시한번 시인으로서의 마음가짐을 성찰하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습니다.
제가 처음 지면을 통해 ‘김삿갓 문학상’이라는 상이 영월군에 의해서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저는 잔잔한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것은 두가지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하나는 지방에서 운영되면서도 전국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이었고 다른 하나는 중앙정부가 아니라 지방자치 단체에서 운영하는 최초의 상이라는 점이었습니다. 그리고 문득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아, 우리나라도 드디어 이제 문화적 선진국의 대열에 끼이게 되는구나’ 라고요.
실제가 그렇습니다. 문화 선진국의 일차적 조건은 중앙과 지역, 도시와 시골 간에 어떤 격차 없이 문화예술이 평등하게 분배되고 또 향수되는데 있습니다. 서구 선진국에서는 수도에서 살든 지방에서 살든 국민이 향유하는 문화예술의 질에 있어서 어떤 불평등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아직까지 만족할 만한 상황이 되지 못한다는 것은 누구나 느끼고 있는 바와 같습니다. 그렇지만 최근 들어 사정이 많이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고 또 문화예술에 대한 욕구가 증대되기 시작하면서 중앙과 지역 사이에 노정된 이같은 격차를 해소하려는 노력이 점차 활발해졌기 때문이지요. 그것은 특히 문화의식이 깨어 있는 지자체의 경우가 더 그렇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영월군과 같은 지자체는 매우 선도적인 위치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니 영월군은 그 꼭지점에 있을 것입니다. 실증적인 한가지 예가 되겠습니다만 영월군이 처음 제정해서 시도한 이같은 문학상이 이후 다른 지역에서도 하나하나 생기기 시작하더니 요즘은 거의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것이 꼭 지방 문학상의 활성화 때문만은 아니겠으나 그 결과 우리 문단에서는 지금 중앙문단과 지역문단의 구분이 사라지고 있으며, 많은 문인들이 수도권을 벗어나서 지방에 정착하려는 경향이 대두하고 있으며, 지역문인과 서울 문인들의 교류와 소통이 활성화되어 문학 발전, 특히 지역문학의 질적향상에 알게 모르게 기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같은 변화는 ---성경말씀을 빌건데 시작은 미미할지 모르나 그 끝은 창대할 것입니다. 따라서 그 같이 의미 있는 일에 저를 참여시켜 그 일꾼으로 삼아 주신 영월 군민 여러분께 저는 진정 감사를 드립니다.
다 아는 바와 같이 영월은 아름다운 지역입니다. 많은 문화유산과 역사유적들을 지닌 고장이기도 합니다. 나는 영월을 사랑하는 사람들 중의 하나입니다. 과거에도 수차례 영월을 방문한 적이 있고 또 영월을 소재로 해서 시들을 쓰기도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문득 영월이야 말로 우리 서정성의 고향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져 보았습니다.
나는 영월의 청령포를 사랑합니다. 그리고 관음송 나무 그늘에 누워 가지 사이로 문득 문득 비치는 푸른 하늘을 바라다보면서 말없이 흘러가는 서강의 맑은 물소리와 송림에 어리는 서늘한 바람소리를 듣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리고 청령포 외진 곳에서 홀로 한 생애를 보내다 가신 어린 단종의 고독한 심정을 헤아려봅니다. 그리고 시인 역시 그와 같은 존재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누구나 시인은 고독 속에서 자신을 성찰하지 않고서는 시를 쓸 수 없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시인은 권력과 맞서지 않고서는 참다운 시를 쓸 수 없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시인은 사랑하는 사람을 멀리 두고 그리워하지 않으면 시를 쓸 수 없기 때문입니다.
나는 별마로 천문대를 사랑합니다. 밝은 낮에는 산정에 올라 그 아래 옹기종기 보이는 산들의 능선과 덧없이 흐르는 강물들을 바라보기를 좋아합니다. 밤에는 망원경 너머로 보이는 깜깜한 우주속의 그 수많은 별들을 막막하게 바라보기를 좋아합니다. 그리고 시인 역시 이같은 삶을 누리는 존재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누구나 영원에 대한 관념 없이 시를 쓸 수 없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허무에 절망해 보지 않고서는 시를 쓸 수 없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일상 너머에 있는 꿈을 동경하지 않고서는 시를 쓸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하늘이 떨어뜨린 무지개 하나가 흘러서 된 동강, 나는 그 동강을 사랑합니다. 신선한 아침 아련한 물안개 속에서 노래하는 그 물소리를 듣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 벼랑에 핀 진달래꽃과 그 꽃잎들 사이로 은가루처럼 반짝이며 흩날리는 정오의 햇살을 좋아합니다. 해질녁 그 강둑을 따라 잔디밭을 거닐며 파란 물속에 어리는 연분홍빛 노을을 바라다보는 것을 좋아합니다. 누구나 시인은 아름다움에 대한 감성 없이 시를 쓸 수 없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시인은 순수에 대한 감성 없이 시를 쓸 수 없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시인은 이 세상에 대한, 삶에 대한 감동 없이 시를 쓸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아아 나는 또 김립, 한 시대의 이단아 김삿갓을 사랑합니다. 그의 고단한 한 삶이 누워있는 유택의 조용한 문턱에 앉아 말없이 이 세상을 돌아다보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 뜰에 서 있는 외로운 소나무에 기대어 자기들만의 언어로 쫑알거리는 산새들의 속삭임을 듣는 것을 좋아합니다. 일찍이 석가세존께서 가르치신 것처럼 누구나 시인은 자아에 대한 모든 집착과 소유를 버리지 않고서는 시를 쓸 수 없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시인은 현실을 직시하지 않고서는 시를 쓸 수 없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시인은 외롭고 슬픈 자와 함께 나누는 삶을 살지 않고서는 시를 쓸 수 없기 때문입니다.
나는 이렇듯 영월을 사랑하듯이 또한 내 시를 사랑합니다. 그런 까닭에 힘이 닿는 데까지 나는 영월의 이같은 가르침을 실천하고 또 지키고자 합니다. 제게 주신 이 상도 아마 그 같은 격려의 채찍일 것입니다.
다시한번 영월군민과 문화예술을 사랑하시는 모든 군민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2008년 9월 27일 수상자 오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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