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대로 글쓰기

7월의 하순, 밤에 쓰는 편지

心 鄕 2011. 7. 25. 23:37

 

지난 밤 사이, 비님이 오셨습니다.

청령포로 향하는 길에서는 서강의 물안개 피어오르고

물 만난 왜가리는 황토 빛 강물을 바라보며

숨 한번 크게 쉬려 고개 내미는 물고기를 눈여겨보고 있었습니다.

 

작은 비에도 늘어나는 수위에 나룻배는 오르내리는 자리를 옮겨가면서
열일곱 어린 임금이 계시던 곳을 찾아오시는 분들을 부지런히도 반깁니다.

 

 

 

말없이 흐르는 강을 사이에 두고
이쪽은 2011년 7월의 25일요
강을 건너면 1457년 6월28일 역사의 현장이니
이승과 저승을 넘나드는 것만 같은 나룻배입니다.

 

여기 이 자리에서 옛이야기를 말하려는 듯
물을 머금은 들풀은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붉게 익은 산딸기는 새콤달콤한 맛으로 말을 합니다.

 

 

그리움을 키워내던 소나무는
오랜 세월을 그 자리 그대로 기다린 듯
그대 왔는가!
허리까지 굽히면서 반겨줍니다.

 

흐르는 게 물이요
오르는 건 안개이라
더불어 흐르는 건 세월이니
오르는 건 하얀 머리카락인가

 

그대여

넉넉한 여유로움을 안겨준
지금 이순간이 참으로 행복합니다.

 

고운 밤 되십시오!
내일부터 모래까지는 미뤄둔 여유를 즐길, 휴일이 기다립니다.

 

                         2011.07.25. 22:59 心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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