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고향 e사람

봄과 같은 영월 / 김가현. 여성 친화도시 1기 모니터단

心 鄕 2015. 3. 31. 18:47

봄과 같은 영월
김가현. 여성 친화도시 1기 모니터단

 

~긴 겨울의 매서운 추위를, 어려움을 이겨 낸 봄은 여성을 닮았다.
그런 우리 영월은 ‘여성친화도시’이다.


“엄마!! 우리 요기 스코(?)츠파크 놀이터에 가서 노는 건 어떨까??~~ ^^”
올해로 이른 6살이 된 늦둥이 딸아이가 생글 생글 웃으며 겨우 내내 매주 일요일 오후면 나와 남편에게 하는 말을 오늘도 던진다. 그럴때마다 우리는 ‘날씨가 춥다... 그러면 감기에 걸린다... 감기에 걸리면 엄청 아프다... 네가 아프면 엄마 아빠가 슬프다... 날 따뜻해지면 가자...’ 사실 춥기도 했지만 좀 쉬고 싶고, 귀찮다는 핑계로 한 살만 더 먹었더라면 통하지 않을 어설픈 말들로 딸아이와의 나들이를 미뤄 오고 있었다.
오늘은 따뜻하다. 온화하다. 너무나 화창하다. 봄이 왔다. 아직 떠나지 못하고 있는 힘 없는 겨울이 웅크리고 있지만... 따뜻한 봄이 우리 곁에 와 있는걸 알 수가 있다.


“봄”, 우리말 봄은 ‘~을 보다’라는 말이 어원이 되어, 우수를 지나 겨우내 얼얼어붙었던 땅에 생명의 힘이 솟아 풀과 나무에 물이 오르고, 꽃이 피며, 동물들도 활기차게 움직이는 모습들을 새롭게 보라는 ‘새봄’의 준 말이란다. 오늘은 우리 딸아이가 조르기도 전에 우리가 먼저 밖으로 나가고 싶어 이런 저런 궁리를 하다 그 동안 지키지 못했던 딸과의 약속도 지킬 겸 봄 볕도 쐴 겸 조금은 이르지만 우리 영월의 ‘봄’을 보려 집을 나서 본다.


아이가 가장 먼저 가고 싶어 하는 ‘스포츠 파크 놀이터’로 향한다. 똑같은 생각이나 한 듯 우리처럼 아이들 손을 잡고 나온 사람들로 넘쳐 난다. 활기차다. 힘차게 뛰어노는 아이들을 보고 있자니 정신없기도 하지만, 우리 영월의 미래와 희망들을 보는 것 같아 흐뭇하다. 한 참을 뛰어 놀다 지친 기색을 틈타 아이를 태우고 강변 저류지로 향한다.


남편말로는 이제 곧 청령포 마을에서 강변저류지내 약 7km에 이르는 자전거길을 활용한 ‘청령포와 자전거’ 라는 자전거 대여소를 운영할 계획이라고 한다. 차창 밖으로 가지런히 놓인 자전거 거치대와 매표소가 관관객들을 기다린다. 어느 가수의 이름처럼 이곳에서 보게 될 ‘자전거 탄 풍경’을 머릿속에 그려 본다. 꼭 타러 와야지...


예쁘게 생긴 새빨간 출렁다리를 지나 습지공원의 놀이터 벤치에 앉아, 또다시 정신없이 미끄럼틀을 오르락 거리는 아이를 보면서 남편과 마시는 캔 커피 맛은 인근 캠핑장에서 어렴풋이 들려오는 약간을 어설픈 섹소폰 연주와 더불어 제법 괜찮다. 여운을 뒤로 하고 계속 놀고 싶어하는 아이를 달래어 금강공원으로 향한다.


“어? 여긴... 작년에 여기서 가시에 찔렸는데 내가 쑥 빼냈어...” 도착하자마자 재잘대는 아이의 기럭을 빌어 ‘아! 작년에 왔었지...’ 하는 생각이 들어온다. 아직은 이른 듯 주변 꽃과 나무들은 그때의 푸르름과 아름다움을 채 갖지 못했다. 하지만 수 많은 이들이 죽음으로써 지켜낸 충절이 영원히 변치 않듯 다시 피게 될 푸르름과 아름다움 또한 그 속에서 차곡차곡 쌓여 가지 않을까??? 산책로를 따라 걷는 동안 운동 중인 아주머니들을 만난다. 아이가 높은 톤으로 인사를 한다. 귀엽다는 듯 환하게 맞받아 준다. 한층 친절해진 사람들을 요즘들어 눈에 띄게 많이 보게 된다.


최근에 개관한 ‘라디오스타 박물관’ 입구 작은 카페는 곧 커피 향기와 더불어 사람들을 맞을 모양새다. 옛 방송국 건물을 리모델링한 박물관은 미색 수트로 갈아 입고 깔끔하고 멋진 차림으로 우리를 바라본다. 앞으로 우리 영월을 대표하는 박물관으로 자리매김 하길 기대해 본다. 그런데 주변은 아직 정리가 덜 된 듯 철조망과 휀스와 국방무늬 참호나 대피소 같은 것이 약간 눈에 거슬린다.


“딱!~~ 딱!~~” 하고 어렴풋이 들리는 소리를 따라 내려서면 한가로이 게이트볼을 즐기시는 어르신을 본다. 남편이 영흥9리 노인회장님이라며 반갑게 다가가 인사하는 어르신의 얼굴과 모습과 금강정으로 이어진 주변 골목골목에서 또 다른 푸근함과 정겨움, 옛 정취를 느낀다. 어느새 따스하던 봄 햇살이 힘을 잃어 간다... 어르신들도 댁으로 돌아가실 시간인가 보다. 우리도 차에 오른다. 집으로...


새로운 것을 본다는 봄...
봄을 보려했던 우리 가족의 3월 첫 번째 일요일은 고작 세 곳에 지나지 않지만 곳곳에서 봄을 보여주기 위해 쉴 새없이 요동치는 힘찬 기운을 느꼈고, 아이들의 힘찬 움직임, 충절의 고장 우리 영월의 절개와 기개, 무뚝뚝한 듯 소박한 우리 군민의 미소와 웃음을 보고 느꼈으며, 사람들이 잘 찾지 않지만 나름 여유와 낭만이 있는 데이트 장소를 찿았다.


이해인 시인의 ‘봄과 같은 사람’이라는 글을 본다.
“봄과 같은 사람‘은 희망하고, 기뻐하고, 따뜻하고, 친절하고, 명랑하고, 온유하며, 생명을 소중히 여기고, 창조적인 삶 속에서 늘 고마워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우리 영월이 아직 조금은 어렵지만 지금의 현실을 원망하고 불평하기 전에, 우선 그 안에서 각자가 해야 할 바를 최선의 성실로 수행하고, 또 그 속에서 희망과 용기를 새롭히며 나아가는 ‘봄과 같은 사람’들로 넘쳐나는 <봄과 같은 영월>이 꼭 되었으면 좋겠다. 긴 겨울의 매서운 추위를, 어려움을 이겨 낸 봄은 여성을 닮았다.
그런 우리 영월은 ‘여성친화도시’이다.  - Fi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