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아! 목련아~! 너는 얼굴에 뭐 좀 발라라. 아무리 농촌에 살지만 너무했다!" "호호호! 내 얼굴이 어때서! 기본이 짱인데~!!" 그 소리에 모두들 까르르 웃음이 터졌다..... 6월 27일. 전날까지만 해도 비바람과 함께 많은 비가 온다고 하면서 농작물 피해가 없도록 준비하라는 방송을 들었었지만, 이날의 모임이 있는 줄 알기나 하는 듯 화창한 날씨에 가끔씩 하늘엔 흰구름 떠 있어 그렇게 뜨겁지가 않다. 영월 주천으로 모여드는 다음넷까페 마따소 61 회원들 오전 10시가 넘어서면서, 전국 각지의 번호판을 단 자동차들이, 늘 여유롭기만 하던 마을 안길을 메우기 시작한다. 6월 27일은 다음넷까페 마따소61 모임이 있는 날이기 때문. 70여명의 회원이 오프라인 인사 나눔을 위해 이곳 영월군 주천면 도천리 비산체험학교에 모이기로 한 것이다. 61년생 이니까... 모든 분들이 마흔 하고도 셋이라는 이야기다. 띠 모임도 될 수 있고, 동갑내기이다 보니 앞서 오고 간 대화처럼 초면에 새침데기 같은 어색함도 없다. 그저 만남이 반갑고 좋아서 겉치레에 불과한 "예" 나 "요"는 생략하고, 어릴 적 동네친구들 인양 아무런 거리낌이나 망설임도 없이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첫 인사나눔과 일정소개 12시가 되어서 모든 회원이 다 모였는가 보다. 모임대표는 한분 한분 인사소개를 하더니 기념촬영을 하면서 오늘의 일정 소개를, 이곳 도천리에 살고 있는 지영희씨에게 맡겼다. "반갑습니다, 여러분! 우리고장에 모이시겠다고 처음 결정 된 것을 통보 받은 저로서는 솔직히 말씀 드려서 밤새 잠 한숨 못 잤습니다. 왜냐구요~? 걱정이라기보다도 여러분들 스스로가, 이곳 아무것도 볼 것 없는 여느 농촌마을과 조금도 다름없는, 제가 살고 있는 곳을 선택해 주신 것이 얼마나 고마운지, 너무 고마워서 기쁨의 눈물을 흘리느라..." 이내 지영희씨는 눈물이 앞을 가리는지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옆에 있던 남편이자 이 마을 이장인 김정교씨가 나서더니, 마을에서 준비한 프로그램에 대한 설명을 전달한다. "점심식사를 하신 후에 유기농쌀 생산단지인 논에 가셔서 풍년농사 되길 비는 뜻으로 오리를 넣어 주셔야 합니다. 물론, 오리와 여러분들의 이름표까지 준비를 해 두었습니다. 여러분들의 손길이 알찬 결실로 이어지리라 믿으며, 가을수확에는 선물로 쌀을 보내 드리겠습니다!"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모두들 "와~!" 하면서 환호의 박수가 터져 나왔다. 나를 대신할 오리농군, 풍년기원 논으로 향하는 발길, 어릴 적 동심으로 돌아갔는지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즐거운 표정들이다. 오리를 한 마리씩 들고는 기념촬영을 했다. "오리야, 나대신 농사 잘 지어줘야 돼~~!" 자신들을 대신해 올 한해 동안 농사를 지어줄 오리를 가슴에 껴안으며 머리를 쓰다듬어 준다. 이름이 달려있어 더욱 애착이 가는지 긴 눈맞춤을 하는 분도 있고… 손길에 익숙해진 오리들은, 논두렁을 벗어나는 그들을 불러 세우려는 듯 우르르 몰려 다니며, 꽥 꽥! 소리를 질렀다. 진귀한 프로그램, 어린 학생들은 신바람 나! 학교로 돌아온 그들은 교실 한칸에 진열한, 옛 농기구들과 바소고리, 짚신, 바구니와 돗자리, 그리고 깜찍하게 만들어진, 작은 지게 등을 둘러보았다. 또 옆 교실에는 예쁜 꽃잎을 말려서 작품으로 만든 화병과 액자, 생활소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마침 교실에서는 한 팀의 초등학생들이 수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곱게 말린 형형색색의 이름모를 예쁜 꽃잎들을 목걸이 모양의 아주 작은 도자기 위에 배열하고는 유리처럼 시간이 지나면 투명하게 굳어지는 액체를 넣는 것이 보였다. 시간이 조금 지나니 더욱 돋보였다. 12명 어린 학생들이 만든 압화가 유명화가의 작품을 작은 공간에 옮겨 놓은 듯 했다. 수업이 끝났는지 모두들 밖으로 나간다. 마을 앞을 휘감아 흐르는 주천강으로 가려는지 물안경과 물고기를 잡는 족대와 바구니들을 들고, 마치 운동회날 달리기나 하는 듯 그 넓은 운동장을 가로질러 강으로 뛰어가고 있었다. 이야기보따리, 끝까지 들어주는 아름다운 모습도 회원들은 날씨가 조금은 무더운 듯 움달진 곳에 둘러앉아 지난 이야기들을 나누기도 했다. 같은 나이들이다 보니 아들딸들 또한 비슷비슷해 자연스럽게 아이들 이야기와 살아가는 이야기가 이어지고 있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 보따리를 끌러 놓은 친구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들 있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동갑내기에 여럿이서 모이다 보면 언제나 수다스러운, 혼자만 이야기하려는 사람이 있게 마련인데, 이들은 그렇지를 않고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를 모두들 딴전도 피우지 않고 진지하게 들어주고 있었다. 보물 캐기, 감자밭으로! 3시가 넘어서게 되자 이야기 꽃은 끝이 없는 것을 알았는지 모두들 자리를 털고 일어나 "감자밭으로 가자!"라고 외치며, 신바람이나 난 듯 앞서거니 뒤서거니 마을어귀에 있는 밭으로 갔다. "감자를 캘 때는 알이 다치지 않게 하셔야 하고 집에 가져 가신 후에는 그늘에서 일주일이상 씨들씨들해질 때까지 얇게 펴서 말려야만 오래도록 두고 먹을 수 있습니다." 이장의 설명이 끝나자 한 골씩 걸터앉아 감자캐기에 정신이 없었다. 이런 체험은 모두들 처음인가 보았다. 호미를 제대로 쥘 줄 모르는 사람에, 감자섶을 잡아당기는 사람 등 처음 해 보는 영농체험이 마냥 즐거움 그 자체였다. 박스 하나가 터져나갈 정도로 그득차게 담은 것을 들지 못해 낑낑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처음 도착했을 때의 예쁜 얼굴들이 이내 땀으로 뒤범벅이 되었고, 흙 투성이의 신발과 옷가지들로 변해버린 서로의 모습을 보고는 마침내 한바탕 웃음이 터져 나왔다. 운동장에서는 간단한 게임이 진행되었다. 이제는 서서히 돌아가야만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고 있는 듯 갑작스런 소낙비야 내리든 말든 모두들 국민학생(초등학생)으로 되돌아간 듯 게임에 푹 빠져 있었다. 이별 그리고 약속들… 6시가 넘어서고 있다. 어느덧 해는 서산에 걸치게 되었다. 이제는 모두가 집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다. 애써 명랑한 표정들을 짓고 있었지만 아쉬움에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아낼 듯 하다. 모두들 말이 적어지기 시작하고... 홈장의 안내로 마지막 이별의 기념촬영이 있는 시간. 남들은 다 가야 하지만 혼자 이곳에 남아 있는 것이 몹시도 섭섭한 듯 지영희씨는 내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잘가~~~" "그래......" "여름에 찰옥수수 익으면 다시 올께. 가을 고추 딸때는 꼭 연락해야돼!" "안 ~ 녕...." 작년에 군대 보낸 아들과의 이별처럼...끝없는 아쉬움을 전하면서.... 마음이 따듯한 61 소띠들의 모임... 농촌의 현실을 이해할 수 있었고, 평생 동안 이 고장을 잊을 수 없다는 어느 분의 말씀이 고맙게 느껴질 따름이다. 여름휴가와, 강냉이가 익어갈 때, 그리고 가을에 고추를 수확할 때, 꼭 다시 찾아 오겠다는 약속들. 수확을 체험한 감자를 모두 구매하여 가지고 가고, 참여치 못한 분들은 이메일로 주문 하면서 택배로 보내 달라고 하고...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모른다. 농사 짓는 분들에게는 아주 커다란 힘이 되었기 때문이다. 전국은 너도나도 체험, 체험... 귀감이 될 수 있어 이번 농촌방문 친목모임은 그 어느 누구한테도 도움 받은 것 없이, 스스로의 힘으로, 우정과 사랑이 듬뿍 담긴 인간적인 교류로 이루어진 일 이었다. 요란한 소문도 없었고, 각종 언론매체에 홍보를 한 것도 아니고, 행사를 진행하는데 필요한 재정지출 한 푼 없이 진행된 프로그램이었다. 그것이 더욱 더 값진 것이었기에 이렇게 기사로 소개하게 된 것이다. 도시와 농촌, 농촌과 도시. 끈끈한 인연과 정으로 맺어진 교류가 곧 함께 잘 살수 있는 길이 아닌가 하는, 수많은 전문가들이 농촌을 잘살게 해 보겠다고 골머리를 싸매고 있는 오늘의 현실에서 무언가 새로운 배움이 자리잡고 있으리라 여겨진다. 당일 이분들 접대에 하루 농사일을 뒤로 미루신 김정교 이장님과, 이상진 새마을 지도자님 부부, 비산체험학교 김은선,원용석님 부부, 도천리 부녀회, 주천여성농업경영인회와 김미자 회장님, 그리고 주민 여러분들께 주천면 주민의 한 사람으로서 감사드린다. 이 고장을 방문하셨던 모든 분들, 언제나 술익는마을은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또 뵐 수 있기를 바라며, 가정에 만복을 기원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