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그냥

포도

心 鄕 2007. 9. 3. 21:47

 


포도

 

7월에 그믐이라 삼방산 가마실은
새벽이슬 감싸않고 포도 알 살찌울 때

새색시 시집가듯
하얀 면사포에 가려진 얼굴이다


콩닥콩닥 뛰는 가슴 한겹 벗겨내니

탱글 탱글 송이 송이

주렁주렁 달려있다.

 
두 손에 받쳐 들고 얼굴에 대어보니

짙은 향 달콤함에 눈은 감기고
터질듯 터져날듯 봉긋한 알알에
떨리는 손끝이다.

 

흙 내음 그리워 찾은 발길
삽살개는 치뛰고
마당새 꼬꼬꼬에
7형제 병아리는 날개 품에 안겨들어

치마폭에 반쯤가린 어린 아이처럼
깃털사이 내민 고개 나를 보곤 숨어든다

 

모처럼 걸어보는 논두렁 길이다

누렇게 익어가는 벼이삭들  
황금빛 일렁임에 단내 음이 전해진다.


   2007.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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