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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월 착사모, 유월의 도배장판

心 鄕 2008. 6. 15. 23:20

셋째 주 일요일이다.
착사모가 유월의 도배장판하는 날이라 아침 8시에 집을 나섰다. 9시까지 서부시장 주차장으로 가면 되니까 시간은 충분했다.
좀 일찍 출발하면 천천히 가면서 주변을 볼 수 있고, 풍경이 있으면 사진에 담고, 여유로운 운전이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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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의 중순이라서 그런지 벌써 산나리가 붉은 꽃을 피웠다.
배일치재 터널을 지나면서부터 도로변에는 노란 금계초가 피어있다.

굽어진 도로를 내려갈수록 많이도 피어나, 꽃구경을 하고 가라는 듯이 작은 바람에도 일렁거린다.

차에서 내려 카메라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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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2~3년 전부터이던가?

강원도와 영월군이 아름다운 강원, 도로변 꽃길 가꾸기를 하더니 그 결과물들이 서서히 나타나,

자동차를 멈추지 않으면 안 되도록 짙은 유혹? 을 하는 풍경과 이야기를 들려주는 길로 변했다.

 


 아침시장에 도착하니 서너 명의 회원이 나와 있다.

지난 3월에 연거푸 2번이나 도배장판을 한 이후 4월은 넘어가고

6월에 만났으니 오랜만의 만남이라 반갑게 인사들을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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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령포로 가는 길에 재를 넘으면서 우측으로 들어서는 ‘흰재’ 라는 곳으로 내려서니, 서너 채의 집이 있었다.

영월에서 중고등학교를 다녔으면서도 처음가보는 장소였다.

넝쿨장미가 만발한 대문 밖에는 할머님이 우리를 마중해주고 계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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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안에 있는 살림살이를 들어 낼 것이 없나?.. 방안과 거실을 살펴보았더니 집안은 너무도 깔끔했다.

할머니는, “장롱과 옷장은 그냥 그 자리에 두고 도배와 장판을 하면 돼” 라고 하시면서

 “그냥 눈 감고 아옹하면 돼~!” 라고 하신다.

“할머니! 그냥 눈 깜고 아옹~하면 돼요?” 라고 되물으면서도 아옹~ 하는 몸짓에 모두들 크게 웃었다.

 

덩치 큰 살림살이들을 밖으로 끄집어내는 것이 고생시키는 것 같아 미안해서 하시는 말씀일 것이다.

할아버지도 계셨는데 중풍이 들려 작은방에 계신다고 한다.

거실에 있는 장식장에서 국가유공자 증명서를 보게 되었다.


‘국가 유공자 증’


'우리 대한민국의 오늘은

국가유공자의 공헌과 희생위에 이룩된 것이므로

이를 애국정신의 귀감으로서

항구적으로 기리기 위하여 이 증서를 드립니다.'

 

             '대통령'

..................
몸 받쳐서 이 나라를 지킨 결과가 이러한 노년의 삶인가?
불쑥 화가 치밀었다. 나의 아버님도 6.25 전쟁 중에 한쪽 다리를 절단하여 괴로운 세월을 보냈다.

10여년 전에 대전현충원으로 모셨지만, 부상의 후유증과 신체의 부자유로 살아 계시는 내내 고생을 하셨고,

궁핍한 삶이었다. ‘호국 보훈의 달’ 인 이 유월에 보훈가족을 만났으니 마음만 씁쓸했다.

 
할아버지가 계시는 방을 찾아 인사를 드렸다.

국가 유공자에 대한 의식주 처우가 개선되었으면 좋겠다. 세상은 좋아졌는데 마음 편히 여생을 보낼 수 있도록,

적어도 타인의 도움은 받지 않도록, 최소한의 자존심이라도 지킬 수 있도록 정부의 보살핌이 있었으면 좋겠다. 

다행하게도 영월군 가정봉사원 파견센터에서 방문봉사를 하고 있다는 전화번호가 있는 안내명찰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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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에서는 도배용 풀을 풀고, 한쪽에서는 도배지 재단을 했다.
어느 누가라고 할 것도 없이 풀이면 풀, 재단이면 재단, 풀칠이면 풀칠,  천정이든 벽이든

그 때 그때 맞추어서 손과 발이 척척 맞아들어 작업이 진행되었다.

커피라도 끊여 주겠다면서 지켜보는 할머님은 즐거운 표정이시다.

 

안방과 거실은 도배와 장판을, 주방은 도배를 하고나니 시원하고 깨끗해 보였다.

얼추 작업을 마치고 나니 오후 1시가 넘었다.

착사모의 임원 분들이 점심밥을 해 왔던가 보다.

여럿이서 둘러앉아 먹는 점심은 꿀맛이었다. 땀을 흘리고 난 이후에 먹는 밥은 달았다.

시끌벅적하게 오랜만에 신나게 떠들면서 먹게 되니 재미도 있고 밥맛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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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령포

 

서강의 푸른 물에

배는

오고 가는데

 

노란 금계꽃이

영영이별 알렸던가

강바람에 흔들 흔들

 

사공이여 전해주소

어서 나와 건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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