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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 늙지도 않아

心 鄕 2008. 12. 14. 22:06

할머니의 묵은 정 나눔에서 풍요로운 마음 얻어

2008년 12월 14일
영월 착사모가 홀로 사시는 할머님 가정에 도배장판을 해 드리는 날인데
어제까지만 해도 포근했지만 아침은 쌀쌀했다.

몇 년 전에 장릉 연못가에서 도배하던 날도 추웠다.
장소가 비좁아 제방 둑에 도배지를 펼쳐놓고 풀칠을 하는데 금방 얼어붙어 애를 먹던 기억이 떠올랐다.
오늘도 얼게 되면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이 앞서면서도 마땅한 장소가 없어 길바닥에 펼쳐놓고 작업이 시작되었다.




할머님 나이 18세에 하동면에서 영월읍으로 시집을 오셨다하니
60여년의 세월만큼이나 쌓이고 쌓인 살림살이들은 너무도 많았다.
바깥으로 들어내는 서랍과 장롱, 가전제품들에는 묵은 먼지들과 함께
농 뒤에서는 수십 여 년 동안 기다렸던 빛바랜 사진도 나왔다.




천정과 벽에 도배지를 붙이고는 늦은 점심을 먹고 있었다.
몸이 불편해 보이는 할머님 한분이 검은 비닐봉지를 들고 오셔서,
“이집은 내 동갑네 친구인데, 내가 너무도 고마워서 막걸리를 좀 사왔어” 라면서 건네주신다.

들고 있던 숟가락을 놓고는 한참동안 할머님을 바라보았다.
‘아! 정이란 이런 것이구나'...
순간의 느낌에 뜨거워지는 눈시울이 가슴을 파고들었다.

오랜 세월동안 서로간에 나누었을 정도 많았으리라
살면서 같이 늙어가면서 친구네 집이 조금 더 깨끗해진다는 소식에,
억지로 걷는 걸음으로 손수 사들고 오신 막걸리 두병과 소주 1병..



적어도 할머님에게는 귀하고 소중한 돈이었을 터인데 술을 사들고 오시다니,
늙지도 않는 두 분의 정은 내 가슴에도 다가왔다.

정情 이란

부끄러울게 없다

작은 마음 모여들어
함께 하는 사랑 앞에
무엇이 창피하랴

온 몸에 풀칠이 되었다 해도
아껴주는 마음 앞에
무엇을 가리고 감추랴

모든 것 다 잃어버린다 해도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인연으로 나눔을 나눌 때

내 사랑
진정 행복해 하노라고
풍요로운 마음을 얻었노라고
말하고 싶다



같이 고생하신 영월경찰서 영월지구대에 계시는 분들, 착사모 회원님들
사랑은 나눌 때 진정한 가치가 있음을 알게 해준 오늘,
개개인의 가정에 큰 사랑 가득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