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고을 저 고을 살아가는 향취가 물씬 나
2월의 둘째 장날입니다.
기다림을 장터에 펼쳐놓고, 새 희망 푸른 세상 들꽃이 가득할 봄을 기다리는 것처럼
손님을 맞이하는 정성도 뜨겁습니다.
신일리 마래미 계신다는 아주머니는 집에서 기르던 강아지를 데리고 나왔습니다.
지나는 분들이 요리보고 조리보고 가격은 얼마나 할까?
용석리에 계시는 분이 밀고 당기는 흥정을 시작합니다.
"5만원 줘야해요" 아주머니의 요구에
"이것만 받으세요"라면서 3만원을 내니 "아니 된다"면서 "조금만 더 주세요"합니다.
못 이기는 척 3천원을 더 내미는 손에 마지못해 마주 받습니다.
정겨운 모습이지요?
밀 때는 당기고, 당길 때는 밀고~때로는 못 이기는 척 저주는 듯한 협상의 과정에서
사람 살아가는 재미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골목길로 들어서니 도천리에 계시는 분이 강아지를 팔고 계셨습니다.
윤기도 주르르 흐르는 검은색 강아지 2마리로 한 마리에 5만원은 받아야 한답니다.
돈은 무엇에 쓰시려고요? 했더니~아 손자들 과자 사 줘야지!!~~라면서 크게 웃으십니다.
카메라를 처음 보아서 일까요?
강아지 한 마리는 두 눈을 둥그레지면서 예쁘게 포즈를 취해주고
손수레에 먼 길을 와서일까요? 한 마리는 세상 편안하게 잠자고 있습니다.
지키는 그 순간만큼은 내가 불편하지만
여럿이 살아가는 세상에서 질서를 지켜야만 모두가 편안한 길인 줄을 서서 기다리듯이
조개들이 줄을 서고,
봄을 알려주는 달래와 냉이 그리고 씀바귀도 줄을 서고,
작고 예쁜 단지들도 줄을 서서 나를 선택해 주기를 기다립니다.
"뻥이여!"
큰 외침이 들리더니 "뻥" 소리와 함께
구수한 옥수수 박상 향기가 주천장터에 퍼져 납니다.
실한 옥수수 알 1되박이 저 작은 구멍에 들어가
뜨거운 열기를 머금고 큰 소리 지르며 밖으로 나오면
하얀 튀박 되어 맛있는 순수 우리나라 전통과자로 변합니다.
뱃살이 쏙~쏙~!빠진다는 메밀도 있고요
실한 알밤도 있고, 바다가 고향인 생선과 줄기 미역도 나왔습니다.
살아가는 향취가 물씬 나는 주천장터.
이 고을 저 고을 장날에만 만나게 되는 이웃을 기다리는 마음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정월 보름이 지난 이틀째..
새해 소망을 적은 글귀들에는
“올 핸 꼭 취직하자!"
"장가 좀 가자!"
"엄마 살 좀 빼, 아빠 술 좀 끊어!" 라는 바람들.
그리고
절박한 현실을 대변하는 쪽지도 있습니다.
"올 해 꼭 로또 맞게 해 주세요~!"
덩실 덩실 춤을 출 수 있도록, 모든 분들의 소원과 염원들이 이뤄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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