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고향 나눔사랑

유월의 마지막 주, 햇살 따가운 날의 도배장판

心 鄕 2009. 6. 28. 18:09

거동불편 독거어른 방에 세수간이 갖추어 졌으면


...
어느 노인 혼자계시는 집을 찾아가게 되었습니다.
이웃집 할아버지 할머니의 마지막 남은 삶을 옆에서 지켜보았던 지난 1960년대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여름철에도 군불을 때야만 하는 사랑방에, 문고리가 있는 방문을 꼭 닫아두고, 밥을 먹을 시간이면 단 한번만 열려,  한꺼번에 밀려오던 기억을 오늘 또다시 느끼게 되었습니다.


많이도 변한 화장실과 주거생활의 편리성을 생각해 봅니다.
이 어른의 방이 화장실을 겸한 방이었으면 어떠했을까?
이렇게도 진한 냄새는 나지 않았을걸.
이웃과 방문하는 분들에게 빨리 떠나고 싶은 마음이 없게 하자면, 편안하게 말동무도 하고 필요한 손길을 대신해 드리는 이들에게 부담감을 없게 하자면, 개방된 화장실이 방안에 같이 있었더라면..


그렇게 시작된 도배와 장판작업입니다.
어른께서는 혼자서는 이동을 전혀 할 수 없기에 잠시 머물 수 있도록 방 1칸을 도배장판 하고, 부축하여 이동한 후 나머지 방과 거실에 있던 물품들을 바깥으로 들어내 묵은 먼지를 털어내고 물걸레로 닦고, 도배와 장판을 마무리 할 수 있었습니다.


방안의 천정과 벽 그리고 바닥까지 산뜻해 졌지만 편치 않은 마음은 또 뭘까요...
뜨거운 햇살이 따갑게 느껴지는 6월의 마지막 휴일의 무더운 날씨에 차마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 옮기며 거실에 걸려있던 시 한편을 떠 올립니다.

 

초원의 빛


여기 적힌 먹빛이
희미해질수록
그대를 사모하는 마음이
희미해진다면
나는 그대를 잊을 수 있겠습니다


초원의 빛이여!
꽃의 영광이여
다시는 그것이 안돌려 진다해도
서러워 말라
차라리 그 속 깊이 간직한
오묘한 힘을 얻으소서


초원의 빛이여!
그 빛이 빛날 때
그대 영광 찬란한 빛을 얻으소서.

         -월리엄 워즈워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