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창

만남을 준비하여 복 받은 박충원 어른

心 鄕 2011. 7. 15. 16:24

만남을 준비하여 복 받은 박충원 어른

영월 장릉의 옛이야기 1편, 낙촌비각(駱村 朴忠元 碑閣)


영월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관광자원에 대하여 이야기를 겹들인 역사이야기를 들려 드리고자 합니다. 시대의 인기단어인 스토리텔링이지요.


역사의 유적지인 이곳 장릉을 찾아오시는 분들에게 첫 번째의 느낌은 아무래도 묵직한 기분, 옛 임금님의 능이라는 점 때문에 뭔가는 지켜야할 예절이 필요하고, 걸음걸이와 말 한마디에서 옷과 신발까지, 자신의 모습을 살펴보고 부족함이 있으면 입장하기를 꺼리는 조선국 제6대 단종대왕 장릉이기도 합니다.


옛날 옛날에 아픔과 슬픔만이 가득한 역사의 인물 단종대왕의 능에서, 어떻게 해설을 해 드리면, 슬픔을 기쁨으로!, 아픔을 희망의 꽃으로! 활짝 피울 수 있을까? 에 대한 고민이 있었습니다. 역사의 기록이 말하는 그대로 전달하는 단순한 전달자 역할만 할 것인가? 아니면 재미있고 유익한 역사이야기로, 오늘날의 시선에서 재구성하여 말씀을 드릴 것인가? 이었습니다.

 

고민이 깊어질 무렵, 친구가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모름지기 여행이란 행복 가득! 기쁨 가득! 가슴 가득 채워 각 가정으로 돌아갔을 때에는 신바람 나고 활기찬 일상이 되도록 꿈과 희망을 선물하는 여행이 되게 해 달라”는 정다운 친구의 바람이 있었습니다. 즉 재미있는 역사이야기로 방향을 전환하게 된 것이지요.

 


지금부터 드리는 말씀은 역사의 기록에서 최대한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재미있게 구성한 옛이야기에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에, 혹 조선왕조실록이나 영월부읍지, 단종과 영월사에 없는 내용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미리 양해의 말씀을 올리면서 이야기를 엮어가고자 합니다.


그럼, 오늘은 장릉의 정문을 들어서면 제일먼저 마주보게 되는 낙촌비각(駱村 朴忠元 碑閣) 에 대한 이야기로서 ‘만남을 준비하여 복을 받은 분, 낙촌 박충원(駱村 朴忠元)’ 어른에 대한 말씀을 올리겠습니다.


때는 1541년으로 지금으로부터 47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에 영월군수로 계시던 분이 어느 날 갑자기 아무런 이유 없이 사망하게 됩니다. 하여, 1개월 반 만에 새로운 영월군수가 내려오게 되는데요, 이분이 군수로 오신지 21일 만에 또 사망을 합니다. 조정에서는 ‘허 요상한 일이로다’ 하면서도, 또다시 인선하여 군수를 내려 보내게 됩니다.

 

이때에 영월지역에서는 수많은 백성들이 관아인 관풍헌으로 몰려들게 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전임군수가 이유 없이 사망하게 되었는데요, 새로 부임한 군수마저 스무하루 만에 또 사망을 했으니까요. 즉, 당시에 백성들의 핫 이슈는 ‘사또가 죽었는가?’ ‘살았는가?’ 그것이 궁금하여 이른 새벽이면 구름처럼 몰려드는 것이었지요.


그런데요, 이번에는 새로 부임한 군수가 나흘 만에 또 사망합니다.

즉 4일 만에 사망하는 일이 벌어지는데요. 이로 인하여 백성들에게는 모든 일상이 사또에 대한 이야기로 끝이 없이 이어지고 있었고, 한양의 조정에서도 영월군수의 사망소식에 ‘어이된 일일꼬?, 어이된 일일꼬?’ 탄식만 하면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습니다. 왜냐하면요, 조정에서 후임 영월군수를 아무리 인선을 해도, 온갖 사유를 대면서 내려가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었습니다. 즉 7개월 동안에 세 명의 군수가 사망했는데요. 영월군수로 가기만 하는 죽는 자리이었으니 어느 누가 내려 오려했겠어요?

  

 


이때에 이곳 낙촌비각의 주인공 박충원 어른이 등장하게 됩니다.

이 어른께서는 참으로 올곧은 삶을 살으셨던가 봅니다, 혼자서 하시는 말씀이 ‘세상살이에서 그 어느 누구에게도 부끄럼 한 점 없는데 무엇이 두려우랴' 라는 마음으로 “신이 내려가겠나이다.” 라면서 자청하여 내려오게 됩니다. 영월에 내려오시자마자 첫날밤에 만남을 준비하게 됩니다. 전임군수 세 명이 무엇 때문에 죽었는지는 모르지만 “나는 떳떳하고 당당하게 만나겠다!” 라면서, 관복을 입고 촛불을 밝히고 가부좌를 틀고 앉아서 만남을 기다리게 됩니다.

 

기다림의 밤이 깊어질 즈음 홀연히 단종임금께서 나타나게 됩니다.

임금을 만나게 된 박충원 어른은 놀라지 않고 예를 갖추어 큰 절을 올리게 되니, 임금께서 하시는 말씀이 “전임 사또 세 명은 짐을 보자마자 혼절하여 사망에 이르렀는데, 그대는 예와 효를 다하여 짐을 맞이하여 주니 너무도 고맙다” 하시면서, “내가 지금 너무도 큰 어려움에 처해 있으니 나를 도와다오, 하면 내 너에게 큰 복을 내리리라!” 라고 하시는 말씀에 깜짝 놀라서 깨어보니 꿈!, 꿈이었습니다.

즉, 박충원 어른은 임금님이 승하하신지 84년 만에 영혼을 만난 것이었습니다. 하여, 지난 밤 꿈에서 만난 임금님의 모습이 너무도 생생하여, 날이 세자마자 문밖으로 나가 영월의 원로 어른들을 찾아뵈려고 관풍헌의 대문을 활짝 열었더니! 자기 자신이 깜짝 놀라게 됩니다. 그도 그럴 것이 밤사이에 사또님은 안녕하신가?가 궁금하여 영월의 백성들이 구름 때처럼 몰려와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요! 이 어른이 참으로 위민정치를 하시는 분이셨습니다.

대문밖에 몰려든 모든 백성들에게 하시는 말씀이, 여느 사또처럼 “여봐라! 이리 오너라!” 라고 외치는 것이 아니구요, “긴히 드릴 말씀이 있으니 모두 안으로 들어오십시오!” 라면서, 너무도 정중하게 예를 갖추어 안으로 들기를 청 하였습니다. 이 자리에서 박충원 어른은 지난밤의 꿈을 이야기하면서 “임금님에 대하여 아는 바 있으면 말씀을 해주십시오.” 라면서 간곡한 말을 하게 됩니다.

 

이러한 사또의 언어표현, 즉 백성을 받들어 모시는 마음이 앞서있는 인품에 놀란 백성들은, 살아생전에 관아의 그 어느 누구로 부터도 자신들을 공경해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었는데, 신임 사또의 인품에 크게 감복하여 모든 백성들이 엎드려 큰 절을 올리게 되고, 원로 어른들은 세월에 묻혀있던 옛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진솔하게 말하게 됩니다. 즉, “소를 치러가거나 땔나무를 하러 가까이 다가가기만 하면 도깨비들이 흙을 뿌리면서 다가서지 못하게 하는 묘! 즉, 도깨비가 지켜주는 묘가 있습니다.” 라면서 단종임금님의 묘에 대하여 말하게 됩니다.

 

이 곳 장릉의 옛 마을 이름이 ‘능마을’인데요,

오늘날에는 ‘능말’이 되어 지금까지 전해오는 전설이 바로 ‘도깨비가 지켜주는 임금님의 묘’ 이었습니다. 그리하여 백성들과 함께 찾아가 보았더니, 묘는 온통 가시덤불에 가려져 있었고, 그 모두를 치우고 나니 봉분의 높이가 두자정도 되었다고 합니다.


임금님의 묘, 즉 능을 찾아낸 박충원 어른은, 재물을 준비하여 제향을 올리게 되는데요, 장문의 제문, 아주 긴 문장의 제문을 지어 제향을 올리면서 고하게 되는데요, 후일에 영월군수가 한 일에 대하여 조정에 보고서로 올라가게 되었고, 그 제문이 기록으로 남아 있어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제문은 이렇게 되어 있었습니다.

모든 글자가 한문으로 되어 있어 풀이를 하여 말씀을 올리면, “한양에서 500리 영월 땅에 임금님이 계시다니 어이된 일이옵니까?” 라면서, 보고 듣는 이로 하여금 대성통곡할 내용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러면서 마지막 문장에서는 “신이 이곳 영월에 있는 한, 효와 예를 다하여 모시겠사오니 이 잔을 들어 주시옵소서” 라면서 마무리를 하게 됩니다. 그리하여 임금님이 승하하신지 84년이 되던 1541년에 박충원 영월군수가 확실하게 임금님의 묘를 찾아놓게 되었고 기록으로 남게 됩니다.


참으로 훌륭하신 분이셨습니다.

백성을 아랫사람으로 대하지 않고 어떻게 하면 편안하게 모실까를 걱정하는, 진정한 위민정치를 하셨던 분이셨기에 말 한마디에서 높은 인품을 알게 된 백성들이 적극 도와주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단종임금님께서는 복을 주시겠다는 약속을 확실하게 지키셨습니다. 오늘날 많은 분들이 영월의 장릉을 찾아오시면서 ‘낙촌비각’의 비문에 새겨져 있는 ‘박충원’ 이라는 이름을 읽어보게 되고, 존경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시대에서 과거의 역사를 재해석하여 결론의 말씀을 올린다면, 만남을 준비한 분에게는 복으로 화답하게 되고, 만남이 준비되지 않은 분에게는 결코 복이 되지 않는다! 라는 것을 증명하는 ‘문경공 낙촌 박충원 기적비’ 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준비된 만남은 복을 받을 수 있고, 준비 안 된 만남은 설령 행운이라는 이름으로 내게 다가선다 하더라도 수용해서는 아니 된다, 라는 결론에 다다르게 됩니다.

 

자! 여러분, 그렇다면, 우리도 만남을 준비합시다!

 


출판일 : 2011.06.27 13:55 인빌뉴스홈 > 인빌소식 > 강원 영월 술빛고을 | 기행/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