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창

[칼럼]향나무에 대한 생각

心 鄕 2011. 6. 14. 15:57

[칼럼]향나무에 대한 생각

 

뜨거운 유월의 하늘아래 주천의 술샘건강복지센터는 2층의 지붕을 비탈지게 만들어 콘크리트 타설 중이고, 새로이 신축중인 생수교회는 2층에 대한 콘크리트를 타설하고 있어, 철커덕 철커덕 폄프카의 소리가 들립니다.


마당에 피어난 꽃 양귀비는 어찌나 예쁘게 많이도 피었는지요? 몸통 하나에서 잎마다 새순의 꽃대에 망울을 달고 계속 이어지게 피어나, 온 밭이 붉은 꽃밭인양 멋지고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금계국은 또 어떻고요.

조금이라도 더 돋보이려는 듯 가느다란 꽃대를 높이도 치켜들고 노란 꽃을 활짝 피워 꽃 양귀비의 빨간색에 노란 꽃물이 들었으니 더욱 진하게 다가서는 유월의 가슴에 꽃물결을 이루게 됩니다.


요즘은 영월의 장릉에 근무하면서 재실에 서 있는 향나무 한그루를 매일 만나게 됩니다. 수령은 알 수 없지만, 어림짐작으로 500여 년은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재실의 담장 밖에도 한그루 있는데요. 좀 작은 듯 싶고요.

 

 

 

오늘은 이 향나무에 대해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향나무에 대하여 뭐 그리할 이야기가 있을까? 하실 수 있겠지만, 이름은 참 좋은 향나무인데 살아 있는 나무에서 향기라곤 전혀 없는 나무입니다.


살아 있으면서도 향기 없는 나무!

사람이든 식물이든 자신만의 향기가 있어야 하는데 살아 있으면서도 죽은 척하는 것인지 향기가 없으니 한발 더 다가서려 해도 여유를 느낄 수 없어 망설이게 됩니다.


잎은 또 어떨까요?
두 손이 다가가 정이라도 나누려 하면 작은 바늘처럼 뾰족한 잎은 손톱 밑을 파고들어 향의 침을 놓게 되니 매우 아리기도 합니다. 그러면서도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하는 묘약을 잎과 뿌리를 통하여 뿌리는지는 알 수 없으나 다른 식물은 전혀 발을 붙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즉, 함께 어울리면서 더불어 같이 살기를 거부하는 듯하지요.


열매를 맺을 때쯤이면 꽃가루가 바람에 날립니다. 이 꽃가루 자체가 식물에는 잔병치레의 원인자이니 고추와 배나무는 몹시도 싫어합니다.

 


사람에게는 또 어떻고요?
무더운 유월부터 늦은 가을까지 한낮의 뜨거움을 시원하게 식혀줄 그늘을 만들어 주는 나무이었으면 좋으련만, 위로만 키를 키우면서 키를 키울수록 작아지는 그늘이고, 잎과 잎 사이로 작은 바람이라도 보내어 주면 좋겠는데 가늘게 얽혀 있는 잎은 자기 자신만 바람을 받아들이려는 듯 주변에는 나누어주지 않고 있습니다.


혼자만 아는 욕심쟁이이지요.
향기 없는 나무에 대하여 생각을 하게 됩니다. 살아서는 향기 없는 나무가 생명을 다한 후에는 오래 묵을수록 독특한 자신만의 향기를 발하는 요상한 특성이 있습니다. 그 때문에 조상에게 제례를 올릴 때는 가늘게 빚어내어 잿불에 올려놓으면 쉽게 불이 붙지 않으면서 타는 듯 마는 듯이 하얀 연기를 뿜어낼 때가 되어서야 진정한 향기를 발하게 됩니다.


그렇습니다.
저승에 계시는 조상을 위하여 향을 피울 때 사용하는 나무, 나무이었습니다. 즉, 살아 있는 이들을 위한 나무가 아니라 이승에서 후대와 자손을 위하여 애쓰다 숨져간 영혼들을 위한 나무이었습니다. 이와 같은 나무만의 특성을 잘 알고 있는 선조님들은 조상의 묘소에만 향나무를 심게 됩니다.


지금 이 나무들이 공교롭게도 관공서와 학교에 많이 있습니다.
큰 가위로 잘 다듬기만 하면 아름다운 모양으로 만들고 가꾸는데는 제격이기 때문이었던가 봅니다. 그러나,옛 어른들의 지혜를 헤아려 본다면, 그 자리에 있어서는 아니 되는 나무인 것을 알게 됩니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영혼을 위한 나무, 죽은 자를 위한 나무이지 결코 생동감 넘치게 살아 있는 이들을 위한 나무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말도 있었습니다.
일본이 국권을 찬탈하였을 때, 전국의 곳곳에 학교를 건립하고 이곳에서 공부하는 어린이들의 기를 꺾어버리면서도 한편으로는 “너희는 죽은 영혼”이라는 것을 상징적으로 나타내기 위하여 일본인들이 심었던 나무이었다고도 합니다. 사실적 근거는 없다 하더라도 냉정하게 생각하여 본다면, 그러한 말도 깊은 의미는 있다고 판단됩니다.


반대의 경우를 생각해 보아야겠습니다.
자두나무라든지 고야 나무, 복숭아나무 등은, 봄이면 아름다운 꽃을 피워 진한 향기를 전하여 주니 기분이 좋아지고, 제철이 되면 풍성한 과실을 먹을 수 있도록 해 주고, 뜨거운 한낮에는 큰 그늘을 주니 시원해서 좋고, 가을이면 단풍들어 멋진 풍경을 보여주고, 때가되면 잎을 스스로 지워주니 추운 겨울에는 따뜻한 햇볕이 잘 들게 하여줍니다.


향나무에 대하여, 보는 이에 따라서 생각이 다 다르니 이글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실지 는 알 수 없으나 저의 생각은 이러하니, 생각을 같이하시는 분은 향나무를 과실나무로 바꾸어볼 것을 권하는 바입니다.

 

출판일 : 2011.06.13 11:02 인빌뉴스홈 > 인빌소식 > 강원 영월 술빛고을 | 기행/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