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창

초가을에 보내는 편지

心 鄕 2011. 9. 5. 21:11

 

 

 

밤이 찾아왔습니다.
서늘한 기온은 뜨겁던 여름을 잊고
밤의 이슬은 이른 새벽 안개를 만들어
자신이 가야할 길인 오름으로 오릅니다.

 

평화로운 밤에 달도 찾아와
밤의 하늘에 수없이 많은 별들도
반가운 이를 만났을 때처럼
반짝반짝 두 손을 흔들며 인사를 나누는 것만 같습니다.

 

늦지는 않았을까요
여름 내내 꽃을 피워 향기롭게 해 주던
주천 연꽃 밭을 찾아갔습니다.

 

열매를 맺기 시작하여 내년을 약속하는 씨앗을 키우고
늦게나마 망울 키운 연꽃은
조금이라도 더 햇살을 받아드리려는 듯
활짝 가슴 열어 진한 색을 발하고 있습니다.

 

 

붉어지는 햇살은 노을을 말함이겠지요.
아침이면 꽃잎열고 저녁이면 문을 닫는 연의 꽃도
편안하게 쉬어야 할 때를 알고 있는가 봅니다.

 

담배한대 피워 물고
이 글을 쓰는 것조차도 저에게는 큰 복일지도 모릅니다.
생각 할 여유가 있기에 글을 쓸 수 있고
걸음걸이 옮길 때마다 고개 숙인 생각에 생각이
달그림자 따라 다니듯 줄줄이 매달리는 연에 연은
눈으로 만나기만 해도 풍요로운 이 가을처럼
"지금 이 순간이 내 복인가 봐" ~빙그레 미소 짓게 됩니다.

 

복되고 즐거운 날들만 이어지소서!
신나고 즐거운 날들만 이어진다 해도
부족한 날들 중에 하나인 오늘이니까요
2011.09.05.20:51. 心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