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월 장릉, 그냥 아름다운 것이 아닌 것을
달빛이 밝아오니 밤도 깊어집니다. 무엇이 그리도 바쁘게 지났고, 어느 시점에서 멈추게 하고, 무엇을 그렇게도 고민하였고 내려지지 않는 결론을 얻지는 못하면서도, 지나온 것은 그리움 되어 초롱초롱한 별들이 달에게 안겨들듯 폭 젖어들게 됩니다.
날이 추웠습니다.
며칠 전부터 어느 날의 아침이 영하21.5도라 하더니 오늘도 영하 10도가 넘어서서 쌀쌀한 하루였습니다. 그럼에도 장릉을 아름답게 하려는 이들이 있었습니다. 더욱 차갑게 해주는 바람 부는 겨울을 마다하고 대나무 빗자루로 넓은 마당을 쓸고, 모아진 쓰레기를 두 손으로 봉지에 담아내는 모습을 먼발치에서 바라보게 됩니다.
역사관의 큼지막한 앞 유리를 닦아내는 모습도 봅니다.
모자라는 키는 뒤꿈치를 치켜들고 손끝까지 펼친 손가락에 걸쳐진 걸레로 티 한 점 없이 닦아냅니다. 수없이 많은 이들이 디디고 안으로 들어설 때, 신발 바닥에 묻은 눈송이들과 흙먼지와 이물질을 털어내는 계단의 바닥도, 사무실 바닥처럼 깨끗하게 닦아내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연륜이 있었습니다.
금방 더러워지는 계단을 보면서도 오시는 손님에게 얼른 자리를 비켜서서 반갑게 인사를 드리곤 또다시 닦아내는 모습을 봅니다. 금방 청소한 그 자리가 지저분해 지면 조금은 신경질이 날만도 한데 언짢은 표정은 아니 보입니다.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손님은 늘 오게 되어있고 디딘 자리 지저분해 짐은 당연한 일이지만 그래도 내가 금방 깨끗하게 청소한 자리를 타인이 더럽힌다면, 내가 그 자리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면, 아마도 눈총은 쏘았을 겁니다. 하지만, 그러려니 당연한 것으로 받아드리는 여유를 보면서 세상사 다 겪어본 경험의 결과인 것만 같아 내는 어찌했는지를 돌아보게 합니다.
아름답게 지켜내려는 애씀이 있었기에 아름다웠다고, 아름다운 것은 그냥 아름다운 것이 아니었다고, 장릉의 지킴이 분들은 이 추운 겨울에도 몸으로 말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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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일 : 2012.02.10 09:40 김원식기자 (dw-carpos@invil.org) / 기자주소 http://reporter.news.invil.org/dw-carp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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