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방 손님을 기억하는 화천산천어축제
화천(華川), 어느 때인가는 빛나는 냇물이 될 것이라고, 옛 어른들은 그렇게 이름을 지으셨던가 봅니다.
한두 해도 아닌 천년의 미래를 내다보고 물빛이 빛나는 고장이라고 했던가 봅니다.
헤아림의 배려는 오늘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커다란 복으로 다가섰으니 말입니다.
그렇게 준비된 이름을 어떻게 찾아냈을까 에 이르게 되면,
현재를 가꾸고 지켜내시는 분들이 몹시도 존경스럽게 됩니다.
산천어가 없는데도, 산 너머 저쪽 설악산 심산계곡에만 살고 있다는 귀하신 몸이,
어떻게 이 물의 고장까지 오지 않으면 아니 되었던 그 사연은 무엇이었을까요?
푸르던 계절은 하얀 눈과 얼음의 계절로 만들어 버리는 겨울을,
방안에 들어앉아 봄이 오기만을 기다렸을 지난날의 울타리를 한꺼번에 걷어내고
얼음 밑으로만 푸르게 흐르면서 빛을 내는 냇물의 정기를 받아드리는 혜안에 놀랍기만 합니다.
그렇게 시작된 화천의 겨울은, 산천어축제라는 이름으로 물 반, 고기 반, 사람의 반이 되어,
겨울강의 물안개는 온갖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면서
물과 바람, 얼음과 산천어는 하나 되어 이 세상 그 어느 곳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축제가 되었습니다.
평일에는 5만여 명이요 주말에는 25만, 한 해 겨울 150여만 명,
상상 속에서만 가능한 꿈들이 단일품목 산천어로 매력만점의 효자겨울놀이 되었으니
글자 그대로 꿈이 이뤄진 빛나는 냇물, 냇물이 빛나는 고장, 화천(華川)이 되었습니다.
그 바탕은 아무래도 옛날부터 전하여 내려오던 문화가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겨울날 첫얼음이 말갛고 투명하게 얼면,
얼음 밑으로 보이는 커다란 물고기를 기다란 장대로 찍어 올려 겨울철 식량 겸 별미로 먹었던 기억들,
눈이 내리고 더 두껍게 얼음이 얼면 작은 구멍을 내어 낚시를 하고,
속 깊은 소에서는 얼음이 얼기 전에 큰 말뚝을 위 아래로 박아 굵은 줄에 돌을 메달아 두었다가
얼음이 얼면 그물로 바꿔놓곤, 이른 새벽에 건져 올려 물고기를 잡았던 옛 겨울이었습니다.
과거의 기억을 잊지 않고 현대에 이르러 관광이라는 소재로 얼음판에 펼쳐놓은 축제는,
옛날 옛날의 유전자를 깨우는 마당이 되었으니,
겨울, 겨울이면 화천으로 몰려들게 하여, 풍습, 전례, 전통, 조상의 흔적들은 고스란히 이 시대에 재현되어
그 어느 고장보다도 가장 멋진 축제의 장, 화천 산천어축제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무엇을 어떻게 존중하였기에
자연과 조상이 안배해준 천혜의 겨울에 150여만이 찾아오지 않으면 안 되었는지?
그 매력덩어리를 바라보면서 애쓰시는 분들의 두 손을 잡아드리고 싶습니다.
사람이었기에 사람을 존중했고, 물고기 단일 종을 대상으로 풀어내고 베푸는 사연들은
성산마루에서 바라보는 화천강의 하얀 물안개 꽃처럼 아름다운 사람에게만 초점이 맞추어 있었습니다.
그랬습니다.
물빛 고운 화천은 사람을 존중할 줄 알았고, 오는 손님 그 어느 누구라도 가리지 않고
지극정성으로 모시던 사랑방 손님을 기억하듯, 조그마한 불편도 없이 보필한다는 마음다짐이
영원토록 이어지게 하는 끈이 된다는 점을 충분히 알고 계시는 분들이었습니다.
그 하나와 하나의 마음이 모아져 물빛이 빛나고 냇물이 반짝이는 인의 꽃으로 변해버린
겨울강의 화천, 화천은 그만의 진정한 사랑을 복으로 화답하고 있었습니다.
강원도문화관광해설사를 위한 1박2일 초청 투어 프로그램(1월9일~10일)을 마련해 주신
화천군청 관계자분들과 화천군문화관관해설사 분들에게 이글을 통하여 깊은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고맙습니다.
인빌뉴스홈 > 인빌소식 > 강원 영월 술빛고을 | 기행/문학
출판일 : 2012.01.17 17:15 김원식기자 (dw-carpos@invil.org) / 기자주소 http://reporter.news.invil.org/dw-carp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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