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된 기다림, 큰 절을 올려 맞이하는 영월향교
사랑이었습니다.
기다림은 큰 절을 올리면서 맞이하는 손님과 손님의 예절을 바라보면서 어린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사랑방에서 긴 담뱃대를 물고 손님이 오시기만 하면 “애야~이리 오너라!” 하시던 할아버지, 큰 절로 “인사 올리어라” 하셨으니 까요. 옛 예절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어 반갑기도 했고 놀랍기도 했습니다.
영월향교, 향교가 지향하는 예절이었습니다.
어른에 대한 예절, 사람에 대한 공경을 잊지 않고자 매월 초하룻날과 보름날에 모이는 분들이 조금 일찍 명륜당에 도착하면 가부좌를 틀고 앉아 눈을 감고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고 알 수 없는 생각에 잠기는가 싶더니만, 풍화루 들어서는 발자국소리에 눈을 뜨고 기다립니다. 마루에 오르면 서로가 서로를 마주보면서 큰 절로 인사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그것이 ‘지난 세월동안 몸에 익힌 유림의 예절이었다’ 하니, 잊힌 역사를 되찾은 듯 반가웠고 기쁘기까지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또 기다립니다.
대성전에 예를 올릴 때까지 아무런 말도 없는 기다림은 어쩌면 세상사에서 겪어낸 일들을 가다듬으려는 묵상인지도 모릅니다. 격한 마음 그대로 성현을 뵈올 수는 없었겠지요.
그렇게 준비를 하는가봅니다.
만남을 위한 준비, 자신을 철저하게 가다듬는 기다림이 무르익을 무렵, 대표자분이 하시는 말씀은, “예를 갖추는 준비를 하시지요.” 이었습니다. 영화에서나 보던 목이 긴 신발과 푸르스름한 도포를 꺼내어 입기 시작했습니다. 건을 쓰고 도포를 입고 신발까지 옛 어른들의 모습 그대로 변화가 되었으니 옆에서 바라보는 저에게는 더욱 더 경건한 모습으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대성전에서는 준비를 마쳤는지 무언가 알 수 없는 신호가 옵니다.
한분이 일행을 모시러 오고, 뒤를 따라 들어서는 발길은 한 걸음 한 걸음 옮길 때마다 극히 조심스럽게 예를 다하는 모습에서는 마치 선계의 세상에 들어선 듯 했습니다. 대표자 한 분이 손을 씻고 전각 안에 들어가 예를 표하고 문밖으로 나와 자리에 오니 모두가 함께 대성전에 모셔진 신위에 큰 절로 예를 올립니다. 그 모습 그대로 카메라에 담으면서도 저의 발걸음은 조심 조심이었습니다.
세상살이 서로 만나 마주보면서 유림의 예를 다하는 것처럼 산다면, 아무런 문제점도 아니 생길 것이라는 생각에 이르게 됩니다.
예를 다하여 공경하는 마음을 가다듬는 의식의 진행이 이어지고 있었으니까요.
그 첫발을 내어 디뎠습니다.
다가오는 7월의 5일 날 은 성균관을 가게 됩니다. 기본적인 예절을 익혀야만 유림의 구성원이 될 수 있으니까요.
- 2013.06.23. 17:30. 心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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