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창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 ‘그래도’-신혜영 수필가. 희망영월 2013년 8월호 12면

心 鄕 2013. 9. 3. 21:47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 ‘그래도’

                               신  혜영(수필가, 동강문학회 회원)

 

어느 시인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 중에 ‘그래도’ 라는 섬이 있다고 노래했다. 그 섬은 가장 낮은 곳에, 젖은 낙엽보다 더 낮은 곳에 존재하고, 영원히 사랑의 불을 꺼뜨리지 않는 사람들이 사는 그런 섬이라했다.
정도에 어긋난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사는 것이 힘든 사람들에게, 더 이상 희망이 없어 살고 싶지 않은 사람들에게 ‘그래도’ 세상은 아직 아름답다고, 살만하다고 마음을 돌려주는 섬, ‘그래도’ ...


오늘 아침 티브이를 보다 두 번 가슴이 뭉클하여 눈물이 났다.
10년 전 어머니는 두 아들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가 아들들 뒷바라지 하고 살았단다. 그러던 중 식당을 하던 큰아들이 운영이 어려워져 전 재산 모두 털어 도와주고 나니 70넘은 노인이 되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큰아들이 한국은 복지시설이 잘되어 있다고 하며 편도 비행기 티켓을 끊어줘 혼자 몸으로 쫓겨나듯 한국에 오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막상 한국에 도착하니 갈 곳도 없고 돈도 없고 어찌 해야 할지 몰라 미국에 있는 아들에게 연락을 했단다. 그때는 이미 아들 둘 모두 전화번호를 바꾸고 이사를 간 뒤였다고 한다.
그 소식을 들은 할머니는 얼마나 놀라고 황당하고 하루하루를 견디기 힘드셨을까?
할머니는 후회했단다. 아들들에게 모든 재산을 주는 것이 아니었다고.. 노후 자금은 남겨 뒀어야했었다고...그러나 이미 후회해도 소용없는 일이 되고 말았고, 갈 곳 없는 할머니는 떠돌이 생활을 하다 지금은 좋은 목사님의 도움으로 교회 내에서 생활하고 계신다고 했다.
자식이 늙고 힘없는 부모를 버리는 세상은 더 이상 희망이 없다. 무엇을 바라고 살아가겠는가? 그러나 ‘그래도’ 자식도 싫다고 버린 할머니를 모시고 생활하는 목사님이 계신 세상은 아름답고 살아 볼만하다.
바로 이런 분이 있는 곳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그래도’라는 섬이 아닐까? 힘들지만 ‘그래도’ 살아갈 수 있도록 힘이 되어주는 분들이 아직은 존재하기 때문에 ‘그래도’ 우리는 살아갈 희망이 있는 것이 아닐까?
할머니를 도운 목사님이야기에 가슴이 뭉클해져 함께 티브이를 보던 딸아이 몰래  눈물을 훔쳤다.   

    
내 가슴을 뭉클하게 만든 또 하나는 얼마 전 부산 도시철도 어느 역에서 선로 추락 취객을 구해낸 의로운 시민들 이야기이다. 술에 취한 사람이 순간적으로 정신을 잃고 선로로 떨어졌다. 그 당시 역에는 승객 30여명이 다음 열차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열차가 언제 승강장으로 들어올지 몰라 발만 구르고 있을 때 사고를 목격한 50대로 보이는 남자가 조금도 망설임 없이 선로로 뛰어들었다. 이 사고 장면을 CCTV로 지켜본 역무원이 열차가 승강장에 진입하지 못하도록 비상버튼을 누른 후 뒤이어 선로로 뛰어 내려갔고, 또 이를 본 50대 남성과 20대 남성 두 명도 망설임 없이 선로로 뛰어 내려가 신속히 대처한 덕에 사람의 목숨을 구한 것은 물론 열차 운행에도 지장을 받지 않았단다.
도착 시간이 임박한 상황이어서 조금만 조치가 늦었어도 인명 사고가 났을 거란다. 그러나 용감하게 뛰어든 시민들로 사람의 목숨을 구했다.
이 이야기는 아무리 모든 사람들이 이기적이고 자신만 아는 각박한 세상이라지만 ‘그래도’ 아직은 살아 볼만한 세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했다. 더군다나 구조에 나섰던 사람들은 역무원이 이름과 연락처라도 남겨 달라고 수차례 요청했지만 손사래를 치며 기다리던 전철을 타고 떠났다고 했다.


조그만 봉사나 선행을 해도 자랑을 하고 자신을 내세우려고 하는 요즘 세상에 이런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그래도’ 이 세상은 아름다운 세상이 분명하다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야 말로 감동이었고, 또 한 번 가슴이 뭉클해져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매일 매일 접하는 뉴스는 흉흉한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다.

 ‘그래도’ 오늘 아침 티브이는 모처럼 마음을 훈훈하게 하는 이야기를 전해 주었다. 그러고 보면 어렵고 힘든 삶속에 우리가 행복할 수 있는 것은 ‘그래도’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가장 낮은 곳에, 젖은 낙엽보다 더 낮은 곳에 존재하고, 영원히 사랑의 불을 꺼뜨리지 않는 사람들이 사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 ‘그래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