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의 바이러스
유애희(수주면 무릉초등학교 교사)
영월 주수면 작은 학교, 작은 학급에는 용팔이와 태봉이라는 별명을 가진 남자 아이 둘만 있다. 서로 장단점 보완하며 항상 붙어 다닌다. 1년을 서로 잘 지내는 것도 좋지만 자신의 이야기를 매일 기록으로 남기는 것은 나를 되돌아보는 기회를 주는 것이라 생각되어 아이들에게 두꺼운 일기장을 사주고 자신의 이야기를 쓰자고 하였다. 처음엔 글쓰기가 어색한 아이들은 어떻게 하면 덜 쓸까 궁리하면서 조금만 쓰면 안돼요? 라고 반복해서 질문하는 게 일상의 말이였다. 일기 쓴 지 3달이 지나자 당연히 쓰고, 글의 주제가 생기면 이야기를 잊어버릴까봐 바로 즉시 적어 두는 습관이 생겼다.
두 아이만 일기를 잘 쓰기보다는 부모님의 일기도 동참을 하면 어떨까? 그리고 아이들만 알고 지내는 작은 학급이 아니라 두 가족의 공감의 끈이 연결되는 무엇이 없을까? 고민 끝에 생각해 낸 것이 바로 두 가족이 돌려가며 일기쓰기였다. 부모님께 사전 허락을 받아 일기를 돌려쓰면 어떠냐고 하였더니 금방 긍정의 답을 주셨다. 나는 바로 일기장에 긍정의 바이러스라는 제목을 붙였다. 하루는 태봉이 어머니, 그 다음 날은 용팔이 어머니 돌려쓰기 일기는 부모님의 숙제가 되었다. 긍정의 바이러스는 부모님 두 분의 일기사이에서 일어났으며 서로의 연락을 아날로그로식으로 연락을 하신다.
바쁘게 돌아가는 일기속에는 자식사랑, 남편 걱정, 가족회의 등 하루가 다 담겨져 있는 기록 일기가 되었다. 마지막 문장에는 그림책<책먹는 여우>에서 책에 양념을 뿌려 먹은 여우처럼 두 부모님도 일기장에 긍정의 바이러스 양념이 뿌려졌다.
부모님의 일기쓰기 협조자가 된 두 아이들은 부모님께 일기 쓰시라고 당연히 일기장을 드리고 밤에 잠잘 때 어머니가 일기장을 쓰시는 지 살펴본다고 한다. 하루는 물놀이로 혼난 날은 일기 써 달라는 말을 못해 그냥 가지고 왔노라고 말하면서 부모님 눈치를 살폈다고 한다. 부모님들은 처음에 내 일기 쓰시느라 남의 일기 읽어볼 엄두도 못 내셨는데 이제는 남의 일기를 볼 정도로 여유가 생기셔서 용팔이 어머니는 태봉이 어머니의 일기를 다 읽어 보셨다고 한다. 그러면서 나 아닌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고 나를 돌아보았다고 하셨다. 아이들의 일기의 성장도 보람이 있지만 두 가정, 두 부모님에게는 긍정의 친구가 되었다. 드디어 희망이 보이는 긍정의 소식 하나. 3월초 부모님(아버지)쓰기를 거부하신 용팔이 아버지께서 7월 여름방학 전날 일기를 쓰셨다!
작은 학급에서 생긴 긍정의 바이러스가 수주면의 희망에서 영월군의 희망으로 퍼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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