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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를 대하는 4가지 방법[조선일보6/20일자]

心 鄕 2006. 6. 20.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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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를 대하는 4가지 방법
창원대 윤명희박사 분석
활동·은둔·파괴·대안형 개인글보다 스크랩이 많아

인터넷상의 1인 미디어인 블로그(Blog)가 한국에서는 ‘활동형’ ‘은둔형’ ‘파괴형’ ‘대안형’의 네 가지 유형으로 분열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창원대 윤명희 박사(사회학과 강사)는 최근 전북대에서 열린 2006년 한국사회학회 전기사회학대회 발표문 ‘1인 커뮤니티의 사회적 분열’을 통해 이와 같이 밝혔다.

◆활동형

“자신의 생각을 간편하게 표현하고 남들과 소통할 때의 즐거움이 대단한 것 같아요. 저 역시 하루에 한두 개씩은 글을 꼭 올리고 히트수와 리플수에 목매다는 걸 보면…”(A사용자)

이 사람들은 블로그를 ‘개인 매체’나 ‘출판도구’로 보고, 개인적인 네트워킹을 하면서도 문을 활짝 열어 놓는다. 대부분 자신의 신변잡기나 일상적 사건, 관심 주제 같은 내용으로 블로그를 만들면서 공개된 글에 대한 댓글과 트랙백(다른 곳에 댓글을 남기는 기능) 등을 통해 다른 이용자들과 활발하게 상호 작용하고 있지만 사회적 영향력엔 한계가 있다.

◆은둔형

“세상은 그렇게 어지럽도록 돌아나가면서 조롱하듯 나를 바라보며 스치고… 가슴속에 있던 상처들이 피를 내보이며 갈라지기 시작했다.”(C사용자) 검색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비공개 블로그’가 이런 유형. 한마디로 ‘자신만의 세계’ 속으로 숨어버린 폐쇄적 블로그다. 외부와 완전히 단절된 공간에서 활동하거나 그런 사람들끼리만 교류하는 ‘고립된 관계망’의 특징이 있다. 댓글과 트랙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지만, 독서·음악·영화 같은 취미에선 높은 수준을 보여주기도 한다. 때론 자기파괴와 무력감으로 이어지는데 이는 사회적 위기의 반영이다.


◆파괴형

“꼴페미 반대 편에 있는 또라이들 많군. 여자도 군대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인간들 보면 꼴페미들 지× 떠는 것 보는 것 같아서 씁쓸하외다.”(Y사용자) 인터넷에서 하루에도 여러 번 눈에 띄는 유형이다. 사회적 현안에 대한 일방적인 주장이나 극단화된 집단적 행동이 잘 나타난다. 이런 모습은 언젠가 정상적 상태에 도달할 과도기의 혼란으로 볼 수 없다. ‘적나라한 선동’이 공식적 문화가 된 시대적 상황을 보여줄 뿐이다. 이런 블로그의 방문자는 ‘지지자 아니면 반대자’로 칼같이 나눠져 타협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대안형

“그렇게 일상의 나락으로만 떨어진다면 그저 바보 같은 직장인이 될 따름이라는 자각에, ‘정치적인 올바름’을 지켜가는 사람들을 만나고 싶었습니다.”(B사용자) 공적·사회적 이슈에 대해 집단적으로 연대해서 실제로 원하는 바를 ‘실천’하려 한다. 특히 거대 포털의 상업화 전략에 따른 블로그 서비스는 이들의 단골 비판 대상. 연못처럼 고여있는 블로그가 아니라 사회적인 주제가 끊임없이 소통·토론되는 강물 같은 블로그다. 이미지나 ‘펌질’보다 글 중심 콘텐츠의 비중이 많으며 작은 규모지만 유대감이 높은 커뮤니티를 만들어가고 있다.

◆한국 블로그, ‘개인’은 어디에?

윤 박사는 “이와 같은 블로그 유형의 분열 현상은 전통과 현대, 탈(脫)현대의 양상이 뒤섞여 있는 한국 사회를 반추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개인 중심 사회에서 출발한 서구의 블로그와 달리 ‘개인’이 주도적인 위치에 있지 않다는 것도 한국 블로그의 또다른 특징. 블로거 자신이 콘텐츠를 직접 생산하기보다는 일종의 스크랩북 기능이, 대안적 개인 미디어라기보다는 커뮤니티의 속성이 좀 더 강하다는 것이다.

유석재기자 karma@chosun.com
입력 : 2006.06.19 23:41 53' / 수정 : 2006.06.19 23:44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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