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 소리]영척의 반우경에 담긴 교훈 ( 오피니언 2004-12-13 기사 )
영척 반우경(飯牛鏡)이라 불리는 한 녹슨 구리 거울의 사연을 나름대로 문헌을 통해 감히 조명해 보고자 한다.
관리인 듯한 사람이 소에 풀을 먹이는 조형이 양각된 이 구리 거울은 2층 고려관 초입(국립 춘천박물관)에 푸른 녹으로 고색이 창연한 채 함초롬히 앉아 있다.
지름 14.8㎝의 작은 호박잎 만한 크기의 초라한 모습이어서 관람자는 물론 자원봉사에 동참하는 해설자들도 그냥 지나칠 뿐만 아니라 박물관 학예사도 이렇다할 해설자료를 내놓고 있지 않아 궁금증을 더하게 하는 유물이다.
당나라 태종(AD 626~649년)의 가언선행(嘉言善行)을 기록한 정치적 교훈서인 오긍(五兢)의 정관정요(貞觀政要)에 의하면 어느 날 환공은 수훈공신 관중과 영척 그리고 포숙아를 불러 보상과 격려차원의 연회를 베풀게 된다.
이때 포숙아가 사람은 잘 나갈 때 어렵고 희망 없던 과거를 잊지 말아야 한다며 “환공은 국외로 망명하여 고생하던 때, 관중은 노 나라에 포로가 되어 죽음을 기다리던 때, 그리고 영척은 가난하여 수레 밑에서 소에게 여물을 먹이던 때”를 기억하며 백성의 뜻을 알아차려야 한다는 요지의 제언기록이 있다.
그렇다면 이 그림은 영락없이 영척이 가난하여 수레 밑에서 소를 먹이던 때를 기억하고 등고자비(登高自卑)의 자세로 나라를 잘 다스려 백성을 배부르게 먹여 살리라는 뜻이 담긴 소품이라고 유추할 수 있지 않은가?
누구도 관심 갖지 않는 이 고즈넉한 녹슨 구리 거울에 이런 심오한 교훈이 담겨 있다니! 이 어찌 선인의 지혜가 담긴 보배가 아니란 말인가? 이 거울 앞에서 필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한없는 외경심과 관조의 삼매경에 이르곤 다.
그러나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드는 한가지 궁금증이 있다.
1977년 6월 14일 홍천의 연봉리 산 4번지의 발견품이라는 공식기록 이외에는 알려진 것이 없으니? 고려시대 우리 선조들이 독자적으로 제작하여 생활의 본으로 삼았던 것인지? 또는 중국에서 만든 동경(銅鏡)을 본떠 다시 만든 재주경(再鑄鏡)이거나 방제경(倣製鏡)으로 대 고려교역품이었는지? 행여 어느 토호나 지방 목민관에게 준 선물은 아닌지?
아무튼 이 시대의 어수선한 국정 분위기에 위정자들이 이 영척 반우경에 담긴 교훈을 한 번쯤 음미해 보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국립춘천박물관 033-260-1523. http://chuncheon.museum.go.kr/ 자원봉사자 조 영진.
강원일보 http://www.kwnews.co.kr/new_view.asp?s=1101&aid=204121200010&t=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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