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래
김원식
눈이 시리도록 하얀 눈이 내렸을
산에는 봄비처럼 가랑비에 젖어 있다.
아래로
아래로 내려만 가는 산은
살을 에는 겨울에도
온몸을 벗어던지고 차라리 나를 데려가라며
외치고 있다.
그 하나라도 더 보태고 채우려
멀리 내려다보이는 세월이야기를
다 듣고 간직했을 태산은
찢겨지고 헤쳐짐을 체념한 듯
그래 네가 원한다면
그래 네가 나를 필요로 한다면
모든 것 다 주겠다며
겨울비 핑계 삼아
아래로
아래로
내려만 갈 줄 아는 방울은
부끄러운 나를 가려주려
물안개로 피어오르는
눈물이었다.
오후 2:59 2008-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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