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창

김선옥님의 영월 망산과 술샘을 찾아서

心 鄕 2009. 3. 26. 14:27

강원도민일보 로컬와이드 2009년 3월27일자 13면


20년 자란 낙엽송 지나니 `그림 같은 정자`
   망산 정상 빙허루에 숙종`영조`정조의 어제시문 복제 글 남아


주천(酒泉)은 순 우리말로 술샘이라고 하는데,1530년 조선 중종 25년에 편찬된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술이 샘솟아 나왔다는 주천석(酒泉石)에서 그 지명이 유래되었다고 한다. 이곳은 고구려시대부터 주천현으로 부르게 되었는데 옛날에는 신기하게도 망산의 바위틈에서 솟아나는 샘물이 양반이 와서 물을 뜨면 약주가 나오고, 천민이 오면 탁주가 나왔다고 한다.

 

전설에 의하면 조선시대 한 천민이 양반복장을 하고 와서 약주가 나오기를 기다렸으나 약주는 나오지 않고 평소와 같이 탁주가 나오자 화가 나서 샘터를 부순 이후에는 술이 나오지 않고 맑고 찬 샘물이 나오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망산은 해발 304m의 낮은 산으로 주천면 남쪽 강가에 위치하고 있다.

 

망산 밑에는 주천을 빛낸 인물들의 비석들이 있는 비석거리가 있는데, 이 비석들 우측 강가로 내려가면 예전에는 병 모양이었다는 커다란 암반이 있고, 그 암반의 틈에서 샘이 솟았다고 한다. 지금은 겨울 갈수기로 얼어있어 시원스레 솟는 차가운 물 한잔은 기대할 수 없었다.

 

주천이라는 지명의 유래가 된 역사적 장소라기에는 소홀히 관리하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이 생기던 차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이곳 주천에 `술샘박물관`이 올해 착공예정이라는 것이다.

 

술샘박물관은 전통주 주 생산지(더덕주, 복분자주, 머루주 등)로서 지역특색에 맞는 박물관 건립의 필요성에 따라 계획대로라면 9월쯤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한다. 이미 영월은 국내에서는 흔하지 않은 지역 전체가 박물관인 마을로 자리매김한 상태라 술샘박물관이 또 하나의 영월의 명소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한껏 나를 들뜨게 한다.

 

얼음이 풀리는 강가 절벽을 끼고 난 작은 길을 아슬아슬 지나서 강을 거슬러 올라갔다. 막 버들강아지가 눈을 뜨고 햇살이 반짝이며, 작은 박새무리와 이름 모를 새들이 무리를 지어 덤불속을 드나들고 있다. 주천의 명물 섶다리는 겨울을 이기고 차갑고 투명한 물결위에 다정한 그림으로 맞아준다. 부지런한 물고기가 섶다리 사이를 장난질하듯 무리지어 지나다닌다.

 

산을 오르니, 20년 정도의 장성한 낙엽송과 잣나무가 우뚝 솟은 숲은 산림욕장으로 잘 가꾸어져있어 찾는 사람이 많았다.

 

망산 정상에는 빙허루라는 멋진 정자가 그림처럼 앉아 있는데, 위치에 대한 기록에 의하면 원위치는 옛날 원주 땅에 속하는 주천현 객관 서쪽 산정에 있었다고 한다. 지금의 누각은 1986년에 국회의원 심명보와 군수 안구순에 의해 지어진 것으로 `빙허루재건기`에 누각의 전말이 소상하게 기록되어 있는데 원래 이곳은 청허루가 있었던 곳으로 예전에는 강을 사이에 두고 빙허루와 청허루가 마주보며 있었다고 하나 지금은 빙허루만 복원되었다.

빙허루는 정면4칸, 측면2칸에 팔작지붕을 한 2층 누각이며, 여기에 숙종과 영조, 정조의 어제시문(御製時文)과 어제필(御製筆)이 있는데 복제한 게판(揭板)이라고 한다. 지난해에 야간 조명시설을 갖추어 아름다운 정자의 모습과 더불어 한밤 강가에 비친 화려한 정자의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야외 체육공원 옆으로 철종대왕의 태실지처가 있는데 숲가꾸기로 숲이 활짝 열려 있어 눈 눈에 들어온다. 시원하게 삭발당한 듯한 모습이 까까머리 중학생 같아 웃음이 난다.

 

마을과 가까이 있는 쉼터로, 삼림욕장으로, 체육시설로 사랑받는 망산이 나처럼 주천의 재미있는 전설을 따라온 나그네에게도 아름다운 곳으로 기억될 수 있도록 샘의 복원도 이루어 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선옥 . 영월국유림관리소. 숲 해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