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창

추석날에 띄우는 안부편지

心 鄕 2010. 9. 22. 12:18

 


추석 전날을 폭우로 마무리 하는 것도 부족하여 자정이 넘을 때까지 쏟아지던 비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 너무도 조용한 아침입니다.


철도청 사령실에 근무하는 동생이 오늘의 근무이기에 서둘러 차례를 올리고,

아침식사는 하는 둥 마는 둥 바삐 움직이더니 9시에 서울로 올라갔습니다.

아침을 먹었던가, 안 먹었던가? 덩달아 어리벙벙합니다.


주천강은 그 많던 물을 다 받아드리면서 흘러내리고 있었습니다.
강변에 심은 배추와 무, 강냉이는 땅을 헤집는 물살에 뿌리를 드러내고,

추석날 차례에 올릴 햅쌀을 위해 건조시키던 벼는 하얗고 작은 쌀눈이 나와 있었습니다.


푹 젖은 벼 일지라도 거두는 노부부의 손은 떨리고 있었습니다.
몹시도 소중한 식량이었으니까요

 


오늘 저녁에 있을 면민 노래자랑 무대가 급하게 철거되어 둑의 가드레일에 간신히 걸쳐있고,

주천면장과 민원계장은 치뛰고 내리 뛰며 수해의 피해현장을 다니면서 농사짓는 분들을 위로 하고 있었습니다.


잡아주는 손이 매우 따뜻해 보였습니다.
추석날 차례도 올리지 못하고, 날이 새기도 전에 골골이 쏟아져 내리는 도랑을 건너

모랑가지 돌아올라 농업인 가정을 찾아가는 발길
남들 다 노는 추석날 아침에 그 무슨 죄가 있어 그리 했겠어요.

농작물이야 어찌되었든 주민이 안전한지를 걱정하는 책임감 때문이었겠지요.

 


여기 고마운 이가 또 있었습니다.
추석날의 이른 새벽에 안부를 전하면서 걱정해주는 친구가 있어 참 행복한 오늘입니다.


온 몸이 시리도록 흠뻑 젖는 아픔을 웃음으로 제쳐 넘길 저녁의 노래자랑을 구경하러 갈렵니다. 
심술부린 추석의 폭우였지만 그러면 그런대로 오늘을 즐기렵니다.


짙어가는 가을과 겨울을 지낼, 가슴 벅찬 감동을 간직할 추석날에 띄우는 안부편지였습니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2010-9-22 오전 11: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