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창

10월의 중순, 가을밤에 쓰는 편지

心 鄕 2010. 10. 14. 00:05

 

안녕하세요^^~김원식입니다.

 

글을 쓰기에는 참 좋은 밤입니다.
마음을 쏙 빼앗아가는 음악이 있고 시골의 밤은 모두가 잠든 한밤중이 되니까요.

 

도시에서는 밤 10시~12시 정도는 농촌의 초저녁처럼 넉넉한 시간을,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으로 한낮의 북적이던 전화도, 찾아오는 손님도,

일상의 일과에 매달렸던 어수선한 마음을 정리하게 된다는 어느 출판사분이 하시던 말씀이 생각납니다.

 

아마도 불빛 때문 일겁니다.
도시의 밤하늘에서는 반짝이는 별을 볼 수 없어 옛날 옛적에 할머니와 외할머니가 별을 보며 들려주던

정다운 자장가를 이제는 들을 수 없는 노래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도시의 삶은 복잡하고 바라고 원하는 것을 충족시켜주기 위해서는

밤의 시간에도 무언가는 움직여만 하는가 봅니다.

 

시골에 살고 있으니 도시생활의 세세한 면들은 이해가 매우 부족합니다.

어쩌다 대도시에 가면 너무도 복잡한 도로에 어깨를 부딪칠 정도로 이동하고 있는 시민들,

그 나름으로 각자의 삶을 위하여 부지런히 일하는 모습들 일겁니다.

 

가을이 물들고 있습니다.
밤과 이른 새벽은 긴 옷을 필요로 하고, 강에서 피어오르는 안개는 아침10시가 되어서야 자리를 비켜주면서도

가끔은 짙은 안개비가 내리기도 합니다.

 

 

강물의 물빛도 곱게 물들기 시작했습니다.
깨끗함을 초월하여 물빛에 비추이는 가을은 강물이 그리는 물 그림인지,

산이 그리는 그림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맑은 물이 흐르고 있습니다.

 

산에 들에서 겨울을 준비하는 과정일 것입니다.
자신들이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새로운 봄에 새순을 키우고 새싹을 돋아내고 5월의 꽃과 가을의 결실을 맺자면,

자신들의 몸속에 들어있던 수분을 모두 비워야만 했으니,

작은 나무뿌리에서부터 고목과 여린 식물에 이르기까지 온 산과 들이 붉게 물들 때까지 비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작은 이슬처럼 모이고 모여드는 물방울은 산속의 옹달샘으로 솟아내어

실개천을 이루고, 내를 지나 강으로 흘러드니 글자 그대로 청청옥수일 수밖에 없는,

속을 비워야만 자신이 살 수 있는 진리를 알려주는 이 가을의 참모습입니다.

 

자연은 그러할 진데 저 자신은 자꾸만 보태는 하얀 머리카락에 주름살

그리고 차곡차곡 쌓아두는 그리움은 자꾸만 커져 때로는 글로, 때로는 기억으로 붙잡아두려 합니다.

사람이기에 사람으로서 겪게 되고 겪어야하는 인생일 것입니다.

 

글을 쓰기 전에 특정한 주제를 정하고 쓴 글이 아니어서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마구잡이로,

생각이 가는 그대로 적다보니 이리 되었습니다.

 

밤이 깊었습니다.

깊은 만큼 더 고운 가을밤이 되소서.

 

2010년 10월 13일 밤 11시 42분에 김원식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