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1일 오후에는
영월군 한반도면 서강 언저리에 관란정을 찾았습니다.
오르는 숲길이 푸르긴 한데 혼자이어서일까요?
바람은 세지 않은데도 차갑게 다가오니 쓸쓸해집니다.
정다운 친구분을 모시고 올걸
하늘보고 땅을 보고 걷는 길을
나무 위를 건너뛰는 청설모가 동무해 줍니다.
관란정 길
푸릇한 계절 가니
겨울도 시린 몸을 반기는가
햇살은 솔가지로 등을 떠미네
어디든 가 향긋한 풀 냄새
가쁜 가슴 내쉬고 들이쉬니
사람이 자연인가 자연이 사람인가
발길 잡는 흙길은
친구 하세 늘어지네
청령포 귀양살이 단종 대왕에게
웃돌 목 강가에서 음식을 바가지에 담아 띄우면
물길은 돌고 돌아 건너편 유배지에 다다르니
임금의 허기를 달래 준, 전설의 주인공 원호 관란 이라는 분입니다.
하얗게 내린 눈은 그림자에 녹지 않고
정자 뒤편 벼랑 아래 푸른 물 서강은
세월을 감고 감아 가기만 합니다.
굵은 소나무 중간에 다른 품종 나무 한 그루 자리를 잡고
현판은, 바람을 겪으면서 세월의 격정을 말해 주고 있었습니다.
간밤에 우던 여울
슬피울어 지나가네
이제와 생각하니
님이 울어 보내네
저 물이 거슬러 흐르고져
나도 울어 보내네
이 한시는, 관란정 옆 원호 유허비문에 새겨진 글입니다
관란정 입구에, 주차장 옆 큰 돌에 한글로 풀어서 새겨져 있기도 합니다.
욕심이 뭔지요
조카까지 귀양보내고 왕위에 올랐으니
지금 이 순간 내하나 죽을지언정 정절과 지조를 실천했던 이들은
고향으로 돌아와 충절을 지키기에 죽기를 자처했으니
오늘날 위대한 역사의 인물로 존중받는
또 다른 한면을 보여주는 역사의 현장이기도 합니다.
시대의 욕심이 낳은 산물이 여기 관란정 원호유허비에 있었습니다.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시절 따라 시간 따라 가는 건
사람의 몸이지만
마음 하나 변함없는 사랑을 배웁니다.
추워진다는 오후입니다.
고뿔에 감기 없는 겨울날이 되십시오
2010.12.14. 13:24. 心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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