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창

산자고, 장릉에 꽃이 되어

心 鄕 2011. 4. 19. 13:54

 

 

꽃이 피었습니다.

소중한 인연의 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피어날 꽃이라면, ‘그저 그렇게 피었던가?’ 라면서 예삿일로 지나칠 수 있지만,

조선6대 단종대왕의 능 봉분에 자리 잡아, 봄날의 싱그러움에 생명을 탄생시키는 4월에 피었으니 예사로운 일이 아닙니다.

 

능을 찾는 분들의 한결같은 말씀은 “얼마나 그리운 사랑이었으면 꽃으로 피어났을까?” 이었습니다.

생명을 주고 이튿날 세상을 떠난 어머니처럼,

화려하지도 않고 진하지도 않은 은은한 색으로 ‘나를 기억해 달라’ 는 듯 피어난 꽃인지도 모릅니다.

 

참다운 사랑을 꽃으로 말하면서 피어나기 시작한 산자고는 4월6일 한식날이었습니다.

이른 아침 꽃잎 열어 봄의 햇살 마음껏 받아드리고,

노을 따라 모은 꽃잎은 새날이 밝아 올 때를 기다리면서 향기를 가득 머금고,

아픔을 기억하면서도 활짝 피어나 기쁨으로 승화시키는 오늘을, 마련해 주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누구인들 아픔과 슬픔이 없겠는지요?

역사는 과거를 바탕으로 두 번 다시는 슬픔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기에 존재하고 있고,

바람직한 사연은 더욱 더 아름답게 꽃을 피워야 한다고 기록은 말하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봉분에 피어난 산자고는, 어쩌면 환하게 미소 짓는 단종의 얼굴일지도 모릅니다.
이승을 떠난 지 500여 년 동안 예를 다하는 장례가 없었고,

영영이별 영이별이 되어버린 1457년 6월22일 이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만나지 못했던 아내와의 만남을,

시대를 초월한 현세에서 단종과 정순왕후의 영혼을 대신하여 만남을 이루게 했고,

국장으로 장례를 지내고 있으니, 영월의 단종문화제에 대하여 임금이 친히 고마움을 표하기 위하여

영혼의 꽃으로 피어난 것만 같습니다.

 

산자고 꽃이 되어

 

슬프되 슬프지 않고 기쁘되 소리치지 않아
은은한 미소 속에 영혼으로 말하는
단종과 정순이시여

 

당대의 아픔일랑 모두 잊고
세월을 넘어 선 현세에 맡겨주소서

 

승하 241년 이 되어서야

평산 신공 규에 현명한 숙종대왕 계셨으니
상소문 회람하여 해답을 구하면서 공생`공존`화합을 이뤄
지도자는 이러해야 한다 합니다.

 

말을 못하게 하면 글로서 말하고
글을 지우려하면 지워지지 않는 기억에 담아
잊으라 하면서 애써 모른척해도
유전자로 이어진 세월은 잊지 못해
554년 지난 지금도 그대로 입니다.

 

무엇을 기억해야 되겠습니까?

임금의 꽃이 된 산자고는
아픔은 잊되 반복하지 말라하고
슬픔은 있었으되 이어가지 말라하고
서로를 인정하고 공경하면 행복이 뒤를 따른다고
그렇게 말하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출판일 : 2011.04.19 10:21 인빌뉴스홈 > 인빌소식 > 강원 영월 술빛고을 | 기행/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