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그냥

모운동, 가을걷이 / 시인 김귀례

心 鄕 2011. 12. 21. 16:10

 

 

 

모운동, 가을걷이

 

                        김 귀 례


넘이 해, 구름 속에 잠을 청하고
손에 잡힐 듯한 달이
산허리로 내려오는 저녁 어스름
울퉁불퉁 두터운 소나무 그림자
들어 올리며, 줄기 바람이 술렁인다


바람은 어느 길목에서 이곳 산동네까지 왔을까
자질자질 푸른 몸을 벗어버린
억새에게 지금은 어떤 말을 건네는 것일까


“아니아니”
“그래그래”
비탈진 길 걷다 만나는
실없는 푸념들 털어버리고
사람 향한 그리움 만져보라며
억새의 몸에 바람은 길을 내었다


모운동, 가을을 서성이다가
세상 향한 따수운 마음
걷는 발걸음에 일으켜 내려오는데
바람에 눈을 부빈 억새 속눈썹이 자꾸 발 앞에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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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제14회 김삿갓문화제 전국 시 낭송대회 심사위원
서정주 문학제 시낭송 심사위원
현)전남대학교 평생 교육원 시낭송 지도자 과정 전담교수

전) MBC아나운서 (부산, 광주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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