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역사 유적

잊혀진 이름, 영월장릉의 경액지

心 鄕 2012. 12. 24. 13:03

 


▲보물 제1536호 월중도 제1면 장릉(1791년 경)에서의 경액지

 

살면서 살다보면, 곁을 따라 다니는 것은 바람과 물 그리고 사람이 아닐런지요.

바람은 흩어놓는 습성이 있으니 모으려 하고, 물은 흘러야하니 흐르되 조금 더 머물도록 하여, 편안을 찾아내는 애씀들이 평안으로 이어지는 삶일 것입니다.

 

영월 장릉은 조선국 제6대 단종대왕의 능입니다.

바람이 불지 않아 물결도 잔잔한 날, 연못가 의자에 앉아 가만히 바라보노라면, 옛날 옛날에 어른들은 능다운 예(禮)를 갖추려고 참 많은 노력이 있었음을 알게 됩니다.

 

하마(下馬)비석(碑石)으로부터 시작하여 재실에서 몸과 마음을 가다듬고, 비워진 속내가 온 몸으로 느껴질 때 대문을 나서면, 자연스럽게 혼자가 아닌 길을 걷게 되니 홍살문에 다다르게 되고, 홍살문을 들어서면, 능의 주인이신 임금께서는 신의 길에 계시고 이승인은 어도(御道)에서 인사를 올리게 되니, 서로 손을 잡고 정자각으로 오르게 됩니다.

 

모든 것을 다 비우고 순수한 영의 세계에서 만남을 위한 과정들이지요.

영혼을 만날 수 있도록 준비된 능역(陵域)은, 임금에게 예(禮)를 다하려는 조상님들의 증표이기도 합니다. 그 중에서도 임금의 혼을 한자리에 모아주는 역할을 한다는 경액지(景液池)에 대하여 말씀을 올리고자 합니다.

 

 


▲장릉 노루조각공원

 

장릉의 경액지라 함은,

오늘날 ‘장릉노루조각공원’이라는 이름으로 변화되어, 물 깊은 연못을 한 바퀴 빙 돌면서 건강을 다질 수 있는 산책로와 물거울 일렁이는 물결에 마음을 빼앗겨도 좋을 수변공원으로 잘 다듬어진 장릉연못을 말함입니다.

 

1900년 경의 [영월군읍지(寧越君邑誌) 능묘(陵墓)]의 기록에 의하면, 경액지(景液池)라 하고, ‘卽莊陵水口池也, 周回一里, 中有六鳥, 壬子春自本郡改築植木.(즉장릉수구지야, 주회1리, 중유6도, 임자춘자본군개축식목) 이다. 하였으니, ‘임금의 능에 잇닿아 있는 연못으로, 둘레는 1리 이며, 가운데에는 여섯 개의 섬이 있으니, 임자년(정조16년 1792년) 봄에 영월군에서 개축하고 나무를 심었다’ 로 풀이가 됩니다. 이승을 떠나신 임금의 영혼이 흩어지지 않게 모아주는 곳, 그 최선의 방법으로는 물이 모아지는 연못(池)을 만들고 그 이름 하기를 경액지라 했습니다.

 


▲보물 제1536호 월중도 제7면 읍치 에서의 경액지

 

본문 중에서도 ‘중유 육도(中有 六鳥)’ 라는 기록에 빠져들게 합니다.
얼른 보기에는 ‘여섯 개의 섬이 한가운데 있다’ 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만, ‘안에 있다’는 중유(中有)는 아마도 또 다른 뜻을 담은 것은 아닌가? 입니다. 하여,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옛 어른들의 말씀과 기록들을 찾아보았더니 매우 놀라운 뜻이 있었습니다. 중유(中有)는, ‘사람이 죽은 뒤 다음의 생(生)을 받을 때까지의 49일 동안을 말한다.’ 했으니까요!

 

너무 멀리 동떨어진 이야기일까요? 단어 하나에 논리의 비약은 아닐까요?
하여튼 여러 기록에 의하면, 윤회(輪廻)의 4유(四有) 중에 한 가지인 중유(中有) 이었습니다.
사유[四有]에 대하여 알아보았더니, 사람이 태어나고 죽고 다시 태어날 때까지의 기간을 넷으로 나누어 놓고, 生有→本有→死有→中有로 돌고 도는 윤회(輪廻)를 뜻하고 있었습니다. 그 첫 번째인 ▶생유[生有]는, 죽음과 생명의 중간 단계인 중유(中有)를 거쳐 모태에 생명을 의탁하는 찰나의 존재를 이르는 뜻이고, 둘째인 ▶본유[本有]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의 몸을 말하고, 셋째인 ▶사유[死有]는, 수명이 다하여 이승에서 목숨이 끊어지는 찰나를 말하고, 마지막이자 시작의 정점인 ▶중유[中有]는, 사람이 죽은 뒤에 다음의 생(生)을 받을 때까지의 49일 동안을 뜻한다. 이었습니다.

 

 


혼자만의 억측일지는 모르지만 이것을 대입하여 본다면,

단종임금께서 영월에서 승하하시어 장릉에 모셔져 있으니 흩어질지도 모르는 영혼을 경액지에서 모아야 하고, 모아진 영혼은 중유(中有)에서 생유(生有)로 이어지고, 본유(本有)와 사유(死有)를 지나 다시 중유(中有)로 돌아오는 윤회(輪廻)를 위한 경액지, 연못은 아니었던가? 언젠가는 다시 태어나시어 이 땅 영월을 복되게 해 주시리라는 염원을 담은 조상님들의 혜안과 깊은 뜻이 있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바람 불면 흩어진다고 보았을 것입니다.
아무리 거센 바람이 분다 하더라도, 흩어지지 않고 한마음 한뜻으로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고 공경하기에, 더욱 아름다운 영월이 될 수밖에 없음을 알려주는, 임금의 진혼이 계시는 곳, 바로 장릉연못 경액지가 아닐는지요?!

 

 

 

또 한 가지는 이 경액지가 임금님을 모시고 있는 백성을 위한 연못이었다고 한다면, 임금의 진신옥체에서 발하는 기(琦)가 경액지에서 모아져 성스러운 물이 되고, 물은 아래로 쉼 없이 흐르면서 고르게 스며들어 영월 땅에서 살고 있는 군민 모두에게 복을 안겨주는 경액, 경사스러운 물 일 것입니다.

 

임금이 계시는 곳은 궁전이고 성지이기에, 오늘날 많은 손님 분들이 영월을 찾아오고 계십니다. 단종 임금님을 모시고 있기에 역사와 충절의 고장 영월, 조선국의 성지 영월이다 하였고, 소나기재 홍살문을 지나는 순간 세상의 모든 근심걱정을 소멸시켜주는 성스러운 땅 영월, 홍살문을 들어서는 순간 모두가 성스러운 사람, 성인(聖人)으로 변화시켜주는 영월이 됩니다.

 

 


이보다 더 큰 복이 기다리고 있는 고장이 어디 있겠어요?!!
임금의 기가 모아진 경액지, 연못 길을 돌고 돌면서 바라고 원하는 바를 두 손 모아 기원하면, 속 시원하게 해답을 얻을 수 있다는 영험한 장릉연못입니다.

 

마음은 생각이라는 씨앗을 잉태하고, 씨앗은 새싹으로 돋아나니 자라고 커지는 꿈은 아름다운 열매를 맺을 수밖에 없는 마음의 씨앗이다. 하였으니, 멋지고 복된 씨앗을 키우시려면! 영월로 오십시오!!!


오늘은 잊혀지는 이름 경액지(景液池)에 대하여 말씀을 드렸습니다.

 

        


인빌뉴스홈 > 인빌소식 > 강원 영월 술빛고을 | 기행/문학
출판일 : 2012.12.24 11:58  김원식기자 (dw-carpos@invil.org) / 기자주소 http://reporter.news.invil.org/dw-carp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