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그냥

할애비

心 鄕 2005. 10. 23. 23:05
할애비

 

       2005.10.23

 

어린손자 등짐에
돗자리 짊어 지켜


앞서거니 뒤서거니
긴 담뱃대 휘휘적적
장터로 나선 길

서너푼 받을까..

고등어 세손은 살수 있겠지..

온산이 붉게 물든
이 가을처럼
어이 훠이 아이야

어린 손 불러 잡고
하늘만 보는 늙은 할애비  

 

 


  

벌써 40여년도 더 지난 어릴적 국민학교 다닐때

할아버지는 매일 꼬주박으로 군불지핀 뜨거운 사랑방에서

돗자리를 메셨다

 

이쁘게 메야 잘 팔린다면서 실한 왕골만 골라내어 잘 다듬곤

타작끝난 긴 볏집도 헛잎 훌터내어

입으로 물한모금 머금곤

푸~우~

볏집단에 품어 대었다

 

달그락 달그락 자릿돌 넘어가는 소리..

 

쥐를 잡아 껍질을 벗기고

알몸.. 싸리가지에 가슴과 다리벌려

화롯불에 소금 뿌려가며 구운 ..그 쥐고기

..

그걸 주시던 할아버지

 

여름에 잡아둔 베암은

또아리 틀어

소죽 부뚜막 위

못에걸어 말리고 훈김씨운 그 뱀도

내게 주셨었다

 

손주를 사랑하시던 할아버지

주천장만 되면 나를 앞세웠다

돗자리 세개

그걸 ..작은 등에 주루막끈 둘러 어깨에 걸치고

장으로 향했다

 

팔보다 더 긴 담뱃대는

목뒤 저고리에 끼우고

가끔씩 커다란 헛기침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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