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중언]`골무의 힘'
(강원일보 사설 2006-7-5 기사 )
옛날 아씨방에는 `일곱동무'가 있었다. 항시 곁에 두고 아껴 썼던 물건을 가까운 친구에 빗댄 말이다. 예쁜 한복을 지으려고 손바느질할 때는 이 `일곱동무'가 필수품이었다. 바로 가위 자 실 바늘 골무 인두 다리미를 이른다.
▼이중 골무는 손바느질을 하면서 바늘을 헝겊에 밀어 넣기 위해 둘째 손가락 끝에 끼웠던 물건이다. 손가락 한마디가 겨우 들어 갈 정도의 작은 크기로 반달모양을 이루고 있다. 강원도 방언으로는 `골미'라고들 부른다. 앞과 뒤판 귀퉁이를 비단실로 귀 밥을 쳐 엮어서 썼다. 무명헝겊이나 장지(壯紙)를 넣어 판을 만든 후 실을 꼬아서 돌려가며 고정시켰다. 뾰족한 바늘귀가 쉽게 들어가지 않도록 단단하게 만들었다. 거죽은 비단헝겊을 덮어 그 위에 매화 모란 나비 태극 석류 십장생 같은 길상(吉祥) 무늬를 예쁘게 수를 놓아 앙증스럽기까지 하다.
▼고유의 여인의 숨결이 어려있고 문화가 간직돼 있는 골무이지만 요즘 젊은이들에게 `골무'나 `일곱동무'를 물으면 반수 이상이 잘 모른다. 노란 고무장갑을 손가락에 끼우고 돈을 셀 때 썼던 고무골무는 기억하고 있다지만 정작 우리 할머니들의 아낌과 생활의 지혜가 담겨있는 골무는 까맣게 잊혀져 가고 있다. 이제는 조상의 얼이 서린 민속품을 수집하는 컬렉터들의 수집 대상품이 되어 있을 뿐이다.
▼강원도 유일의 침선(針線)공예가인 전영자씨가 제11회 여성주간을 맞아 서울 여성플라자에서 `골무의 힘'전을 열고 있다. `할머니의 꿈'을 주제로 기획된 이 전시회는 `꿈의 씨앗을 뿌리다' `이상에서 꿈을 발견하다' `골무는 나의 힘' 등 3가지 섹션으로 나뉘어 전통미가 담긴 침선공예품을 선보이고 있다. 밤새는 줄 모르는 세월을 한 땀 한 땀 새겨 넣었을 팔순 고령의 전통 침선예술가의 장인정신이 번득인다. 조선왕실의 침궁으로부터 전수받아 50여년 동안 오직 전통 침선예술의 맥을 이어온 정성어린 작품에서 우리네가 가꾸고 보듬어 왔던 `아낌'과 `절제'의 지혜가 물씬하다. <金吉昭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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