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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채, 산 약초를 찾아서 <1> 삶은 自然을 닮는다

心 鄕 2006. 7. 14. 11:51

강원도민일보에서는 아름다운 강원의 산하를 탐방하면서 자연속에 숨겨있는 숲과 식물에 대한 특집프로그램을 마련, 집중취재 보도를 하고 있습니다.

지난 5월 11일부터 주간출판을 시작하여 오늘현재까지 8편이 보도되고 있습니다.

차분하게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특히나 도시에 있는 분들에게는 큰 도움이 될것으로 보여 다시 전달해 드립니다.

 

앞으로 1편씩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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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민일보 특집 > 산채, 산 약초를 찾아서  

  

<1> 삶은 自然을 닮는다

 

초록의 신비! 그 맛에 빠질 때…


  

숲. 바람에 흩뿌려지는 햇살이 차다. 그 햇살을 이고 녹색의 생명이 움을 틔웠다. 어린 새싹이다. 새싹의 운명은 계절의 변덕에 맡겨졌다. 그러나 어린 싹은 그 자체로 세상의 운명을 바꿀 것이다. 스스로 생명이 되고 또 다른 생명을 키울 것이다. 어린 싹의 처음은 초라하고 여리지만 끝은 풍성하고 강인하다. 녹색의 계절. 산 전체가 푸른 앞치마를 두른 채 잔치를 시작했다. 나물이 되고 약초가 되어 사람과 날짐승, 사람과 들짐승을 유혹한다. 잔칫은 풍요롭다. 한반도의 자생식물은 4500종. 2500종이 식탁위에 오를 수 있는 식용나물이며 약용식물은 1200종으로 분류된다. 이 가운데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얼마나 될까. 알면 약이고 모르면 독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 4계를 넘나들며 우리 곁을 맴도는 산채, 산약초의 비밀을 벗겨 본다.

 

한반도 자생식물 4500종 중 식용나물은 2500종

인스턴트 식탁 벗어나 달래·냉이·곰취 세계로…

 

# 숲의 4계

 잔설과 메마른 땅을 뚫고 올라온 새싹은 앙증맞다. 여리지만 강하다. 연녹색 몸체는 매혹적이기까지 하다. 그 어린 순을 꺾고 캘 수 있는 용기가 있을까. 숲의 요정이 소리친다. “꺾지 마세요. 생명을 앗아가지 마세요.” 어린 생명은 소중하다. 그러나 자연의 먹이사슬은 그 자체가 질서다. 먹히고 먹고 이용당하고 활용하는 관계다. 그 관계 속에서 사람과 식물, 사람과 짐승과의 질서가 생겼다. 그 질서에 순응하면 어린 식물을 바라보는 마음이 한결 편하다. 이제 숲으로 들어가자. 무엇이 있을까. 한라산의 3월은 벌써 푸르다. 숲 초입새는 쑥의 재잘거림이 대단하다. 양지바른 언덕엔 달래와 냉이 씀바귀가 서로 뒤엉켜 계절을 재촉한다. 숲 속엔 얼레지가 수줍은 듯 꽃망울을 터뜨렸다. 독초답지 않게 예쁜 자태를 뽐내는 박새도 언 땅을 뚫고 솟아올랐다. 나물취와 고사리, 고비도 기지개를 켰다. 한반도 남녘의 봄은 이처럼 빠르다. 도라지와 더덕도 숲 한 귀퉁이를 차지했을 게다. 강원도의 봄은 어떨까. 5월 초. 함백산 중턱에 올랐다. 해발표고는 700~800m. 낮 기온이 15도에서 20도를 오락가락하는 날씨가 10여일 지속됐다. 나뭇가지에는 새순이 돋아나 싱그럽다. 굴참나무와 자작나무가 빼곡히 들어찬 숲. 바닥은 이미 녹색 융단이다. 산나물의 보고답게 화살나무 잎이 미각을 자극한다. 향이 좋은 나물취와 가장 먼저 식탁위에 오르는 미역취가 10㎝ 가까이 자랐다. 잔대와 더덕 삽주(백출)나물도 보인다. 우산을 펼쳐놓은 듯 환상적인 우산나물도 점호를 받듯 군락을 이루며 가지런히 돋았다. 단풍잎을 닮은 단풍취도 어린아이가 주먹을 펴듯 잎을 벌리고, 뽀얀 솜털이 예쁜 곤드레도 한 뼘 넘게 잎을 틔웠다. 봄의 서막을 알리는 원추리는 이미 진초록으로 커 버렸다. 곰취, 병풍취, 참나물, 모시대는 땅을 비집고 솟아오르느라 힘에 겨운 듯 숨고르기에 바쁘다. 엄나무와 두릅나무는 첫 잎을 내주고 또 다른 움을 틔웠다. 생명의 강인함이다. 오가피도 새순을 부쩍 밀어 올렸다. 멸종희귀식물로 지정된 등칡도 색소폰 모양의 꽃망울을 터뜨렸다. 5월의 숲은 이처럼 미각을 자극하는 산나물 산약초로 넘쳐난다. 여름은 어떨까. 쓰러진 굴참나무와 참나무 외피에서는 표고버섯이 자랄 것이고 소나기가 내리면 꾀꼬리버섯과 싸리버섯이 경쟁하듯 솟을 것이다. 숲의 4계는 이처럼 시끌벅적하고 현란하다.

 

# 식탁의 반란

 

 인스턴트 가공식품에 녹초가 된 몸은 자연을 원한다. 망가질 대로 망가진 미각은 녹색의 향이 그립다. 원시의 맛, 자연 그대로의 맛은 어떨까. 인공재배가 아닌, 자연의 선물보따리를 풀 수는 없을까. 자연은 건강하다. 초록의 신비를 벗겨내면 벗겨낼 수록 몸과 마음이 산뜻하다. 바쁜 일상에 지치고 찌들수록 식탁은 반란을 꿈꾼다. 밥상을 뒤엎고 자연으로 회귀하려는 욕구. 그 욕구를 채우는 비법. 산나물이다. 나물이 되고 약초가 되는 우리 곁의 자연. 여기서 잠깐. 전문가의 분석을 살펴보자.

 먼저 산나물 성분. 피부를 매끄럽고 윤기 나게 하는 비타민 A와 식욕을 돋우는 비타민B, 칼슘과 철분을 함유한 비타민C가 모든 산나물에 분포돼 있다. 독성물질을 배출하는 식이섬유와 대사작용을 촉진하는 엽록소, 동맥경화 예방에 좋은 타닌 성분도 산나물에 있다. 맛을 통해 본 산나물의 효능도 이채롭다. 쓴 맛을 내는 산나물은 알칼로이드가 풍부해 생리작용에 좋다. 떫은맛을 내는산채

에는 타닌성분이 함유돼 동맥경화 예방에 좋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처럼 우리가 알지 못했던, 또는 알아도 쉽게 접근하지 못했던

산나물을 식탁위에 올려놓자. 인스턴트 밥상을 뒤엎자.

정선/강병로 brkang@kado.net 기사입력일 : 2006-05-11 1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