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기고문

3.1절 그리고 가난으로 얼룩진 유족의 하루들

心 鄕 2005. 3. 1. 17:29

3.1절 기념식장에서 만난 금마리 만세운동 유가족 할머님들

 

86년전 이나라 방방곡곡에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던 선조님들의 함성이 전해졌던 기미년 3월1일...

 

내가 살고있는 이고장에서도 기념식이 열렸다.

1919년 4월21일,영월군 주천면 금마리에서는 매5일마다 열리는 주천장을 보기위해

모여든 주민들에게 지난 3월1일의 대한독립만세운동을 알리고

우리들도 대한독립을 위해 만세를 부르자면서 만세연명부에 서명을 하는 역사적인 일이 일어났었다.

때마침 금마리를 방문했던 영월군수인 석명전은 주민들의 힘에 의해 만세서명부에 서명을 하게되었다.

그 후, 군수자신을 억지로 서명하게 한 주민들 모두를 구속하게 하였다

그 인원이 자그만치 69명..금마리 전체 가정 모두가 지서로 붙잡혀 가게된 것이다.

온갖 고문과 회유에도 굴하지 않는 탁원근열사는 옥중에서 명을 달리하고

17분의 열사들은 오랜 기간동안 감옥에서 고생을 해야만 했다.

 

그렇게 흘러간 지난 세월...자그만치 팔십육년전의 일이다.

그것도 영월군 관내에서는 전례가 없는,

대한독립만세를 한마을 주민 모두가 만세를 힘차게 외친 지역은 주천면 금마리 뿐이었다.

그분들의 숭고한 애국정신을 기리고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조상님들이 이나라를 위해 피흘린 역사를 일깨워주기위해 오늘 그 기념식이 열린것이다.

 

오늘의 금마리 독립만세 기념식에는 직계후손 두(2)가정이 참석한 날이다.

두분 다 80세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김만자 할머니는 시할아버지가, 이순옥 할머니는 시아버지가

이곳에 그분들의 넛을 기리는 기념상에 영혼이 깃들어 있기에 ..

오늘 조상님께 제사를 지내는 마음으로,분향을 하고 국화꽃 한송이를 헌화하기 위해 찾아 오셨다.

 

그분들 유가족을 제일먼저 분향하도록 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아있다.

의례 관공서의 순서는 기관장,단체장 순 이지만

그것 좀 유가족이 제일 먼저하도록 배려해주면 안되는지..

관청에서 주도하는 기념식이기에 언제나 그렇듯이 정해진(?) 순서에 따라서

의례적으로 진행이 되어 져 왔었지만 이제는 좀 방향 전환을 할 때도 되었다.

왜냐하면 대통령이 수여하는 훈장 포장 표창장도 상장을 읽어내려가는 멘 끝에

'대통령 노무현' 이라고 하지 않고

사회자는 더 잘 들리도록 '대통령!' 이라고 까지만 발언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오늘 그 유가족 분들과 행사를 하기전에 20여분 동안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허나..차라리 할머님들의 말씀을 듣지 않는것이 더 좋았을지도 몰랐다.

너무도 비참한 생활에 아무도 찾는 이 없는 그야말로 황혼의 80세 노년에

홀홀단신 생가를 지키고 있는 할머님의 말씀 들...

연세와 존함을 여쭙던 나를 붙들고 오랜만에 말동무를 만난 듯...

끝이없을듯 한 이야기...그것을 그냥 나는 들어야만 했다.

얼마나 외로웠으면, 얼마나 힘에겨운 생활이었으면.

이승에서의 삶이 얼마나 고생스러운 하루들 이었으면..

처음만나는 내 손을 다 잡아 주었을까..

그리곤 나는 그분들이 분향을 할때 눈에 맺히는 이슬을 보았다.

그모습들이 카메라에 그대로 나타났기에 셔터 누루는것을 순간적으로 잊어버리고 마는 ..

그런 아주 짧은 순간이었다.

 

행사가 끝이 난 후 면사무소에 근무하는 총무계장과 함께 그 가정을 찾아 가 보곤 ..

집 마당 안으로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아무도 사는 이 없는 듯한 덩그러니 서있는 집 한체 ....

사랑체 식으로 ㄱ자 집으로 된 한쪽 부억에는 겨울 찬바람을 막기위해 비닐이 쳐 있고

출입문을 스치로폴로 막아 두고 있었다.

허 긴..매월 25만원정도 받는다는 유족 연금과

면에서 생활보호 대상자로 지정이 되어 근근히 연명하고 있는 하루들이 실상인데

방바닥 따뜻하게 보일러를 가동할...가동하고 싶어도 기름값 때문에 못 돌리고 있는

그 하루들이 얼마나 비참한 현실인가...

 

그 후손들이 이러한 삶 일진데 나는 무엇을 했는가?

그동안 얼마나 호의 호식하고 지냈던가...고개를 들 수 없는..그저 부끄러울 따름이다

주천면 금마리 탁연상 열사의 생가, 손주며느리인 80세의 김만자 할머니가 단신으로 지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