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invil.org

공동묘지, 주천인의 자연문화유산

心 鄕 2009. 9. 22. 16:36

 

 

이 땅을 지켜낸 조상의 쉼터, 선조의 지혜를 헤아렸으면

 

태기산에서 발원한 주천 강이 휘돌아 흐르며 다다른 곳, 주천에는 공동묘지가 있습니다.

아침 해를 가장 먼저 맞이하고 붉게 물드는 저녁노을이 잠들기까지 하루를 바람 하는 이곳에 오르면, 역사를 함께한 주천 강이 오른쪽에서 좌편으로 흐르고, 안으로 굽이돌아 흐르며 자연이 만들어준 옥토에는 현세의 사람들이 모여 사는 풍요의 고장, 넉넉한 여유와 사랑으로 엉겨있는 면소재지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명소입니다.

 

옛날부터 고장을 지키고 가꾸면서 생을 다할 때까지 애쓰시던 분들을 모신 곳으로, 지난 2005년도에 영월군의 기초조사에 따르면, 총 204기가 있으며 소나무와 잡목이 울창하게 자라난 숲으로 들어서면 번호표가 없는 묘지도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과거의 세월동안 자신들이 태어난 이 땅에서 국가의 재난과 위해에 맞서 싸우며 주천을 위하여 땀 흘리면서 가문과 가족을 번성하게 했던, 그 누구도 아닌 바로 이 고장 주천인의 선조님들입니다.

 

오늘날의 후대인들은 생업의 여건에 따라 타향에 살면서도 음력7월이면 벌초를 위해 찾아오고, 8월의 보름날에는 일가족 모두가 성묘를 위해 다시 찾아오며, 새해를 맞이하는 설에도 조상의 은덕에 감사를 드리기 위해 다시옵니다.

 

이러한 정례적인 행렬은, 태어나고 자란 곳으로 회귀하는 유전자를 가진 것처럼 재산이 있고 없고 길이 멀고 험하고 세상사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그 모든 것을 초월하여 이곳 공동묘지로 모여들게 됩니다.

고향의 변화를 몸으로 느끼고 어린 시절 함께 자란 친구를 찾아 이웃집 어른에게 인사를 드리며, 살며 살아가는 이야기로 애환을 나누는 정겨운 밤을 지새우는 가정들을 보게 됩니다.

 

이러한 일들은 주천만의 자연적인 문화유산이기도 합니다. 조상의 산소가 여기 있었기에 찾아오는 것이며, 정다운 이웃이 이곳에 있었기에 고향땅 그리워 귀향하게 되는 것입니다. 꿈속에서도 그리운 고향과 조상이 잠들어 있는 산소, 이것이 이곳에 있었기에 살아있는 이들의 마음속에 영원히 자리 잡아 언제 어디에서든 오고 싶고 가고 싶은 고향땅 주천입니다.

 

최근 알려진 바에 따르면, 영월군 소유 토지에 일부 사유지를 매입하여 10만㎡에 이르는 첨단산업단지를 조성할 예정이라는 소식입니다. 총 204기 중 전체의 94%인 192기가 이곳 부지 내에 있어 모두 파헤쳐 이장토록 한 후 단지를 조성하는 것으로 결정되어 내일이라도 공사를 착공할 수 있는 단계에 와 있습니다.

 

공동묘지는 주천인의 주천만의 자연 문화유산입니다.

조상이 공동묘지에 왜 묻혔을까요?

대대로 물려받은 주천 땅에 “내가 죽으면 저곳에 묻어다오!” 왜 유언을 했을까요?

 

지혜로운 조상의 선택을 헤아리는 혜안을 바라봅니다. 지금 당장의 목마름을 해결하는 것이 최선인지, 바람 불어 오는 가을의 언덕에서 되돌아봅니다. 과거의 모두를 흔적 없이 지워버리려는 발길을 잠시 쉬어가면서 깊이 있게 고민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게시일 : 2009.09.22 46:15 
(dw-carpos@invil.org) / http://reporter.news.invil.org/dw-carp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