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창

봄비내리는 날, 영월 탄광문화촌일기5

心 鄕 2012. 4. 3. 20:09

 

 

봄비가 내리는 날 영월의 탄광문화촌에서 편지를 씁니다.
주변은 검은 땅이지만 문화촌은 오늘 내리는 봄비를 받아드릴 준비를 하였기에 얼마든지 내려도 좋을 봄비입니다.


지난가을, 자신을 지키기 위해 한 방울의 물도 남김없이 버려만 했던 나무들은 요봉천의 냇물을 가느다란 잔뿌리로 다가서서 온몸으로 번져나게 하고, 긴 겨울잠을 자던 골뱅이는 빗방울 소리에 화들짝 깨어나 느린 걸음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푸르게 자라난 수초는 몸집을 불린 올챙이를 치마폭으로 감싸 안으면서, 모두가 봄을 키우는 새싹들입니다.


그들과 함께 하는 탄광문화촌의 봄은 그립고 보고 싶은 이 곁으로 한걸음씩 다가서듯 천천히 다가와 제비꽃을 피워 나비를 기다리고, 파릇한 원추리는 속 깊은 곳에서 6월의 꽃대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검은 땅, 마차리 탄광문화촌.
오늘 내리는 빗방울은 비와 눈이 되어 새로운 생명을 키우는 봄비입니다.
편안하게 받아줄 준비된 곳이라면 빗방울 따라 하얀 안개꽃을 피우는 물안개처럼, 봄비가 내리는 날이면 한 뼘 더 성숙해지는 새싹들처럼 “그리될 수 있니?”를 묻게 됩니다.


세월이 대답을 해 주겠지요.
부족한 만큼 더 채우기 위해 작은 웅덩이에서 조금 더 큰 웅덩이에 고이는 빗방울을 봅니다. 모두를 받아줄 수 있는 곳으로 몰려드는 생명을 보면서 웅덩이와 같은 그릇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제가 좋아하는 원추리에 화초양귀비, 산에서만 만나는 초롱꽃 모종을 참 많이도 심었습니다. 비록 검은 땅이지만, 검은 땅에서도 꽃은 피어날까 보다는, 오늘처럼 봄비가 내리는 날이면 세상 모두에게 희망의 복을 안겨주듯, 심은 만큼 꽃은 꽃으로 화답을 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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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일 : 2012.04.03 13:07   김원식기자 (dw-carpos@invil.org) / 기자주소 http://reporter.news.invil.org/dw-carp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