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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문]『주천 연꽃밭』의 가치 / 원장희 영월군의회 의원. 전 영월군농업기술센터소장

心 鄕 2012. 7. 16. 16:53

『주천 연꽃밭』의 가치

                                   원 장 희 ( 영월군의원.전 영월군농업기술센터소장)

 

  주천에는 연꽃 밭이 있다.

주천중·고등학교 바로 옆에 있다. 학생들이 오가면서 자주 볼 수 있는 도로가에 있다.

 

6년 전에 영월군에서 조성한 연꽃 밭이다. 규모는 작다. 3,000㎡(900여평)정도.

사람들이 즐겨쓰는 최대,최고,최초라는 형용사를 붙일 수 있는 규모도 아니다.

 

금년에는 인근 논에 새로 연꽃밭을 조성해 놓아 다행히 면적이 좀 늘었다.

처음 연꽃 밭을 만들 때는 볼거리에 중점을 두었었다.

연꽃 밭을 조성하는 일도 말처럼 쉽지는 않았다. 조건에 맞는 적지도 없었다.

 

제일 어려운 것은 겨울에 얼지 않는 물 확보였다.

다행히 농용수를 공급하기 위한 터널이 인근에 있어 한겨울에도 얼지 않는 물을 연꽃 밭에 공급할 수 있었다.

 터널에서 나오는 얼지 않는 물이 없었다면 연꽃밭 조성은 불가능 했었다.뿌리가 얼면 이듬해 새싹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처음에 단순한 볼거리 제공차원으로 조성한 연꽃 밭. 6년이란 연륜이 쌓이니 가치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었다.

다른 연꽃 밭과 차별화도 부각되고 있었다.

필자가 직접 관찰한 내용과 연꽃 밭 인근에 거주하며 6년 동안 돌보아 온 분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다음과 같은 가치를 발견 할 수 있었다.

 

  첫째

주천 연꽃 밭은 인간과 자연이 하나가 되는 연꽃 밭이다.

전라도 어느 군의 연꽃단지는 무려 10만여평( 33ha)을 자랑하지만 수심이 깊어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한다,

하지만 주천 꽃밭은 남녀노소 누구나 연꽃 밭에 들어가 꽃과 잎을 만져볼 수 있다.

접근을 막는 아무런 장애물이 없다.

제 아무리 아름다운 연꽃이라도 울타리 저편에 갇혀 있거나 깊은 물위에 떠 있다면 그야말로 그림속의 떡과 같지 않겠는가.

 

  둘째

주천 연꽃 밭은 사진작가들을 위하여 최고의 모델이 되어주고 있다.

연꽃이 만발한 시기(7월 중순∼ 8월 중순)에는 사진작가들이 모여들고 있다.

그들의 모습은 천태만상이다. 아침에 오는 사람, 저녁 때 오는 사람, 연꽃에만 초점을 맞추는 사람,

연잎에만 초점을 맞추는 사람. 연잎위에 앉아 있는 청개구리만 촬영하는 사람, 연꽃봉우리에 앉은 잠자리만 촬영 하는 사람…

 

전문 사진작가뿐 아니라 디지털 카메라시대에 다양한 사진애호가들의 모습들이다.

동강 국제사진제가 곧 열리게 된다. 사진애호가들에게 주천 연꽃 밭으로 오시라고 권하고 싶다.

사진동호인들은 이구동성으로 주천 연꽃 밭이 사진촬영의 여러 조건을 갖춘 최고의 피사체라고 칭찬을 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셋째

주천 연꽃 밭은 생태학습의 살아있는 교과서 역할을 하고 있다.

연꽃 밭사이로 만들어 놓은 관찰로로 들어가 연포기를 제치고 보면 알 수 있다.

청개구리,왕우렁이,미꾸라지,붕어,올챙이들은 쉽게 볼 수 있다.

거의 멸종 되다시피 한 물방개도 작년부터 가끔 보인다.

 

유치원 어린이도 관찰할 수 있다. 물깊이가 30cm 정도되니까 안전하다. 어린이의 생태관찰학습은 안전이 제일 아닌가.

시멘트로 포장된 농로 바로 옆이라서 접근성도 좋다. 이렇게 관찰의 조건을 다 갖추고 있다.

원주시에서도 학생들이 관찰학습을 자주 온다는 말을 들을 때는 기분이 너무 좋았다.

 시 인근에 이런 조건을 갖춘 곳이 없다는 얘기가 되니까.

 

   넷째

주천 연꽃 밭은 눈으로만 감상하지 않고 마음으로도 감상하고 향기를 맡을 수 있는 이색적인 연꽃 밭이다. 

원주의 어느 사찰 여승 한 분이 승용차를 직접 몰고와 연꽃향기를 맡고 간다는 얘기를 듣고 나는 가벼운 충격을 받았다.

연꽃향기를 맡으러 원주서 주천까지 오는 여승.

그 여승은 연꽃 밭을 관리하는 분을 보고 『아저씨는 참 행복하겠네요. 매일 연꽃향기를 맡고 계시니까요』라는 말도 하더란다.

틀림없이 그 여승은 청아한 자태의 연꽃보다 더 청아한 마음을 갖고 있을 것 같았다.

 

 매일 아름다운 연꽃을 바라보고 학교를 오가는 학생들의 정서순화의 가치뿐이 아니다.

주천 연꽃으로 연꽃잎차를 만들어 친구에게 한잔 권하는 가치를 어떻게 돈으로 계산하겠는가.

 

   주천 연꽃 밭의 가치를 한마디로 말하기는 어렵다. 경제적으로 정확히 계산하기도 힘들다.

다만 『 그 연꽃 밭이 뭐 볼게 있어. 적어도 오천 평은 돼야지 축제도 하고 관광객도 유치할 수 있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분은 연꽃 밭 옆 주천중학교운동장에서 주천강문학회가 주최한 「제5회 주천연꽃문화제」에 전시된 여러 편의 시화(詩畵)들을 감상할 것을 권한다. 시화는 주천시인(詩人)들만의 노래가 아니다. 서울서 살면서 보내온 문인들의 노래도 있다.

 

 세상에는 크고, 넓고, 높고, 빠르고, 비싼 것만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다.

개개인의 문화 수준과 면단위 같이 작은 단위에서 문화가 향상되어야 전 국민이 선진 국민 대우를 받을 수 있지 않겠는가.

 

  면단위에서 문화의 작은 촉매 역할을 하고 있는 주천 연꽃 밭의 가치를 결코 과소평가하지 말기를 바라면서… (2012. 7.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