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기고문

서리가 내리면..

心 鄕 2005. 8. 10. 21:53

문밖은 어둠이 짙게 깔리고 가을을 제촉하는 가랑비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거세지고 있다.

엇그제가 입추였으니 이젠 가을로 가는 길목이다.

 

이맘때 쯤이면 콩밭 섶들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지게 해야 할 때이지만

요즘처럼 잦은비에는 열매맺을 생각을 안하고 있겠지...

 

넘치는 수분과,

자양분이 풍부한 토질에서는 열매를 기대하기가 좀 어렵다

농업전문가는 충분히 인식하고 있는 일 이지만

얼치기 농사꾼 눈에는 그것이 잘 보이지 않게된다.

 

날고 듬이 원활토록 다듬어진 곳에선 시간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준비 하겠지만

무성한 섶들에 둘러쌓여 있어, 그저 더 많은 열매를 맺어주겠지..하는

기대에 젖어들어 변화를 느끼지 못하게 된다..

 

하늘과 키제기라도 하려는 듯 자꾸만 커가는 새 순들..

그 앞을 지나는 이

수도없이 많건만 누구하나 거들어 주는 이 없다

 

처음부터 밭을 잘 갈아야 했었고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고랑만 따게 놓으면 열매를 맺을텐데.. 걱정들이다.

 

이제 곧 머지 않아 서리가 내리게 된다

 

무성하던 섶, 하루 서리 녹게되고

바지 끈 떨어져 훌러덩 벗겨진 양

주렁주렁 달릴 주머니..주머니들

 

헹여 알곡일까 애써 수확한 들

이미 비어있는 껍데기 뿐인것을...